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갈등빚는 시민단체

발행일 2019-10-03 14:49: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신승남

사회2부

구미시 국가산업단지 확장단지에 있는 공원 내 시설물 명칭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의 당사자는 구미시와 시민단체, 시민단체와 시민이다. 시민과 시민단체가 갈등이라니.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여기서 시민은 확장단지 내 공원과 시설물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이다. 시민단체는 구미경실련과 참여연대,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등이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 구미시가 확장단지 산동물빛공원 내 일부 시설물의 이름을 바꾸면서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독립운동가 등의 선양사업은 태생지 위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여기에 확장단지에 입주한 주민들이 공원 내 누각과 광장의 이름을 바꾸고 독립운동가 동상 건립 등에 반대하면서 기존 왕산루와 왕산광장의 이름을 산동루와 산동광장으로 변경했다.

당초 한국수자원공사가 확장단지를 개발하면서 이곳에 입주할 주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근린공원을 조성했지만 지난해 구미경실련의 제안으로 왕산 허위선생을 기리는 공원처럼 변했다.

이후 입주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뜬금없는 시설물 명칭에 발끈하고 나섰다. 확장단지 지역이 독립운동가인 왕산 허위선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은 물론 구미시가 한 시민단체의 요구만을 받아들여 입주민들이 없는 상태에서 공청회를 진행하고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주민 즉 시민들의 요구로 근린공원의 이름이 변경됐지만 이번엔 또 다른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설립된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참여연대가 이 공원의 시설물 이름을 기존 왕산루와 왕산광장으로 다시 고치고 독립운동에 앞장선 왕산 허위 가문의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계획대로 건립할 것을 구미시에 요구했다.

이 단체는 확장단지와 산동지역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자 산동이라는 지명이 일본강점기 때 지어진 이름이라며 주민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인근 마을인 장천면과 구미를 대표하는 선산읍 또한 일제때 붙여진 이름인 것을 감안하면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은 주민들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설득력이 없다.

구미시와 시민단체, 시민과 시민단체가 갈등을 빚도록 단초를 제공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구미시의 행정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를 기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그의 태생지인 임은동에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과 초등학교, 거리명이 있는데 단지 한 시민단체가 이를 제안했다고 해서 향후 발생할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구미시의 잘못이다.

현 정부 들어 지방분권과 주민자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공원의 조성 목적과도 안 맞고 이용하는 주민들이 싫다는데 시민단체가 구태여 시설물 명칭을 주민들에게 강요하거나 고집할 이유가 없다.

특히 구미시가 14인의 동상 등을 임은동 기념관 인근에 건립하고 각종 기념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시민과 각을 세우는 시민단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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