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인 사립 초교 호화 수학여행

발행일 2019-07-22 15:27:1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수학여행은 학교 교육의 연장이다.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자연이나 역사·문화적 유적지 등에서 실시되는 현장 학습이다. 며칠씩 학교 친구와 숙식을 함께 하며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단체활동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공감능력, 협동심, 자율적 생활방식, 지도력 등의 능력을 키우는 기회를 갖게 된다.

수학여행도 교육이기 때문에 당연히 학령에 걸맞는 여행지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취지와 달리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구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학생 1인당 300만 원이 드는 해외 수학여행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10월7일부터 13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1인당 공식 경비만 296만 원이라고 한다. 개인비용까지 감안하면 300만 원이 훌쩍 넘는 초호화 수학여행이 될 전망이다.

학교 측은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수학여행지가 결정됐고 학부모 동의와 교육청 컨설팅을 마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해외 유학이 결정된 학생을 제외한 전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위화감 문제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립초교에 아이를 보낸다고 모든 학부모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은 아니다. 아이의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과소비 논란과 함께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여행지에서의 안전문제 등 여러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급 친구들이 모두 간다고 하니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에 답답하기만 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관계자도 “초교생 수학여행비로 300만 원은 ‘황제 수학여행’ 그 자체다. 들어본 적도 없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화 수학여행이 어린이들에게 그릇된 특권의식이나 선민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릴 적 잘못된 특권의식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

소득과 소비생활의 양극화 현상은 우리사회 갈등의 최대 요인이다. 초호화 수학여행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어른이 된 뒤 사회 양극화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 될까 두렵다. 수학여행이 아이들의 마음에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씨앗을 심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이번 대구의 한 사립초교 호화 수학여행은 시민사회의 상식과 아이들의 나이에 걸맞게 계획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장학지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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