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짧지만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경신고총동창회

발행일 2020-04-05 13:38: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만5천명 동문 배출, 수성구를 강남8학군으로 이끌어

매년 5월 1천200여명 동문들 체육대회 통해 우정 다져

재경동문화, 자랑스러운 경신인 시상 등 다양한 활동펼쳐

경신고 운동장에서 총동창회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경신고 총동창회는 매년 5월 총동창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동문과 가족 1천200여 명이 참여한다.


대구에서 경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면, 모두들 “공부 잘 했겠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만큼 경신고 동문이면 무조건 공부 잘했을 것이라고 인정을 할 정도로 경신고가 신흥명문으로 부상한 것이다.

경신고는 2014년 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자 4명을 배출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경신고의 시작은 어려웠다. 1966년 경신상업전수학교가 설립되고 1971년 지금의 범어동 학교부지로 이전했다. 1979년 인문계로 전환돼 첫 입학식 이후 지난 1월 제52회 졸업생까지 2만5천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경신고는 1980~90년대 범어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인근 덕원고와 신흥 명문고교의 대열에 올랐다.

매년 두 자리 수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면서 덕원고와 쌍벽을 이뤘지만, 덕원고가 시지동으로 이전하고 경신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면서 범어동 일대를 강남8학군으로 만들었다.

경신고 동문은 상고출신, 인문계출신, 자사고출신 등 다양하지만 1979년 처음으로 경신고 총동창회가 발족한 뒤 상고와 인문계가 하나로 합쳐져 운영되고 있다.

경신고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


◆동창회 이끈 역대회장

경신고 총동창회는 1979년 발족해 그동안 13명의 회장들이 이끌었다.

발족식에는 남명환(9회) 초대회장을 비롯해 정정희(9회), 김창식(9회), 장석규(9회), 남효황(9회), 김항재(10회), 서대식(10회), 김영찬(10회), 추종봉(11회), 김헌태 (11회) 등 9회, 10회, 11회 동문 20여 명이 참석해 시금석을 다졌다.

초대회장과 2대 회장을 역임한 남명환 회장을 비롯해 3대 김영찬(10회), 4대 고 박후원(1회), 5·6대 고 임성근(3회), 7대 윤종득(8회), 8대 장석규(9회), 9대 백성수(8회), 10대 배효억(8회), 11대 홍윤호(14회), 12대 손정호(14회), 13대 오충현(15회), 14대 정현진(15회),15·16대 이우철(11회) 회장이 맡았으며, 17대 회장은 다시 정현진 회장이 동문회를 이끌고 있다.

사무총장으로 주항범(17회) 엘르골프 경산점 대표가 맡아 총동창회 안살림을 꾸리고 있다.

재경 경신동문회 회원들이 지난해 열린 송년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재경 경신동문회는 회원이 4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활동이 왕성하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경신고 동문들은 선후배간 끈끈한 정으로 유명하다.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아 선후배 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경북고, 대륜고, 대구상고 등 두터운 인맥을 보면서 경신고 동문들은 늘 부러워했다.

대구에서 내로라 하는 신흥명문고교이지만 아직 국회의원 한명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경신고 동문들이 곳곳에서 여의도 입성을 위해 뛰고 있다.

정우동(15회) 전 영천경찰서장이 영천·청도 지역구, 이상식(17회)전 대구지방경찰청장이 대구 수성을, 허소(20회) 전 청와대행정관이 대구 달서을 지역구에서 각각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뛰고 있다.

4·15총선과 함께 열리는 상주시장 보궐선거에서 강영석(17회) 전 경북도의원이 미래통합당 후보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경신고총동창회골프회 회원들이 라운딩에 앞서 의기를 다지고 있다. 골프회는 매월 50여명의 회원이 모여 밀양에서 라운딩을 한다.
◆자랑스러운 경신인

경신고 동창회는 지난해 자랑스러운 경신인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각계에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경신고 동문들이다.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정현진(15회) GTC대표, 남효황(9회) 보정 건축사 대표, 진용환(15회) 달성부군수, 방주완(17회) 에스오일 부사장, 이우철(11회) 거북철강 대표, 정성근(14회) 서울의대 교수, 최은석(15회) 참좋은병원 원장, 조성은(18회)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 이갑수(18회) 5군수지원사령관, 김지훈(22회) 영화감독, 손승현(33회) 성형외과 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법조계는 김연하(15회) 전주지법 부장판사, 박원길(15회) 대구지검 서부지청 사무국장, 손병원(19회) 대구고법 판사, 손영배(23회) 서울고검 부장검사, 박태호(25회) 대구지검 부장검사, 김준호(30회) 대구지검 검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안종렬(27회) 대구지법서부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변호사로 개업했다.

1996년 막노동을 하며 공부해 서울대 인문계열 전체수석을 차지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저자 장승수 변호사도 경신고를 다녔고, 김대현(39회) 프로골퍼도 경신고를 졸업했다.

경신고는 현직 경찰간부들도 다수다.

총선에 출마한 정우동, 이상식 동문이 경찰대 출신이며, 김한탁(15회) 경북경찰청 정보화장비과장, 이정수(17회) 성주경찰서장, 박재석(23회) 총경 등이다.

경산 와촌에 있는 대경인재개발원 이진구(17회) 원장도 총동창회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를 강남8학군으로 발돋움 시킨 경신고의 전경.
◆동문사랑, 후배사랑

동창회 가장 큰 행사는 5월 모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경신가족사랑 체육대회다.

매년 1천200명 정도 참석한다. 선배와 후배들이 가족같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즐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

경신장학회는 경신고 입학식과 졸업식에서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학교 축제인 경신종합전을 통해 동아리 후배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다.

총동창회에서 마련하는 장학금 이외에도 재경총동창회, 각기수 동창회에서도 장학금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대구경신산악회는 2011년 산에 관심있는 동문들끼리 팔공산 동봉을 산행하면서 발족됐다.

10년 동안 매년 시산제를 하면서 동문들끼리 우정을 돈독히 다지고 있다. 총회원은 150여 명이고, 매달 첫째 일요일 진행하는 산행에는 50명 전후가 참석한다.

봄에는 꽃산행, 여름에는 계곡산행, 가을에는 섬산행, 겨울에는 눈꽃산행 등 테마별 산행을 진행하고 있다.

몇몇 동문들은 중국 백두산, 대만, 일본 등 해외 원정 트래킹도 나간다. 산악회는 송창달 회장(11회)이 후배들을 아우르고 있다.

경신고총동창회골프회는 2006년 발족했다. 회원은 80명이고 매월 정기 모임을 할 정도로 왕성하다. 매년 5월에 회장배 골프대회를 연다.

매월 둘째주 화요일 밀양 리더스CC에서 동문들이 함께 모여 의기를 다진다. 동문들이 대구 뿐 아니라 울산, 부산에서도 오기 때문에 골프장을 밀양으로 택했다.

경신총동창회는 밴드를 통해 다양한 소통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기수별 동창회, 재경총동창회, 동아리별로 밴드를 만들어 의견을 나누고 각종 행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역 기업가들로 구성된 경신사랑회 창립총회가 지난해 열리고 있다. 경신사랑회는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기업을 운영하는 동문 22명이 ‘경신사랑회’를 발족했다.

김홍배(14회) 회장(민에프엠시 대표)을 필두로 총동창회를 위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무국장은 제갈정(24회) 동문이 맡았다.

1995년 결성된 재경경신동문회는 회원이 400명이 넘을 정도로 활동이 왕성하다.

매년 2월 시산제를 시작으로 5월 단합산행 및 족구대회 10월 재경회장배 골프대회, 12월에는 송년회를 연다.

산악모임은 전국 100대 명산을 지정해 매주 정복도전 산행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히말라야 등정도 계획하고 있다.

골프모임은 매월 아시아나CC에서 월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50여 명의 동문들이 모인다.

연말 송년회때 사회 각 분야에서 경신을 빛낸 동문들에게 ‘자랑스런 경신인상’을 수여한다. 또 동문회비 중에 장학기금을 따로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신종국(8회) 초대회장에서 시작해 현재 박희경(16회)회장이 재경동문을 이끌고 있다.

경신고는 운동부 중 하키부가 유명하다. 경신고 하키부 출신을 비롯해 달성고, 현풍고 하키부 동문들이 모여 대구하키클럽을 만들었으며, 지난 제16회 대한하키협회장배 전국생활체육 하키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실력을 갖췄다.

경신고 22회동기회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다. 경신고 총동창회는 젊은 동문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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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총동창회장 인터뷰

정현진 경신고 총동창회장은 후배들의 자상한 선배로 총동창회를 이끌고 있다.


“동문들의 화합과 소통이 가장 우선입니다.”

정현진 경신고 총동창회장은 젊은 후배들이 똘똘 뭉쳐 동창회를 열심히 일궈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

그래서 정 회장은 총동창회에 어떻게든 젊은 동문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총동창회 운영을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후배들이 의견을 내고 스스로 일궈 나갈 수 있도록 묵묵하게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늘 소박하게 웃으며 후배들이 하자는 데로 따라가 주는 인자한 선배님으로 통한다.

그는 “경신고가 지금의 신흥명문으로 발돋움 한 것은 동문들이 사회 곳곳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짧은 역사 속에서도 이렇게 경신고가 빛이 나는 것은 동문 선후배들이 밀어주고 당겨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울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

대구 오려면 한 시간 이상을 달려와야 하지만, 후배들이 모인 자리를 손사래 치는 법이 없다.

그는 14대 회장을 맡고 선배인 이우철 회장인 15대와 16대 회장을 맡았으나, 이 전 회장이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다시 17대 회장을 맡게 됐다.

총동창회에서는 재학생들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장학기금을 조성해 매년 입학식과 졸업식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후배들의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동창회에서 무엇 해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4·15총선 등 선거에 나가는 동문들이 많아 회장으로서 마음이 많이 쓰인다.

정 회장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운동장을 바라보면 공부했다는 인연은 크다”며 “대구경북에서 고교동문들끼리 끈끈함은 어디에도 비할 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신 총동창회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지만, 후배들의 열성을 보면 지역 최고의 명문고답게 최고의 동창회도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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