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낭 vs 면역세포 ‘집안싸움’으로 생긴 질환

발행일 2019-07-17 14:08:1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6> 원형 탈모

영주 아름다운 피부과 김연진 원장.
-영주 아름다운 피부과 김연진 원장

아기 공룡 둘리의 말썽에 매번 골탕을 먹던 고길동씨가 어느 날 갑자기 원형 탈모증에 걸려 우울한 얼굴로 등장한다. 사고뭉치들이 저지른 난장판을 수습하다가 이제는 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로 탈모가 생긴 것이다.

예전 만화영화 중 기억에 남아있는 한 장면이다.

이렇듯 드라마나 영화 속 등장인물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장치로 원형 탈모증이 자주 등장한다. 또 많은 사람이 힘든 과거에서 벗어나고 난 뒤 조심스럽게 자신의 원형 탈모증 병력을 밝히곤 한다.

과연 그럴까?

스트레스가 원형 탈모를 일으켰는지 원형 탈모가 스트레스를 일으켰는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30% 정도의 환자가 발병 전후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원형 탈모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모낭이 피부 내 면역세포들로부터 ‘내가 아닌 이물’로 인식돼 공격을 받아 생기는 일종의 자가 면역 질환으로 쉽게 말해 집안싸움이 일어난 것.

처음 원형 탈모를 발견하고 난 뒤 ‘이러다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진료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다.

물론 모든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전신의 모든 털이 빠질 수는 있으나 이는 매우 드물다. 1~2개 정도의 병변이 머리에 발생하는 것이 제일 흔하나 눈썹, 속눈썹, 턱수염, 음모, 팔다리 등 털이 있는 몸의 어느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다.

이런 가벼운 정도의 원형 탈모증은 살아가면서 100명 중 2명 정도는 한 번쯤 경험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치료는 바르거나 먹는 약, 면역치료, 엑시머 레이저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가장 빠른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은 원형 탈모 병변에 직접 주사를 놓는 것이다. 진피에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비교적 아픈 편이다. 맞고 나면 피부가 살짝 올라오게 된다. 만일 탈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 반드시 먹는 약을 먹는 것이 좋다.

병변부에서 보이는 짧게 부러진 느낌표 모양의 모발이 원형 탈모증의 특징적 소견이다. 이러한 느낌표 모발이 보이지 않으며 단지 부분 탈모를 보이는 질환이 있어 구별이 필요하다.

귀 위쪽 측면 두피에 삼각형 또는 계란 모양의 탈모가 태어날 때부터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병변 내 주사를 맞더라도 치료가 되지 않아 결국 모발이식이 필요하다.

다양한 균들에 의해 감염이 발생 후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흉터가 생겨 영구적 부분 탈모가 생길 수 있다.

과거 만화책 중 ‘꺼벙이와 꺼실이’의 남자 주인공 꺼벙이 옆머리에 동그란 모양의 머리카락이 없는 부위가 ‘기계충’이라고 불렸던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위생이 좋아짐에 따라 곰팡이 균에 의한 것은 드물지만 여드름이나 지루피부염 등이 악화돼 두피에 염증이 심해지면 역시 영구히 남는 탈모가 생길 수 있다.

비정상적이고 충동적인 욕구 해소를 위해 머리카락을 뽑는 것을 발모벽이라 한다. 어린이에게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어른에게 많이 발생하는 원형 탈모증과 차이를 보인다. 뽑지 않도록 노력하면 좋아지나 만일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원형 탈모증 환자였던 고길동씨는 곧 회복됐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환자가 치료에 잘 반응한다. 사회 경제 안팎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은 시기이므로 만일 원형 탈모가 생겼다 하더라도 스트레스는 받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원형 탈모증은 회복될 수 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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