지역이슈를 수도권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유

발행일 2020-10-19 15:32:1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주형

경제사회부장

대구의 코로나19 극복 사례는 영국 BBC,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독일 슈피겔, 일본 NHK 등 전세계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외신들은 앞다퉈 대구의 사례를 보도했고 대구시장을 인터뷰했다.

외신 기자들의 눈에는 대구가 너무나 담담하게 코로나19에 맞서고 있었다.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2시간 동안 줄을 서고도 매진 통보에 한마디 불평 없이 조용히 발길을 돌리는 모습과 생생업을 마다하고 코로나19 사투 현장으로 달려 간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들.

외신들은 대구의 코로나19 대응방식과 극복사례에 극찬했다.

그런데 국내의 반응은 어땠을까?

중앙언론은 대구의 코로나19 극복상황을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모습이다.

10월 들어 수도권에서 하루 세자리수 확진자가 나오는 반면 대구는 지역감염 확진자가 2명에 불과하다.

대구의 확진자가 하루 700명을 넘어설 때는 실시간 생중계하던 중앙언론이 지금 한 달 동안 확진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대구가 처음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드라이브 스루’방식으로 진행했고 경증 환자들을 격리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 마련도 대구의 아이디어였다.

그걸 아는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극복사례 뿐 아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비롯해 대구취수원 다변화,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은 지역에서만 들썩댄다.

광주, 수원 등 타지역 군공항 이전사업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구군공항 이전은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서로 유치하려는 틈에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 이야기를 꺼내자 전남·광주, 세종·충남, 부산·울산·경남 등 광역단체들의 행정통합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취수원 이전으로 시작된 식수 문제에 대해 환경부는 낙동강 물이용 전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는 이 같은 지역의 주요 이슈에 관심이 없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남의나라 일로 취급하는 모습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원인을 하나 찾아보자면 지역 이슈에 대한 가공과 포장에 문제가 있어보인다.

“우리가 이런 것까지 자랑질 해야 하냐”며 입 무겁고 자랑을 부끄러워하는 경상도 사람 특유의 성향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최근 수년 동안 대구시와 경북도, 산하 공공기관들은 주요정책을 알리는 데 많이 가벼워지고 문턱도 낮췄다.

몇 년전만 해도 지역 기관들이 만든 광고에는 항상 마지막에 기관장이 나와서 사투리로 뻔한 멘트를 날린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얼굴이 빨개지고 타지역민들이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궁금해진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홍보영상 만들려면 단체장 얼굴과 멘트는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대구시 주요정책 홍보 동영상을 보면 유명 가수 노래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감동도 주고 개그맨 같은 공무원이 나와서 웃음을 준다.

그런데 신공항 건설, 행정통합 등 굵직한 이슈들은 공무원들이 개그한다고 중앙의 눈길을 끌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슈 플레이를 할까. 되돌아보고 반성해보자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죽자고 공무원들만 쪼았다.

늘공(늘상 공무원)의 머리로는 한계가 있다며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공직자 월급으로는 중량급 어공을 영입하지는 못한다.

중량급 인재를 데려오지 못할 것 같으면 끈끈한 관계를 통해 ‘원포인트 레슨’이라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지역 이슈를 중앙에서 관심가질 수 있도록 멋지게 가공하고 포장하는 것이다.

기가 막히게 만들지 못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특히 언론의 관심은 더더욱 끌지 못한다.

어떨 때는 웃겨도 주고, 어떨 때는 감동도 줘야 하는 게 지금의 홍보방식이다.

언제 웃겨야 하고, 감동을 줘야 하는지는 그분야 전문가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

단체장이든 주요간부들이든 그런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어놓는건 어떨까?

행정통합 토론 동영상 조회가 1억 뷰를 넘어서고 아이폰 광고 같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홍보 동영상이 만들어져 나오면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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