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노란 물결, 바라만 봐도 절로 힐링 ”

발행일 2019-09-10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7> 상주 해바라기 청년 곽동주

청년 농부 곽동주씨는 상주시 공성면 오광리에서 해바라기와 콩을 재배하고 있다.


상주 해바라기 농장에 나들이 온 도시인이 가족과 함게 해바라기 꽃을 즐기고 있다.
상주 해바라기 농장을 방문한 도시 관광객들. 해바라기가 숲의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상주 해바라기 농장에서 수확한 해바라기 씨. 해바라기는 씨로 기름을 생산하는 등 경제성이 높다.
해바라기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사진은 해바라기 모종 옮겨 심는 작업이 마무리된 들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농업의 사회적 기능’을 인정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농업에 접목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농업은 생명을 보살피고 키워내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의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 뿐 아니라 농촌 경관을 가꾸고 생태를 보전,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기능을 합니다.”

상주시 공성면 오광리에서 해바라기와 콩을 재배하는 청년 농부 곽동주(36)씨가 귀농해 농사를 짓는 이유다.

그는 어릴 때부터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대학에서 심리학 및 원예학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흙 한 줌 만져보지도 못한 전형적인 도시인이다. 그때만 해도 자신이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현재는 농업을 직업으로 삼는 청년 농부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함께 원예학을 전공한 게 계기가 됐다.

◆아름다운 경관 농업, 치유농업 관심

곽씨는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경제적 부만 추구하기에 여유를 가질 수조차 없는 처지로 살아가는 수많은 도시민을 바라보면서 과연 현대인이 삭막해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도 주변 사람들은 “뜬금없이 웬 해바라기 농장이냐”며 의아해한다. 젊은 사람이 해바라기 농장을 해서 먹고살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경관 농업과 치유농업에 해바라기 농장이 제격이라는 게 곽씨의 설명이다.

농작물을 이용한 치유농업은 농장과 농촌 경관을 활용해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일을 한다는 것.

곽씨는 “영국과 스웨덴 등지에서는 원예를 이용한 치유농업,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치유농장, 독일과 핀란드에서는 동물매개 치료 등이 그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치유농업이 우리나라 환경에 접목할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다 경관과 치유의 기능을 농업에 접목한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곽씨는 농업이 생산과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농업 그 자체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할 수 있는 농촌의 본질적 가치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경관 농업과 치유농업 두 가지 테마를 가지고 농촌에 스며들겠다고 결심했으나 막상 시작하려니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더 배워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2017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복지 원예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동시에 상주로 귀농해 본격적으로 농사지을 준비를 했다.

◆‘농맹탈피’를 위한 농사공부

지난해 상주에 귀농인 신고를 한 후 현실을 접하자 ‘농사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민들과의 융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체험했다.

상주시에서 지원하는 각종 농업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된 계기다.

상주공동체귀농지원센터의 대장간에서 집짓기 프로그램부터 상주농업기술센터의 신규 농업인 영농정착 기술교육 등 각종 농촌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 주민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등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귀농 공부 과정에서 공성면 광골마을에서 선인장 농사를 짓는 최동헌(40)씨를 만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귀농인인 최씨는 몇 년 전 상주에 정착했다. 마을에 젊은 귀농인들을 모아 마을 단위 공동사업 추진을 준비할 때 그를 만나게 됐다. 마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곽씨는 최씨와 함께 휴경지를 빌려 공동으로 농사를 짓고, 선인장과 토피어리 등을 활용한 체험 농장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생각하고 있던 치유농업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동주씨는 마을에서 남의 땅을 빌려 봄에는 해바라기를 심고, 가을에 수확한 뒤에는 콩을 심어 땅심도 돋우고, 콩을 가공한 여러 가지 농산물 판매도 할 계획을 세웠다.

◆해바라기 숲 명소

올해 공성면 광골마을에서 2천310㎡(700평)의 부지를 임대해 해바라기 씨를 파종하고 가꾸는 데 매진한 결과, 노란 물결의 해바라기 숲이 자리하게 됐다.

어르신만 생활하는 한적한 마을이었던 상주시 공성면 오광리는 그동안 찾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화려한 해바라기 숲이 조성된 이후 도시인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작은 농촌마을은 활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해바라기 숲의 명소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빽빽하게 자란 해바라기 밭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노랗게 물든 해바라기 숲 속에서 행복한 모습을 연출하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이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곽씨는 비록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자신이 꿈꾸는 치유 농업이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점차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간다면 힐링과 치유의 농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농장에서 수확하는 해바라기 씨를 이용한 기름을 생산하는 등 경제성이 있는 농업으로의 전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청년 농부의 포부

곽씨는 귀농 당시 계획대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적어도 6만6천~9만9천㎡ 규모의 해바라기 숲을 조성하게 된다면 상주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섰다.

도시인들이 자연을 보고, 만지고, 즐기는 가운데 도시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병들어가고 있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농업’이야 말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농업의 미래라고 확신하고 있다.

오늘도 해바라기 숲 속에서 해바라기를 어루만지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곽씨는 관광자원과 농업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로 지역을 바꿔가고 싶다는 야심찬 계획을 꿈꾸고 있다.

김일기 기자 kimi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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