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송현농장 ‘우렁각시’…“홍삼 먹은 튼튼한 왕우렁이로 우리 밥상 건강하게 만들어요”

발행일 2019-10-02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47> 영주 송현농장 ‘우렁각시’

우렁각시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는 강소농, 증권전문가에서 왕우렁이로 인생이모작을 열어

지역 문화유산과 연계하는 농촌체험형 학생 수학여행 구상

송판섭 대표가 부화 중인 왕우렁이 알을 살펴보고 있다. 흰색이 부화를 마친 껍데기다.
송판섭 대표(오른쪽)와 이흥우 경북농업기술원 강소농전문위원이 왕우렁이 알의 부화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흰색이 부화를 마친 껍데기다.
송판섭 대표가 수조에서 사육 중인 왕우렁이를 채취해 성장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채취 등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송판섭 대표가 수조벽에 산란한 왕우렁이 알을 살펴보고 있다. 산란이 되면 알을 채취해 인공부화장에서 부화시켜 수조에 다시 넣어서 사육한다.
송판섭 대표와 아내인 차윤애씨가 왕우렁이 사육 수조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부부는 서울에서 생활할 때보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송판섭 대표가 한창 성장 중인 왕우렁이를 보여 주고 있다. 6월부터 11월까지 수확한다.
송판섭 대표가 직접 만든 채취용 갈퀴로 건져 낸 왕우렁이 모습.
송판섭 대표가 왕우렁이 브랜드인 ‘the우렁각시’ 간판이 달린 농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화장에서 부화 중인 왕우렁이 알.
사육 수조 벽에 산란한 왕우렁이 알. 왕우렁이는 물 밖에서 산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왕우렁이 모습.
왕우렁이 사육 수조 내부 모습.
사육 수조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왕우렁이 모습.
할머니에서 손주로 전해지던 민담(民譚) 중에 ‘우렁각시’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손주들은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그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외로운 총각이 논에서 일하다가 잡아온 우렁이를 물독 속에 넣었더니 다음날부터 우렁각시가 나와서 몰래 맛있는 하얀 쌀로 밥을 지은 밥상을 차려주고 다시 물독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다가 우렁각시를 잡아서 아내로 삼았다’는 이야기이다.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던 우렁각시처럼, 우렁이는 논의 잡초를 없애줘 더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로운 연체동물이었다. 우렁각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벼농사를 주로 짓던 우리의 농업과 우렁이는 친숙한 동물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왕우렁이를 사육해 인생이모작을 새롭게 열어가는 강소농이 있다. 영주에서 송현농장을 운영하는 송판섭(58) 대표와 아내 차윤애(54)씨가 그 주인공이다. 송현농장은 자신의 성씨와 자녀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the 우렁각시’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 8천900㎡의 우렁이 사육장에서 연간 9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증권맨에서 농부로 변신

송 대표는 27년간 증권회사에 근무한 증권맨이다. 평생 증권 관련 일만 한 만큼 증권전문가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증권 이외는 아는 것이 없다는 말도 된다. 주식 시세에 따라 울고 웃었다. 주식시장이 널뛰기하면 마음도 따라서 요동을 쳤다.

고객들에게 투자컨설팅을 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특히 고객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2014년 회사의 경영상태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미련없이 명예퇴직을 하고, 농촌으로 들어와 새로운 인생이모작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농촌에 희망이 없다면서 떠날 때 들어온 것은 농촌에서 비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역발상이다. 인생 후반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렘도 있었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일 때 동생이 손을 잡아주었다. 서울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하던 동생이 우렁이 사육을 권했다. 생산만 하면 판매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날 이후 왕우렁이와 함께하는 인생이모작을 시작됐다.

◆왕우렁이란

남미의 아마존 강이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1983년 식용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식용으로 수입되었지만 왕성한 식성을 이용해 친환경농법의 하나인 우렁이농법으로도 이용된다. 식용과 친환경용의 이중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유입된 기간이 30년을 넘으면서 국내산화했다. 환경에 적응했지만 자연상태에서는 월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우렁이는 단백질과 칼슘함량이 높고 지방함량이 낮은 저칼로리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간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식용으로 이용되는 왕우렁이에 대한 소비는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수도권과 충청·호남권에서는 많이 소비되지만 영남지역에서는 소비가 적은 편이다.

된장찌개와 우렁이강된장 등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 유행하는 쌈밥용으로도 많이 소비된다. 전국적으로는 200여 개의 우렁이 사육농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쉽고도 어려운 관리

왕우렁이 사육은 쉽고도 어렵다. 부화된 왕우렁이 치패를 물속에 넣고 사료만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특성상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어려움도 있다.

인공부화한 치패를 뿌리고 성장 속도에 따라 분류해 다른 사육조에 넣어서 키운다. 이때는 자체 제작한 갈퀴 모양의 수확기로 걸러서 작은 것은 남기고 큰 것만 골라낸다. 물관리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농장에는 7대의 모터 펌프가 24시간 가동된다. 계속해서 수조에 맑은 물이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사료도 매일 급여해야 한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는 외출도 삼간다. 6월부터 수확이 시작되면 바빠진다. 수확과 탈각, 세척작업에 따른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 탈각과 세척작업은 자동화가 됐지만 사람의 손길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 세척한 왕우렁이는 바로 급속 냉동보관 했다가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다만 11월 이후 왕우렁이들이 동면에 들어가면 농장도 휴식기에 들어간다. 왕우렁이들이 흙 속으로 파고들어가 동면을 시작하면 이듬해 3월까지 특별하게 관리할 일은 없다.

◆ 홍삼 먹은 왕우렁이

우렁이는 고인 물에서 물풀이나 작은 생물을 먹고 살아가는 초식성동물이다. 식욕도 왕성해 논의 청소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왕우렁이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우렁이농법에 이용한다. 벼농사에 잡초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초제를 대신하는 것이다.

인공사육을 할 때는 옥수수박과 대두박으로 만든 곡물성 사료를 사용한다. 송 대표는 우렁이 전용사료 외에 특별한 사료를 먹인다. 바로 홍삼분말이다. 영주는 전국 최대의 인삼 주산지이다. 많은 농가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홍삼을 만든다. 홍삼과 홍삼액기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발생한다. 인삼이나 홍삼의 효능에 대해서는 이미 입증된 것인 만큼 특산물인 인삼에 주목한 것이다. 홍삼 부산물은 분말로 만들어서 주 2회 급여한다.

아직 학술적으로 완전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본인의 사육경험을 미루어 볼 때 우렁이의 폐사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면역력이 증가한 결과로 보고 있다. 면역력이 증가한 우렁이를 먹을 경우 사람에게도 분명히 좋을 것이라고 송 대표는 생각하고 있다.

◆ 4년 시행착오, 이제는 극복

‘우렁이도 담장을 넘는다’는 말처럼 모든 생물은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특성을 알지 못하고 재배나 사육하다 보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송 대표도 왕우렁이 사육에 뛰어든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첫 사례가 수조의 높이였다. 30㎝ 정도의 높이면 왕우렁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서 일어났다. 왕우렁이들이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산란기가 되면서 산란공간이 부족해진 것이었다. 왕우렁이는 물 밖으로 나와서 벽이나 식물의 줄기에 산란하고 물속에서 성장하는 습성을 가진 것을 몰랐다.

왕우렁이들이 산란을 시작하자 낮은 수조 벽은 순식간에 분홍빛으로 변했다. 공간이 부족해 늦게 나온 왕우렁이들은 산란할 공간이 없어지자 자리다툼이 벌어졌다. 인공부화를 위해 알을 채취하기도 어려웠다. 7∼8월 폭염 속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채취하는 작업은 고역이었다.

수조 벽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여름철 수온이 38℃를 넘어서면 폐사를 하고, 밀식이 되어도 폐사율이 높아지고 성장이 늦어진다는 것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수온관리를 위해 지하수와 계곡물을 적절히 혼합하고 차광막을 설치해 수온을 관리하는 비법을 터득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왕우렁이의 특성을 완전히 알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인근에 왕우렁이를 사육하는 선도농가가 없어서 현장기술을 배우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 농산물 유통으로 윈윈

“제가 영주로 귀농 후에 느낀 점 중의 하나가 모든 농민들이 농사에는 베테랑이지만 판매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지은 농산물이 공판장으로 직행하고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송 대표는 최근에 ‘올곧은 팜’이란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과 인근 농민들의 농산물도 함께 판매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결국은 농산물 장사꾼이 아니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송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정직한 장사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유통 약자인 농민들이 판로 걱정 없이 농사에 전념하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모두가 윈윈하는 유통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게 송 대표의 방침이다.

또 6차 산업화 일환으로 체험농장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부석사와 소수서원 등 영주의 문화유산과 농장체험을 연계하는 ‘농촌체험형 수학여행’이라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