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감세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기능에 대한 기대가 낮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세수 확보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오히려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조치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완화 등과 같은 감세정책이 당장의 소비나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것인지 알 수 없고, 이는 현재 논의 중인 상속세 전면 개편 역시 마찬가지다.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1990년대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던 로널드 레이건정부(Ronald W. Reagan, 1981~1989년)의 레거노믹스(Reaganomics)는 소득세 인하를 중심으로 1986년에 제정된 조세개혁법이 감세정책을 대표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일본은행으로부터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 살포하고, 정부가 빚을 내더라도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던 일본의 아베노믹스(Abenomics, 2012~2020년)의 경우는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재정 악화만 가속화시키는 등 큰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반면에 아일랜드는 법인세 감세를 통해 외국인 투자 유입이 활성화됨에 따라 한 때 주변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감세정책은 물론 외국인투자 활성화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감세정책은 그 시기와 해당 국가가 처한 환경에 따라 효과가 천양지차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배경과 목적은 물론이고 효과에 대해서도 시장의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또, 다른 현실적인 염려 사항도 있다. 즉, 그동안 우리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불안, 재정 건정성 악화라는 이유로 사실상 긴축 기조로 운영되던 재정정책이 실질적으로는 확장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내외 수준으로 안정되고, 글로벌 공급망도 안정화되면서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했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확산 등으로 현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당연히, 물가 불안 현상 지속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통화정책 전환 시기도 그만큼 조정되고 있고, 재정정책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도 물가 불안을 가중시킬 정도의 완화적인 운용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다만, 하방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 경기 여건을 고려할 때 최근의 감세정책이 부양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정책 당국의 의지로 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여하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감세정책이 우리경제에 드리울 그림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시장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꼭 필요해 보인다. 즉, 현재의 우리경제 여건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당면 과제 중 하나가 세제정책이라는 점과 이것이 재정 건전성이라는 기존 정책 기조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책 당국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번 감세정책이 단기적이든 아니든 우리경제에 빛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는 분명하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