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력 하향평준화 될 것.. 교육철학 없는 방침 대구 자사고 반발

발행일 2019-11-07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건립중인 대구국제고..개교도 하기 전 일반고 전환 '코미디 같은 상황'

교육부는 4일 전국의 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는 2021년 대구 북구 도남동에 개교 예정인 대구국제고등학교(가칭) 조감도.


대구지역 자사고와 외국어고가 교육부의 일반고 전환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 철학이 없다는 비판부터 학업성취수준 하향 평준화와 사교육 시장 및 지역간 교육격차 확대 등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7일 고교 서열 해소화 방안으로 2025년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고 밝혔다.

일괄 전환 방침이 공식 발표되자 대구 자사고 등 교육계는 현장 목소리를 무시한 일방적 정책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대건고 이대희 교장은 “이 정부는 교육 철학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으면서 “학생들을 하향 평준화시키겠다는 것이고 사교육 시장만 확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자사고가 우수학생 수성구 쏠림 현상을 해소시키며 지역별 교육격차 해소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폐지시 수성구 쏠림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건고는 내년도 자사고 재지정을 위한 평가를 앞두고 있다.

올해 자사고 평가를 받아 운영을 5년 연장 받은 계성고 역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현창용 교장은 “자사고를 고교 서열화 주범으로 몰아가는 건 억울하다”며 “자사고를 통해 고교마다 학생 선택을 받기 위해 선한 경쟁을 해왔고, 그 결과 공교육 강화나 교육력 제고 효과를 냈다. 이러한 결과를 무시하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건 다양성을 포기한 것이고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법인은 학생 선택을 받기 위해 기숙사 확충을 비롯해 교육과정 및 진로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 일방적인 일반고 전환시 법인의 손실도 우려된다”고 했다.

2021년 대구국제고 개교를 준비 중인 대구시교육청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구교육청은 2021년 개교를 목표로 360명 정원의 대구국제고를 설립 중에 있다. 국제고는 교육부 예산 214억 원을 포함해 모두 36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이미 공정이 10% 이상 진행됐다.

교육부가 설립 취지에 공감해 수백억 원을 투입키로 했지만, 개교도 하기 전 폐지와 다름없는 일반고 전환 방침을 세운 코미디같은 상황을 자처한 셈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개교 전 일반고 전환 방침이 나와 사실 당혹스럽고 난감하다”고 하면서 법 개정 통해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 운영 방향 재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고 상황도 비슷하다. 대구외고 학부모는 “아이가 다른 과목보다 영어 실력이 좋고 흥미도 있어서 (외고)를 선택했다”며 “앞으론 이런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모두 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는 건 교육적 후퇴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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