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새누리당’을 경계한다

여야의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인재 영입도 경쟁적이다. 창당도 잇따른다. 보수 통합도 관심사다. 그간 눈총 받던 대구·경북(TK) 국회의원의 첫 총선 불출마 선언도 나왔다. ‘폭망’이냐 ‘쇄신’이냐를 두고 대구·경북도 갈림길에 섰다. 지역에선 ‘도로 새누리당’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일단 타의에 의한 TK의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6일 공천관리위원장을 선임하고 본격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보수 세대교체를 기치로 내건 ‘전진당’이 지난 17일 대구시·경북도당 창당 대회를 가진데 이어 19일에는 중앙당을 창당했다. 이언주 의원이 중심이 된 전진당은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대한애국당 등 보수 통합에 변수가 됐다.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이 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국당을 확 바꾸겠다”며 “좋은 사람들이 와야 ‘구닥다리’들을 쓸어낼 수 있다”고 말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그는 또 보수 통합과 관련, “통합은 무조건”이고 “뭉그적거리면 안 된다”고 밝혀 통합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그동안 타 지역에서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눈총을 받아온 TK에서 처음으로 한국당의 정종섭 의원이 19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눈치만 보며 미적대던 지역 의원의 물갈이에 불씨가 당겨질지 관심사다.TK 현역 국회의원들은 현재 당내의 보이지 않는 압력과 지역민들의 비난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텃밭인 TK의 대대적 물갈이 없이는 한국당의 혁신 공천은 말짱 도루묵이다. TK가 자칫 괘씸죄에 걸려 물갈이 폭이 더 커질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정종섭 의원의 가세로 한국당의 불출마 선언 의원은 19일 현재 모두 13명이 됐다. 경기 2, 부산 5, 경남 2, 비례 3 등이며 TK는 정종섭 의원이 유일하다. TK에서 추가 불출마 선언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이 경우 50% 수준으로 예상됐던 물갈이 폭이 더 커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TK 의원 대부분이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강제로 등 떠밀려 나갈 가능성만 커졌다.순탄치는 않지만 한국당의 공천 및 보수 통합 작업 결과에 따라 지역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번 기회에 탄핵의 어둡고 질긴 악연은 모두 털어내야 한다. 특히 거기다 보수꼴통의 이미지까지 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려면 ‘새 피’ 수혈과 혁신 공천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보수 재건과 한국당의 미래는 없다. 한국당은 '도로 새누리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역민들의 바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통합신공항’ 40여년 만의 이전 성사

대구 K2 기지 이전 요구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중반 경북대 교양과정부(1학년 과정) 학생회장 선거 때다. 한 후보자가 당선되면 K2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투기 소음 때문에 수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선거가 끝난 후 학생회가 K2에 이전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기지는 절대 옮길 수 없으니 경북대를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이 왔다는 이야기가 학생들 사이에 나돌았다. 당시는 무모한 것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그 공약에는 학교발전과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대학 신입생의 기개가 담겨있었다.---곳곳에 변수…접근성 확보가 최대 과제그때 공약이 K2를 옮겨달라고 공식적으로 당국에 요구한 첫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최종 이전지 결정 주민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대구공항은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36년 개설됐다. 당시 현 위치인 동구 동촌과 북구 원대동 등 2곳이 검토됐으나 최종적으로 동촌이 선정됐다. 1930년대 초반 일제의 군사공항 필요성과 함께 대구에 살던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항공루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개설이 추진된 것이다. 그후 대구비행장은 조선, 일본, 만주를 연결하는 항공교통 거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광복 후에도 군사공항으로 기능해 오다 1961년 대구와 서울을 잇는 최초의 정기 민항 노선이 개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지역 결정은 새해 지역 최대 이슈다. 21일 군위·의성 주민투표를 통해 입지가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신공항 건설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입지 확정 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변수도 도처에 널려 있다.공항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결정짓는 초대형 SOC다. 옮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국제공항의 건설이다. 경북도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통합신공항의 이용객은 2050년 1천만 명에 육박해 지난해 467만 명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화물 운송은 연간 10만t에 이를 전망이다.그러나 이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풀려갈 때의 수치다. 현재로서는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통합공항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 건설해놓고 승객이 안오면 그런 낭패가 없다. 항공사는 당연히 취항을 않거나 노선을 철수할 것이다. 이는 경제의 기본 논리다.아직도 적지않은 대구시민들이 군공항만 이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전 후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에 불편이 커질까 우려하는 탓이다.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은 통합공항이 대구 도심에서 30분~1시간 이내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데 기관과 개인의 명예를 걸어야 한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지역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국토 중동부 관문공항 확장성도 과제대구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신속하게 나와야 한다. 점검위원회를 만들어 분기에 한번 정도 주민들에게 추진상황을 보고하는 소통체계도 필요하다.통합공항은 국토 중동부 관문공항이 목표다. 충청, 강원, 경남 지역 승객을 더 많이 끌어오겠다는 확장성을 생각하고 건설에 임해야 한다. 현재의 단거리 위주 노선을 벗어나 유럽과 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수출입 화물 수송, 지역 국제화, 외국관광객 유입, 항공산업 육성 등 어느 것 하나 빠트릴 수 없는 목적들이다.이에 앞서 주민투표 후 탈락지역의 승복을 이끌어 내는 것도 과제다.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통합신공항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소지역주의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개항까지 6년 남았다. 지역 관문공항 건설의 다양한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시행착오가 없게 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백년대계가 될 통합공항 이전사업이 이제 첫 발을 뗀다.

제9대 대구시조시인협회 신임회장에 이종문씨 선임

이종문(계명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시조시인이 지난 17일 제9대 대구시조시인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이종문 회장은 영천 출신으로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해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꿈틀, 하지 뭐니’, ‘묵값은 내가 낼게’ 등 다수의 시조집을 냈으며, 중앙시조 대상, 이호우 이영도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이종문 회장은 “전통 문학인 시조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회원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지역민과 문화적으로 함께 성숙하는 협회를 만들겠다” 고 밝혔다.

삶의 승자와 패자

삶의 승자와 패자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며칠 있으면 설이다. 해가 바뀌고 부산하게 지내느라 아직 연하장도 미처 보내지 못한 이도 있다. 숙제를 덜 한 학생처럼 찜찜한 마음이었는데 다시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새해 소망을 다시 천천히 되새겨 적어본다. 올 한해엔 오기(五棄)로 살아가리라. 이를 악물고 힘내자는 오기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가지만이라도 버리고 살아보리라 마음을 먹어 본다. 그중에 첫째는 바로 ‘욕심’ 버리기다. 너무 욕심을 내어 내가 갖고 싶은 걸 갖고자 하다 보면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불만이 쌓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나는 남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가진 것에 감사하고 살아보리라. 두 번째는 ‘고집’ 버리기,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이 의견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고집부리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려 노력하다 보면 고집을 버리고 오히려 배움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셋째로는 ‘미루기’를 버리는 일이다. 오늘 할 일, 지금 할 일을 바로 해야 현재를 살아가지 않겠는가. 그러니 해야 할 때 바로 해버리는 것이 어쩌면 삶을 여유 있게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방책이 아닐까. 컨디션이 좋을 때 최대한 시간을 잘 활용하고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한 빨리 일을 완료하지 않겠는가. 네 번째로는 ‘화’ 버리기이다. 분노하고 원망하며 화를 내다보면 결국 그것이 우리의 내면을 잠식할 뿐이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 명심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다 보면 내게 잘못한 사람들과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화를 줄이려 노력하는 것이 나의 고통을 줄이는 최선책일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나’를 버리기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나 상대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나면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어 행복에 이르지 않으랴 싶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받은 기념 책자 속 글귀가 힘든 마음에 늘 큰 희망을 선사한다.‘승자는 당신 같은 사람입니다. 승자는 모험 할 기회를 잡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두려움이 자신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승자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삶이 험난할 때, 그들은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며 견딥니다. 승자는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그들은 하나 이상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방법을 시도할 용의가 있지요. 승자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더 많이 만들면서 자신의 약점을 존중합니다. 승자는 넘어지지만, 그 자리에 엎드려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입니다. 승자는 모든 면에서 선한 면을 보는 긍정적인 사상가들입니다. 일상적인 것에서, 그들은 특별함을 만들어 냅니다. 승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믿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볼 수 없을 때도 말입니다. 승자는 인내심이 강합니다. 그들은 목표란 것이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노력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줍니다. 승자는 당신 같은 사람들입니다.’ 인생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 구별은 간단할 수도 있다. 승자는 인생의 전체를 보면서 살지만, 패자는 인생의 한 부분만을 보면서 산다던가. 승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공까지 바라보지만 패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또 승자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성공을 꿈꾸지만, 패자는 자신의 배만 불리려 성공을 기다린다고 하지 않은가.디아스 포라 유대 경전에 ‘승자는 땀을 믿고 패자는 요행을 믿는다. 승자는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째 일어서고 패자는 일곱 번을 낱낱이 후회한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서 한 해를 멋지게 성공의 깃발을 든 승자도 많이 있을 것이리라.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했지만, 별로 거둔 것이 없는 아쉬운 한 해를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난 시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다가오는 음력 새해에는 멋진 성공을 이루어가는 승자가 되고자 꿈꾸기를. 승자는 넘어진 뒤 일어나서 앞을 보고 나아가려고 자세를 취하고, 패자는 넘어진 뒤 일어나서 뒤를 보며 후회한다고 하지 않던가. 다시 맞는 새해엔 여유를 가지고 하루는 25시간 이상이라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일하고 만족한 얼굴로 달콤한 휴식을 취해보면 좋지 않겠는가. 아무리 빨리 날아가는 시간이라도 꼭 붙잡아 함께 달리면서 내가 하는 일의 과정을 즐기다 보면 순간마다 성취의 기쁨을 만끽하지 않으랴. 동녘 하늘을 물들이며 설렘으로 다가드는 새벽빛처럼, 온몸 가득 밝고 희망찬 기운으로 한 해를 모두 다시 힘차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갈 곳이 없다더니

갈 곳이 없다더니/ 서정홍전라도 경상도 가리지 않고/ 공사장 일거리 찾아 돌아다닌 지 이십 년째라던 김씨/ 간암 진단 받자마자 다른 병까지 겹쳐/ 비싼 치료비로 집안 살림 거덜 나고/ 시내에서 산동네로 전세방에서 사글세방으로/ 사글세방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더니//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플 짬도 없이 바쁘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어야 한다더니// 죽는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눈물 쏟아내던 김씨/ 하늘로 갔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더니- 시집 『58년 개띠』 (보리, 2003)................................................. 산골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시인의 이웃 중에 이래 살다 세상을 떠난 ‘김씨’가 있었나보다. 우리 둘레에도 이처럼 ‘시내에서 산동네로 전세방에서 사글세방으로’ 내몰리며 전전긍긍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다. ‘이부망천’이란 과장된 비유로 해당 지역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얼빠진 정치인도 있었지만, 실제로 겪지 않고서는 그들의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 자고나면 밤새 집값이 일억 올랐네 이억 올랐네 그러면서도 성이 차지 않는 사람들이 ‘사글세방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알 턱이 없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주워 모은 폐박스를 개근하면서 매일 휑하니 쳐다보는 저울의 눈금과 내 아파트 가격의 상승곡선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 서울에 사는 것도 다 능력이라며, 내 아파트 값 좀 오른다고 상대적 박탈감 어쩌고 배 아파들 말라고 한다. 작년 한해 서울의 새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평균 분양가 대비 50% 가까이 올랐다. 서울은 분양가 대비 실거래가가 평균 3억7천여만 원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치를 기록했고, 전국 평균으로는 입주 1년 미만 아파트 거래가격이 분양가 대비 6천8백만 원 상승했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분양 받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다. 결국 일부 당첨자에게만 행운이 돌아가고 그 틈바구니에서 부동산중개업자만 이익을 챙겼을 테지만 정부도 속수무책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으리라. 물론 분양가 억제책으로 공급이 감소되면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새 아파트의 가격은 더욱 오르고,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염려되기는 한다. 그래서 다른 규제책을 병행하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려는 오래된 탐욕의 싹을 자르지 않으면 실효성이 적거나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믿어주고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조금씩 욕망을 줄인다면 수요공급의 불균형이란 말도 사실상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자연으로부터 선사받은 선물인 토지는 사적소유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개념의 토지공유제를 돌아보아야하지 않을까. 경북대 김윤상 석좌교수의 ‘地公’ 주의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 지공주의는 “극심한 가난이 존재하는 원인은 토지의 사유에 있다”는 헨리 조지의 확신을 받혀주는 이론이다. 부동산 투기의 대표적인 주범이자 악의 축인 아파트 투기에 대한 고강도 대책은 불평등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비난할 수는 없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가차 없는 불로소득세를 징수해 도시와 농어촌 빈민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분배의 정의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단팥빵을 좋아합니다

나는 단팥빵을 좋아합니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대구는 오래된 제과점이 많다. 여러 가지 종류의 빵들을 볼 수 있지만, 특히 단팥빵 브랜드가 많다. 수십 년간 단팥빵을 만들어온 곳이 있는가 하면, 요즘 새로 생긴 젊은 브랜드의 체인점도 많이 있다.거슬러 올라가면, 경주 황남빵도 크게 보자면 단팥빵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젊은 사람들 중에는 많은 것 같지 않지만, 대구 경북 사람들이 오랫동안 단팥빵을 즐겨 온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얼마 전 병원에 단팥빵을 한 아름 갖고 온 자매가 있다. 내가 수년간 여러 가지 수술을 해드렸던 환자가 경기도에 사는 자신의 동생과 함께 와서 자매가 함께 수술한 적이 있다.후덥지근했던 지난 여름, 함께 눈 수술을 했던 자매는 큰 문제없이 수술이 잘 끝나서 잊고 있었는데, 지난 가을 필자를 찾아온 언니로부터 동생의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동생의 한쪽 눈이 짝짝이가 되었다는 것이다.언니의 설명을 듣고는 그 원인을 추측할 수 없어서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던 중에 이번 겨울에 내려올 수 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함께 병원을 찾아온 자매를 만났다. 언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동생은 한쪽 눈꺼풀이 아래로 처져 내려와서 쌍꺼풀이 다 덮여 버린 상태였다. 흔히 말하는 ‘짝짝이’가 된 것이었다.필자의 수술 실력이 최고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던 언니는 동생에게 이런 문제가 생기지 마치 자신으로 인해 그런 일이 생긴 것처럼 생각이 들었던지 필자보다 더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언니의 ‘선생님이 책임지고 고쳐 줘야 해요.’ 라는 말을 귓속으로 넘기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살펴보았다.눈꺼풀이 처진 쪽의 얼굴이 조금 더 작고, 눈꺼풀과 눈썹이 함께 처져 내려온 것을 보고, 좌우 얼굴의 크기가 다른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런 상황을 미리 알아차리고는 수술로 높이가 서로 다른 눈썹이 같은 높이가 되도록 만들어 주었지만, 60여 년 동안 살아오신 얼굴의 비대칭이 어디 가랴?결국 좌우 이마 근육의 힘의 차이가 다시 생겨 눈썹이 아래로 내려간 것이고 이것 때문에 눈썹 아래 피부가 처지면서 짝짝이가 된 것이었다. ‘이제껏 눈을 뜨시던 습관이 어디 가나요? 수술로 교정을 해 주어도 예전으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너무 강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이제 비대칭의 정도를 어느 정도 확인했으니 이것만 교정해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 기왕 교정하는 것이니 내 눈에 보이는 부족한 점을 모두 교정해주기로 마음먹고 수술을 시작했다. 처져 내려온 눈썹도 다시 올려서 교정을 해 주었고, 처진 눈꺼풀도 함께 교정해 주었다.수술하는 동안 맞벌이하는 딸의 손주들을 돌보시는 할머니라 어렵게 시간을 내서 내려온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다시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해결해 주었다.일주일 뒤 실밥을 뽑던 날, 좌우가 반듯하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보고 세 사람 모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말로 안심시켜 주었다.수술 후 문제가 생겨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매는 교정수술이 잘 된 것에 감사하는 뜻으로 단팥빵을 한아름 가지고 와서 안겨주고 돌아갔다.단팥빵이 많아서 병원 식구 모두가 나누어 가졌다.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한 번씩 데워서 한 입 베어 물으면, 달달한 단팥의 맛과 함께 웃는 낯으로 되돌아간 자매가 눈앞에 떠오른다.바쁜 병원 일로 지칠 때, 달달한 단팥빵은 나에게 활력이 돋우어 주는 존재다. 혈당이 쑤욱 올라가서 그런지 기분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사실 이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보다 중년 이상의 나이에서 추억이 많은 음식이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곤 하는 것을 보면 필자도 중년으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단팥빵 하나처럼 나와 만나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동성로의 수많은 병원들 중에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만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비록 약간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믿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2020년 올 한 해 동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에어부산 대구철수’…노선 다변화 허점 없나

에어부산이 기어이 대구를 등졌다. 인천국제공항에 진출한지 불과 한 달만에 대구국제공항에서 완전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얄팍한 상술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에어부산은 지난 2016년 삿포로, 후쿠오카, 싼야 등 대구와 일본·중국을 연결하는 3개 노선에 처음 취항했다. 당시 에어부산은 대구시청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취항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하며 자세를 낮추던 항공사다.취항 후에는 해당 노선에서 발생한 적자를 대구시로부터 보조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하다. 티웨이 등 대구공항 취항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다른 항공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에어부산은 하계 스케줄이 시작되는 오는 3월29일부터 대구를 오가는 국제선(대만 타이베이), 국내선(제주·김포) 운항을 모두 중단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일본 5개, 중국·동남아 4개 등 총 9개 취항 노선 중 타이베이를 제외한 8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에어부산은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한 반발로 지역의 일본행 여행객이 급감하자 서둘러 일본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곧 이어 인천공항 노선 허가가 나자 항공기를 인천 쪽으로 돌렸다. 대구 완전 철수는 이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대구보다 수익이 많이 나는 인천 쪽을 선택해 미련두지 않고 대구를 떠난 것이다.대구·경북은 이번 에어부산 사태를 지역의 내공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항은 지역의 국제화, 경제 활력, 관광 활성화 등 모든 것을 한데 담아 보여주는 지표다.수출입 상담 등을 위해 지역을 찾는 외국 경제인들이 늘어나야 다변화된 노선들이 유지될 수 있다. 또 지역경제의 내실이 없으면 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역의 관광활성화도 빠트릴 수 없는 과제다. 외국인들의 공항 이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대구·경북은 오는 21일 통합신공항 이전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통합신공항 성패에 지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합신공항은 현재 대구공항의 국제선 노선이 다변화되는 등 취항기반이 공고해져야 성공할 수 있다. 우선은 에어부산 철수로 생긴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대체 노선 개발이 시급하다.대구시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지역에 취항하고 있는 각 항공사들의 현황과 애로점을 점검해 유사 사태가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구시의 항공사 유치와 노선 다변화 정책에 안이한 대응은 없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박준우 시시비비 - 지역경제를 살리는 묘수를 찾자

경제는 심리라고들 한다. 시장이 경제활동 주체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일 텐데 현재 들쭉날쭉한 집값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사실 지역경제는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각종 지역경제 관련 지표가 희망적인 내용보단 침울한 것들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어쩌다 이런 걱정까지 할 정도가 됐나 싶지만, 이게 지금 대구 경제의 현실이다.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대구·경북권 전문대, 대학, 일반대학원 졸업자 취업 및 진로 현황’(2018년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경북은 4년제 대졸 취업률이 6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였고, 대구는 57%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취업률은 64.1%였다.이 결과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번 취업률 조사가 건강보험과 국세 자료 등을 이용해 전국 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곧 지역 내 일자리 부족만을 저조한 취업률의 원인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지역 졸업생들의 취업경쟁력 약화가 조사 결과에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지방정부는 젊은층의 탈대구 현상을 막기 위해 양질의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당장 우수한 인력을 원하는 기업체를 대구에 유치해 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 중장기적으론 지역공동체의 미래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현재 지역경제 실상은 정권 탓만 하면서, 정권 교체를 기다리기엔 분야별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또 설령 앞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미 경험해 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나아질 것도 없으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지금 시급한 것은 지방정부를 비롯해 모든 경제 주체들의 변화와 각성이다.지난해 12월 대구상의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회’ 자료를 보면 대구의 경기 부진은 생산, 고용을 비롯해 대부분 지표에서 전국 동향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대구는 제조업 상황을 알 수 있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전국 평균 1.2% 감소)했고, 중소기업 가동률도 70.6%(전국 평균 73%)로 하위권이었다. 고용 역시 취업자 수가 122만6천 명(2019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2천 명 감소했다. 취업자를 세분화해서 보면 제조업이 9천 명, 도소매숙박업이 2만1천 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취업자 수는 33만1천 명 증가했다.전문가들은 대구의 대기업과 중국에의 과도한 의존도를 경제지표가 저조하게 나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자동차부품 수출의 경우 대구는 중국 비중이 15.1%를 차지했지만, 국내 전체로는 중국이 8.5%에 그쳤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중국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 러시아 등지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는 중국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된 형편이다. 지역 기업들의 수출선 다변화가 어려운 것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라도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의 보수적 정치 성향이 기업활동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 어쩌나 해서, 걱정스럽기도 하다.올해 최대 이벤트는 역시 국회의원 선거이다. 그런데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을 보는 지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한 것 같다. 그 결과가 아마 예측범위 안에 있을 것이기에 굳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내 한 표가 갖는 가치와 의미도 못 찾는 듯하다.그렇지만 지역경제 현실을 보면 이번 선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성이 있다. 지역에서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변화의 물꼬를 정치 쪽에서 먼저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정치와 경제는 따로따로 굴러갈 수 없다. 두 분야가 각기 그 역할을 온전히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 공동체에 활력이 돌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특정 정당이 정치를 독식하고 있는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정치에 온전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침체한 공동체와 경제에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건 또 정치인에게 최대치의 역량을 끌어내는 유권자의 묘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기고 - 다중이용업소의 안전 책임

상주소방서 함창119안전센터 센터장 박호찬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평균 기온이 높긴 하지만, 추운 날씨 탓에 실내 활동으로 다중이용업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그럼 다중이용업소란 무엇인가? 다중이용업소란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일반음식점, 노래방, 영화관, PC방, 목욕장, 산후조리원, 고시원 등 생활에 밀접해 있고, 화재 시 다수의 인명 및 재산피해가 우려가 높은 시설이기에 적극적인 화재예방이 필요하다.영업주는 업소 내 가연물 제거 및 안전시설 등이 정상작동 하는지, 비상구에 적치된 물건은 없는지, 영업시작 전 점검함으로써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또한 다중이용업소 운영의 책임과 의무가 있는 만큼 소방시설 및 비상구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자체계획을 수립하여 소방교육 또는 소방훈련을 통해 화재를 대비해야 한다.화재발생 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비상구 관리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비상구가 닫혀있거나 주변 적치물로 인해 대피가 어렵다면 비상구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비상구는 항상 개방되어 있어야 하며, 피난동선 상에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유사시 업소 내 많은 이용객들이 피난하는 생명의 문이자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용객은 평상시 비상구와 유도등을 확인하는 작은 습관이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소방서에서는 안전시설 완비증명, 특별조사, 소방활동 자료조사 등을 통해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겨울철 특수시책으로 소방간부 현장 확인제를 운영해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인명, 재산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이 최우선이다. 설 연휴에 친지를 만나 즐거운 시간되고 소방서, 영업주, 이용객들이 모두 화재예방을 실천해 안전하고 풍성한 명절이 되길 바란다.

미주통신 - 당신은 창조주 나는 피조물 임을 고백하는 하루

당신은 '창조주' 나는 '피조물'임을 고백하는 하루신영재미 시인·칼럼니스트긴 비행시간이 이유였을까. 한국을 다녀와 2주 후쯤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에 어쩔 줄을 몰라 했던 일이다.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 어느 곳에 가든지 새로운 곳에서의 음식을 마다하지 않고 먹는 편이고, 잠도 잘자는 편이었으며 아침저녁으로 화장실을 가는 일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10여 년 전부터 교회의 선교사역도 여러 번 다녀왔지만, 다른 교인들에 비해 별 불편함이 없이 다녀와 같이 간 다른 분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1박 2일의 종주산행을 가서도 마찬가지였고 타국이나 타 주의 장시간 산행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해왔었다.한국을 다녀온 지 열흘이 지났는데 시차가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한 이틀 정도면 시차 극복이 되는가 싶은데, 이상하리만치 미국 집에 돌아오면 일주일은 힘들어한다. 물론 남편의 꾸지람 섞인 뒷말도 이어진다. 한국에 갈 때는 신바람이 나서 시차 극복이 쉬운데, 집에 도착하면 귀찮아서 그런다는 핀잔 섞인 말을 흘린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니 그냥 흘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다. 집에서 주로 내 할 일을 하는 나는 자유로운 것이 문제였음을 말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밤잠을 못 자면 낮잠을 잔 이유였다.물론 잠자는 시간이 남다르긴 하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 정리를 하더라도 환한 대낮보다는 조용한 새벽 시간이나 늦은 밤 시간을 많이 택하니 말이다. 여하튼 이유를 불문하고 내게 큰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남편이 일을 나가고 혼자 있는 아침 시간이었다. 남편이랑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주했으니 자연스럽게 커피 잔을 씻고 볼일을 보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무엇인가 수월치 않음을 직감했다. 이리저리 애를 써보는데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건이 내게는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 되고 말았다.문득 오래전 일이 생각났다. 25여 년 전 한국에서 시아버님 친하신 친구분 아드님이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다가 30대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일이 있었다.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보통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본능적 행동도 스스럼없이 해보면서 별 생각을 다 했다. 남편을 되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고 가깝게 사는 친구를 부를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 친구도 비즈니스를 하는 친구니 그냥 마음에서 접고 말았다. 이렇게 다급한 상황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몇 있다는 것이 내게는 또한 감사이고 축복이었다.눈이 펑펑 내리던 날의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다급한 마음에 가깝게 사시는 우리 교회 여자 부목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목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급한 대로 관장약을 부탁드린다고 염치불고하고 말씀을 드린 것이다. 머리와 온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목사님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눈길이라 운전하시기 힘드시니, 바깥 목사님이 운전을 해주시고 두 아이를 태우고 온 가족이 눈이 펑펑 오는 날 오셨다. 자동차의 눈을 치우시랴 두 아이 챙겨서 차에 태우시랴 얼마나 바쁘셨을까. 생각하니 너무도 감사하고 송구스런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렇듯 생각지 못한 생리적 현상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시간이 내게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머리와 몸에서 식은땀이 나는 때에 이러다 큰 일이 생길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순간 너무도 나약한 나를 또 만난다. 내 몸에서 열린 구멍 하나 막히면 이렇듯 온몸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 것이다. 눈과 귀와 코(콧구멍) 그리고 입과 생식기의 모든 호흡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고 감사한 선물인지 다시 또 '당신은 창조주 나는 피조물'임을 고백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디 그뿐일까.'당신은 창조주 나는 피조물임을 고백하는 하루'였다. 그리고 다급한 상황에서 내 곁에 누가 있는지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곁에 있는 이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을 서로 보듬어주고 기대어 의지하며 사는 것이 인생임을 다시 또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연로하신 어른들을 그리고 홀로 사시는 어른들을 잠시 또 생각했다. 이렇듯 급한 일이 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감사한 축복이 또 있을까. 지금 호흡하는 이 시간이 또 감사한 것을.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 절반과 동반/신영복

절반과 동반/ 신영복피아노의 건반은 우리에게 반음의 의미를 가르칩니다/ 반은 절반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동반을 의미합니다// 모든 관계의 비결은 바로 이 반(半)과 반(伴)의 여백에 있습니다/ '절반의 비탄'은 '절반의 환희'와 같은 것이며/ '절반의 패배'는 '절반의 승리'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절반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절제할 수만 있다면/ 설령 그것이 환희와 비탄, 승리와 패배라는 대적(對敵)의 언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동반의 자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신영복의 '처음처럼' (랜덤하우스, 2007).......................................욕파불능(欲罷不能)이란 말이 있다. 스승인 공자를 닮아가는 일을 멈추고자 하여도 차마 멈출 수 없다고 한 공자의 제자 안연의 말이다. 신영복 선생의 제자도 아니고 발 끄트머리도 닮지는 못했지만 선생을 흠모하는 마음만큼은 그와 같다. 선생께서 세상 떠나신 지도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선생은 가셨어도 삶에 대한 사색, 생명에 대한 외경, 함께 사는 삶, 성찰과 희망에 대한 여러 글들이 가슴 속에서 전율을 일으킬 때가 많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라고 하셨건만 솔직히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려웠다.선생께서 우리에게 들려준 일관된 주제가 바로 역경을 견디는 자세이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며, 날마다 갱신하는 삶을 살아가자는 의미다. 소주 로그로 쓰이고 있는 '처음처럼'은 신영복 선생이 즐겨 쓰시던 문구와 글씨다. 당시 신제품 개발을 마치고 제품명을 고민할 즈음에 광고회사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가 이 문구를 추천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손 대표가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으며 새 당명 '더불어민주당'까지 이어진다. 다 알다시피 이 '더불어'도 신영복 선생의 저서 '더불어 숲'에서 따온 것이다.이 '더불어'와 맥이 바로 통하는 글이 '절반(折半)과 동반(同伴)'이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이란 말도 같은 의미라 하겠다. 지난 '조국'집회 때도 이 말이 떠올랐다. 반(半)은 어떤 것의 절반을 의미하는 동시에 양쪽의 두 대상이 공존하며 함께 나아가는 동반의 의미가 있다. 피아노는 흰색 건반인 온음과 그 온음 사이 검은색 건반인 반음의 조화와 화음으로 연주되고 아름다운 음악은 그렇게 완성된다.'동반'의 의미에 주목하여, 절반이 승리하면 남은 절반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남아공의 흑백 대립을 두고 처음 한 말씀이지만 그것만을 뜻하지는 않았다. 계층 간, 남과 북, 정치집단 간 모든 갈등과 대립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희망의 반대편에서 절망에 빠져있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이 지는 관계가 아니라 협력과 조화의 관계임을 말한다. 밤이 깊을수록 별이 더욱 빛난다는 사실은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위로이다. 몸이 차가울수록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길이 험할수록 함께 걸어갈 길벗이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라 했다. 진정한 연대의 의미도 그것에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선생의 말씀들을 통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칼날 같은 우리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여 동락의 경지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경제칼럼 - 디지털 빵 부스러기에 거는 기대

살다 보면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기억에 남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설혹, 기억에 남아 있더라도 아주 또렷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라는 6하 원칙에 맞춰 재구성할 수 있는 기억은 손에 꼽을 만 할 것이다.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경험 대부분은 아마도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속의 저장장치나 어디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데이터센터, 혹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경험이 언제든 타인의 손에 의해 6하 원칙을 충족시키는 데이터로 가공되어 어떤 이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창출하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이처럼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구매 패턴, 결제 방법, 구매 이력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록은 물론 SNS, 이메일, 홈페이지 방문 및 검색 이력 등과 같은 개인 생활 전반에 걸친 흔적들 즉,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디지털 데이터로 남아 축적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를 모색하는 시대이다.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빵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 이른바 디지털 빵 부스러기(Digital Breadcrumbs)를 얼마나 잘 수집, 가공, 활용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 나아가서는 산업 및 국가 경쟁력의 우열이 갈리는 시대가 되었다. 철강이나 반도체와 같이 오래 전부터 빅데이터가 미래산업의 원유 혹은 쌀로 불려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예를 들어, 구글이나 아마존, 알리바바, 페이스북 등과 같은 선진기업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원천은 다름아닌 열심히 모은 디지털 빵 부스러기와 이를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인공지능)와 같은 첨단기술은 그 자체로 훌륭한 상품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부의 원천을 가져다 줄 디지털 빵 부스러기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 개발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통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고 잘 팔아 수익만 남기면 끝인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무한책임을 지고 서비스 가능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이고,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다.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 일본의 대형 종합건설장비 업체 코마츠와 히타치, 타이어 업체 미쉐린 등 수많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화를 통해 큰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주 우리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빅데이터) 3법 개정안이 우리 기업이나 산업 및 경제에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빅데이터의 활용에 관한 불필요한 중복규제가 없어지게 됨에 따라 정보 활용 폭을 넓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이번 개정안 통과로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3개 법률과 감독기구가 일원화되어 이전까지 있어 왔던 개인정보 활용에 관한 불필요한 중복규제는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 명시되어 있는 ‘가명 정보’를 이용하면 개인정보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향후 우리 기업들은 개인정보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변화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함으로써 경쟁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살려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려간다면 우리 경제도 그 동안 약화되었던 성장 잠재력을 만회하기에 충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이번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로 그 동안 이루지 못했던 우리 기업들의 큰 숙원 하나가 이뤄진 셈이 되었다. ‘가명 정보’라는 새로운 쌀을 가지고 밥을 지을지, 아니면 떡이나 과자 혹은 빵을 만들지 선택은 이제 오롯이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몫이 되었다. ‘가명 정보’가 디지털 빵 부스러기에 그칠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지 두고 볼 일이다.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 탁본, 아프리카/문인수

‘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린 의사 출신, 고(故) 이태석 요한 신부의 삶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중략)/ 그는 다만 아프리카를 앓다가 갔다. 사랑은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사랑하고 사랑한 일. 할 일이 엄청 많이도 남아 있었던 이, 그를 데려간 하느님의 뜻이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화면 속 벽안의 어느 노신부는 그것이 바로 하늘의 신비라고 말했다./ (중략) 깜깜한 극장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때마침 눈꼬리를 찍어내고 싶었다. 어, 손수건이 없었다. 낌새를 알아챈 네가, 너의 손길이 어둠속을 더듬어 내게 번진 물기를 꼭, 꼭, 눌러 닦아주었다. (하략) - 시집 『적막 소리』. (창비, 2012)........................................................정한용 시인의 이란 시가 있다. 역사책을 읽을 때 이름 다음에 괄호하고 생몰연도만 표기된 숫자 사이 ‘멸치꽁지’같은 이 ‘작은 파선’속에 한 인간의 생애가 고스란히 꼼짝없이 체포되어 요약된 것이 마땅하냐는 눈초리의 시다. 한 인간이 몸과 영혼으로 살아낸 생과 그 절절한 과정들을 저 파선 안에서 어찌 이해하고 전달받을 수 있을까. ‘~’ 속에 일괄 파묻히는 것에 대한 허망을 토로하지만, 그것도 교과서에 오를 만한 인물이면 모를까 티끌조차 남지 않는 대부분의 생은 어쩌란 말이냐.우리 현대사에 국한하더라도 영웅에 버금가는 헌신적인 삶을 살다간 의인은 적지 않았다. 그들조차도 대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져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10년 전 우리를 그토록 뜨겁게 하고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뿌리게 했던 이태석 신부의 파선(1962. 10. 17 ~ 2010. 1. 14)은 달랐고, 우리는 어김없이 매년 이맘때면 그리움으로 그를 소환한다. 그의 아프리카 ‘탁본’은 워낙 강렬하고 선명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쉬 지워지지 않고 숭고한 삶의 표상으로 그를 되새기기 때문이다.수단 사람들은 마을을 지켜야할 전사들이 우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그런데 이태석 신부의 선종 시 좀처럼 울지 않는 톤즈 사람들이 펑펑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되었다. 이 영화가 상영될 당시 신부님의 삶은 교회의 안팎으로 그 파장이 컸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신 자승 스님에 의해 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에서도 영화가 상영되었다. “불교에서 지향하는 이타행(利他行)과 하화중생(下化衆生·아래로 중생을 제도한다)을 천주교 신부님께서 구현했습니다. 성불하십시오.” 영화가 끝난 뒤 스님의 말씀이었다.이렇듯 한 사람의 생애가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으며, 드디어는 눈물로 고해성사토록 했다. 신부님은 그들에겐 구세주요 예수의 다름 아니었다. "Everything is good." 이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신부님의 삶은 담양 성직자 묘역 묘비에도 새겨져 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이토록 영혼의 큰 떨림을 주신 신부님의 삶과 업적은 당연히 수단의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선종 10주기를 맞아 고향 부산에 기념관이 개관되었고, ‘울지마 톤즈2’ 가 개봉되었다.‘슈크란 바바’는 수단어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란 뜻이다. 우리는 그의 삶과 죽음 속에 깃든 비의의 긴 파선(~) 가운데 얼마나 머물 수 있으며, ‘탁본’을 간직할 수 있을까.

기사 외면…택시 ‘전액관리제’ 이대론 안돼

올해 첫 도입된 법인택시의 ‘전액관리제’가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택시 업체와 기사들이 소득 감소를 우려, ‘사납금제’ 대신 도입한 ‘전액관리제’를 아예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대표적인 탁상행정이 됐다.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업체·기사는 과태료 폭탄이 불가피해 소송 등 또 다른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올해 법인택시의 ‘사납금’ 제도가 전면 폐지되고 택시 기사가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가 첫 시행됐지만 대구지역 법인택시 89개(6천17대) 업체 중 노사 임금 협상이 이뤄진 곳은 한곳도 없다. 이에 업체와 기사 모두 사실상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시행됐다.업체와 기사는 전액관리제를 할 경우 실질 수입이 줄어들 뿐 아니라 기본급이 올라 세금과 4대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택시 업체도 기사 퇴직금과 세금 부담이 는다. 전액관리제는 택시 기사가 승객 요금을 회사에 모두 내고 회사는 기사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택시업계는 그간 기사가 하루 운행 시 일정 금액을 내고 추가 수익은 기사가 가져가는 방식의 사납금제를 운영했다.다음 달 10일 법인택시 업계의 월급날을 앞두고 대구시가 전액관리제 미시행 업체와 근로자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기사들은 임금이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번 돈을 모두 회사로 넣으라니 말이 되냐며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택시업계도 고민이 깊다. 기사가 수익금을 자발적으로 회사에 납부하지 않으면 강제로 받을 방법이 없을뿐더러 위반 과태료가 업체는 1차 적발 시 500만 원, 2차 적발부터는 1천만 원이다. 기사는 적발될 때마다 50만 원을 내야 한다. 업계와 기사 모두 부담이 적지 않아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법인택시조합은 과태료 부과 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물러설 기미가 없다. 대구시도 법정사항으로 전액관리제를 유예할 방안이 없다며 중앙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이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이다. 서울에서는 노사 임금협상까지 마쳤지만 이름만 바뀐 사납금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되레 기사에게 더 불리해졌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택시 기사의 생활 안정을 꾀할 목적으로 마련된 전액관리제가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채 시행하려다가 벽에 부딪혔다. 국토교통부는 현황을 제대로 파악,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더 이상 혼란은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