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협대표작선집Ⅱ」 (대구문인협회, 2013)
딸 키우는 재미가 아기자기하고 좋다. 그러나 아버지에겐 아들 키우는 즐거움도 전혀 없진 않다. 목욕탕의 등 밀기가 그것이다. 이는 딸 가진 아버지가 부러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흔히 꼽히곤 한다. 물론 공짜로 거기까지 가는 건 결코 아니다. 팔에 힘이 제법 붙는 날까지 부지런히 씻기고 닦아줘야 한다. 몰캉몰캉한 젖살이 빠지고 팔뚝이 제법 탱글탱글해지면 상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등의 때가 밀리는 순간 그동안 보살펴 준 수고가 봄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린다.
아들딸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엄마가 독점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넥타이 매는법은 아버지의 전매특허다. 사회로 첫발을 내디디려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소환된다. 아들을 졸졸 따라다니던 엄마가 갑자기 당황해하며 남편을 찾고 아들이 굵은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긴급구조를 요청한다. 새 양복을 차려입고 넥타이를 든 아들이 아버지 앞에 불쑥 다가선다. 별 것 아닌데 괜스레 기분이 좋다. 아들의 등밀이 서비스를 처음 받은 때처럼 마음이 달뜬다.
시인이 첫 출근하던 날, 그 아버지가 넥타이 매는법을 가르쳐주었다. 방향이 좌우로 바뀌는 지라 헷갈릴 만도 했지만 능숙하게 가르쳐줬던 기억이 생생하다. 막상 넥타이를 아들의 목에 걸고 보니 매일 매다시피 한 것이지만 한번 만에 매어지지 않는다. 자기 목에 매어 본 후 다시 아들 목에 건다. 가르쳐주는 아버지가 헷갈리니 배우는 아들도 헷갈린다. 구경하는 엄마는 한심하다며 핀잔을 준다. 그렇지만 아버지도 웃고 아들도 웃는다.
부모는 아들딸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온몸을 다 바치는 법이다. 부모는 아들딸을 위해 항상 군불 땔 준비가 되어있다. 아들이 혼자 힘으로 험한 세상 잘 헤쳐 나갈 때까지 아버지는 온힘을 다해 뒷바라지 할 터다. 아버지의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 긴급구조를 요청해도 좋다. 아버지는 비록 세상을 떠나가지만 텁텁한 숨결을 통해 그 아들에게 넥타이 매는법을 물려준다. 인연으로 맺어지는 생의 전승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엄숙한 반복은 벗어날 수 없는 윤회의 슬픈 고리다.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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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o*****2020-08-11 11:00:38
모녀간의 깊은 애정과는 다른 부자간의 데면데면하면서도 깊은 울림같은 공감이 느껴집니다. 아들을 키워보니 표현은 적지만 가끔씩 깊은 마음이 느껴져서 든든하고 좋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과 자녀들에게 좋은 일들만이 있기를~~ 좋은 글 감사드리며 가족간의 깊은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