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은 작아도 힘이 세거나 야무지고 똑똑한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다. 작지만 빛나는 존재는 많다. 농작물 중에서는 작지만 독특한 매운맛을 가진 청양고추를 꼽을 만하다. 매운 고추의 대표선수다.
농업계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바로 강소농(强小農)이다. ‘강농’과 ‘소농’을 합친 말로 ‘작지만 강한 농업’을 의미한다.
경영규모는 작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경영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다.
◆강소농이란
정부 보조금을 받는 많은 농림사업과 시범사업과는 달리 강소농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역량을 키워나간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한 ‘한국형 중소가족농 육성 전략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부터 강소농 육성사업을 실시한 농촌진흥청은 10만 명 육성이 목표다. 이를 두고 임진왜란 직전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과 비견할 정도의 의지를 담은 농업정책이라고도 평가한다. 이를 위해 도 단위로 강소농지원단을 구성하고 경영진단과 맞춤형 교육 등 경영컨설팅을 추진한다.
또 소비자와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실전기회도 제공한다. 농식품산업 소비 트랜드를 파악하고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농가소득 10%, 경영능력 20%를 향상시켜 우리 농업의 주역으로 발돋움 시키는 것이다.
◆왜 강소농인가?
혹자들은 ‘소농도 어렵고, 대농도 어렵다’는 한마디로 우리 농업의 현실을 말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각종 통계 수치만 보아도 그렇다. 전체 인구 중에서 농촌인구는 18%지만 농가 인구는 5.8%에 불과하다. 농촌에 농민보다 비농민이 더 많다.
농가인구의 35.6%가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농가소득은 4천만 원에 못 미치고, 농업소득은 1천만 원 미만이 67.8%를 차지한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럼 타개책은 없을까.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지가 문제다. 규모의 경제를 위한 대농의 길로 나갈 것인지, 작지만 알찬 농업을 추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답은 강소농이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강소농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비·품·고·가·역’으로 무장했다. 농업경영에 따른 비용절감과 품질향상, 고객확대, 가치향상, 역량강화를 의미한다.
농작물의 생산에서부터 품질, 판매, 고객관리까지 자신만의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농촌과 농업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승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강소농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래서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에 희망을 걸고 있다.
◆강소농이 되려면
강소농이 되는 길은 어렵지 않다. 도전정신과 경쟁력을 갖추고 자립농이 되겠다는 각오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경북도내 23개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매년 강소농 교육생을 모집한다.
교육은 기본과정과 전문과정, 최고과정을 거친다. 기본과정에서는 농가의 경영진단과 역량강화, 경영개선 목표 설정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중소가족농과 청년창업농이 주된 교육 대상이다.
전문과정에서는 농장별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실행과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 기본과정과 전문과정은 시·군에서 진행한다. 최고과정은 농촌진흥청과 시·도 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한다. 지역 리더를 육성하는 과정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고 조직관리, 리더십, 멘토링에 대한 교육을 집중 실시해 리더의 역량을 갖추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역 리더로 성장하면 초기 강소농이나 청년창업농의 영농정착을 지원하게 된다.
◆강소농을 육성하는 민간전문가
민간전문가는 강소농과 강소농자율모임체, 청년창업농들에게 맞춤형 경영개선컨설팅을 지원하는 농장경영컨설턴트다. 경영기술과 생산기술, 홍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채용해 전국에서 65명이 활동하고 있다. 농장의 경영실태를 조사하고 진단과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경영개선 방안에 대한 농가별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한다. 분야별로 현장 애로기술을 지원하고 생산과 유통, 고객관리에 대한 컨설팅도 병행한다.
강소농의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과 함께 20멘티를 선정해 컨설팅도 시행한다. 농장 요청에 의한 수요 컨설팅과 기획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농장 간 상호 벤치마킹도 실시한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다.
컨설팅을 통해 강소농은 강한 농업인으로 육성하고, 청년창업농은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한다. 자체적으로는 월 1회 세미나를 개최해 새로운 영농기술과 트랜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대응 방안도 강구한다. 연 2회 우수 농가를 찾아가는 합동 컨설팅을 실시해 분야별 사례를 발굴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전문가 상호 간에도 효율적인 컨설팅을 추진하기 위해 영농 신기술과 정보를 교환하는 등 경쟁력을 갖춘 경영기법을 개발, 공유한다.
◆경북의 민간전문가
경북지역에는 농산물 가공과 경영마케팅, 전략작목, 전자상거래, 지역개발 등 8개 분야에 9명이 활동한다. 다양한 경력과 자격을 갖추고 도내 전역에서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한다.
이론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들이다.
△권훈(60) 가공분야 전문가는 농학박사로 삼화식품에서 이사를 역임한 장류제조의 권위자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에 대한 컨설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이준화(67) 경영마케팅분야 전문가는 칠곡군농업기술센터 재직 시 농업경영과 참외 재배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퇴직 후 농장을 운영해 이론과 현장기술을 갖췄다. 참외수출지원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참외재배의 1인자로 새로운 소득원 개발을 위해 기능성 멜론인 캔탈로프멜론을 보급하고 있다.
△이흥우(64) 경영마케팅 전문가는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경영지도사 자격을 갖추고 있다. GS칼텍스 근무경력과 중소기업청 경영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농가에 기업경영방식을 융합해 새로운 농장경영 모델을 만들고 있다.
△윤광서(65) 과수경영분야 전문가는 농경제학 석사로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들을 지도한 농업전문가다. 경북포도협력단 겸임연구관으로 활동하는 등 포도전문가로 통한다. 최근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샤인마스캣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김영곤(63) 과수생산분야 전문가는 자타가 인정하는 과수전문가다. 김천시와 봉화, 군위군농업기술센터 등에 근무하면서 사과, 자두, 복숭아 등 과수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특히 정지 전정과 병해충 방제, 토양관리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종자 기사와 식물보호기사 자격을 취득한 농업분야의 인재다. 경북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김태운(62) 채소분야 전문가는 농학석사로 경북농업기술원과 성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한 채소전문가다. 시설채소기술사와 종자기사 자격을 취득하고 참외수출지원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경북도내 딸기, 토마토 등 시설채소 고품질 생산기술 보급과 청년창업농들에게 채소작물 재배기술과 안정적인 영농정착 지원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김영보(67) 축산분야 전문가는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하고 경북도청과 종축장,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가축육종과 사양 및 질병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한우를 비롯한 축종별 사양관리와 스마트축산, 축산물 브랜드화에 대한 집중 컨설팅을 추진한다.
△송정아(43) 인터넷 전자상거래 분야 전문가는 정보처리기사와 사무자동화 산업기사 자격을 갖춘 전산전문가다. 대학에서 경영정보학을 공부하고, 경북인재개발원과 삼성생명, 영진전문대학에서 전산 강사로 활동했다.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판매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홍상철(62) 농촌지역개발 분야 전문가는 수필가다.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농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본지에 ‘강소농 현장을 가다’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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