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남천 잎이 발그레 물들어 길을 장식한다.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나무 잎사귀 아래 빨갛게 피어나 융단처럼 깔린 꽃의 무리가 길손의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가을이 저만치서 평화로운 풍경으로 익어간다.‘가을은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지는 낙엽이 그러하고 부는 바람이 그러하고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주는 상념은 더욱 그러하리라.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 이채 시인은 읊지 않던가.가을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으리라. 끝이 모르게 이어지는 거리 두기와 잘 알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위로를 얻는 것 같다. 대면하지 않아도 클릭만 하면 보이는 화면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듣고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영웅시대 카페에 들어갔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가 이해가 잘 안 됐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그의 노래를 듣게 하고 위로를 받게 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선의를 받아들여 영웅의 노래를 들었다. 영상으로 만났더니 과연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혼이 담긴 노래였다. 온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부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그의 노래 속엔 평안과 고요가 있었다. 그의 노래 속에는 어떤 욕심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니, 듣는 이도 편해지는 것 같다. 자신은 더 편안할지도 모르겠다. 과욕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무아의 경지에서 노래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의 노래는 우리의 외로움과 사회적 소외를 채워주고 위로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한없이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어머니가 아기를 보듬는 정감마저 느껴진다. 영웅이 탄생했다면서 환호성을 울려대어도 무덤덤했었는데 이제야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혼을 담아 부르는 그의 성실한 자세와 그가 어렵게 살아온 날들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고생담이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어둠 속의 등불처럼 감동이 일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고 영웅에게서 잠시나마 기쁨을 얻었으면 좋으리라 싶다.세상을 살다 보면 분명 고통스럽고 불안한 날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삶 속에는 기쁘고 행복한 일, 가슴 벅찬 일들도 찾아보면 많지 않겠는가.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정말이지 살면서 고생도 해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있어야 그것을 얻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통 후에 이루게 된 결과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할 터이고.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고통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남이 잘되면 그들은 고통 없이 쉽게 된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고통은 더 커 보이는 경우조차도 많을 것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 않던가. 때로는 운이 따라서 쉽게 성공을 하는 것 같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운도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미스터트로트의 최고, 영웅은 인생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이는 많이 먹지 않았지만, 정말 혼이 담긴 사랑의 노래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의 노래는 분명 창조적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그의 무대가 순간순간 떠오른다. 노래가 끝났을 때,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다. 얼굴엔 평화가 느껴졌다. 마치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경청해 준 것처럼, 그의 표정은 오히려 쑥스러워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 가나 보다. 온통 영웅시대 이야기가 회자한다. 임영웅은 우리들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맞춤형 위로 곡을 우리에게 선물한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우리는 노래를 부른 사람 영웅과 함께 하나가 돼 세상을 살아나갈 큰 용기를 얻을 것 같다. 그의 출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수의 출현이라고 한다. 영웅이란 이름 표현이 아깝지 않은 그야말로 영웅이다.난세에 영웅은 불쑥 솟아나 늘 빛을 밝히지 않던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이 시기에 빛을 던지는 영웅들을 찾아 날마다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 위기 속 추석 물가 비상…‘서민 겹고통’

추석을 열흘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유례없이 길었던 올여름 장마와 잇단 태풍 등의 영향으로 과일류를 포함한 각종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진 때문이다. 장을 보러간 주부들이 오른 가격을 보고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고 한다. 경기는 이미 최악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이다. 대구지역 기업 중 추석을 맞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업체는 46.8%로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액도 지난해보다 적게 지급한다는 업체가 41.4%로 가장 많았다. 추석 이후 경기 전망도 43.5%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 하나 밝은 전망이 없다. 경기 악화, 물가 상승, 가계수입 감소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물가정보가 최근 조사한 전통시장의 추석 상차림 비용(4인 가족 기준)은 27만5천 원으로 전년보다 16.5%, 대형마트는 40만4천730원으로 24.7%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추석 상차림의 대표 과일인 사과는 지난해보다 60%, 고구마는 45.8%나 가격이 뛰었다. 무, 애호박, 대파, 상추 등 채소류의 가격도 26.7%에서 85.7%까지 상승했다. 육류와 계란 등의 품목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가격만 오른 상태에서 소비가 줄어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마, 폭염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채솟값 등락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워낙 피해가 심해 예년과 상황이 다른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 상승 추세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 수급불안이 서민물가 불안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 방역과 함께 물가 안정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자영업자·저소득층 생계 지원과 경기 부양을 위해 59년만에 4차례나 추경이 편성됐다. 유동성 확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짚어봐야 한다. 대구시 등 각 지자체가 잇따라 추석 물가 안정과 합리적 소비유도를 위해 착한가격 업소 홍보, 온누리 상품권 활용, 전통시장 장보기 등 특별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더 필요한 대책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석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동시에 추석 물가 상승이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장단기 물가 안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 고마 해라’

홍석봉논설위원점입가경이다. 온 국민의 일상이 뒤죽박죽이 됐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은 잡힐 기색이 없다. 지도층 인사들은 코로나에 노심초사 중인 국민들의 가슴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의료계 파업 뒤끝도 씁쓰레하다. 최고 엘리트 집단의 호박씨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지도층의 특권의식에 국민 가슴엔 피멍이 든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를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궤변이 난무한다. 끗발 좋은 부모님을 둔 병사의 직무 일탈이 신성한 병역 의무를 농락하고 국방부는 모멸당하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고개 숙이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언론과 야당의 추궁과 닦달에 또박또박 말대꾸하며 사태를 키웠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마지못해 한 듯한 사과 표명은 않는 것만 못했다. 부모 찬스의 ‘스펙 품앗이’로 국민 공분을 산 조국 전 장관 딸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황제 군 복무’를 대하는 국민들은 한국 사회에 난무하는 ‘엄마찬스’와 ‘아빠찬스’에 절망한다. 더구나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장관이 되레 공정과 정의를 우롱하는 판국에랴.-공정과 정의 우롱한 지도층의 파렴치의사 파업은 겨우 봉합됐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 부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국민 정서에도 안 맞는다는 주장이 많다. 의사 집단만 특별대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자의로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지만 의료계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이해집단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밀어붙인 정부의 경솔함 탓이 크다.의사는 자격증을 따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고생과 수고 끝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책임을 진다.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고 예우 받는다.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와 국민이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낙후된 지역의 인력 부족과 의료 시설 투자는 정부몫이다.많은 국민들이 의사 파업을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본다. 국민들의 생명을 외면한 채 환자를 볼모로 잡는 인질극은 더 이상 안 된다.지도층의 내로남불과 비상식에 국민들은 지쳤다.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외침은 문재인 정부를 욕보이는 부메랑이 됐다. 공정과 정의가 마구 유린당하고 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은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공정을 강조했다. 물정 모르는 소리에 헛웃음만 나온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다시 회자된다. 로마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솔선수범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에 나섰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2000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했다.-‘X뺑이’ 친 병역필자 우습게 만들지 마라영국의 사학명문 ‘이튼(Eton) 칼리지’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전사한 졸업생 1천905명의 이름을 교내 교회 건물에 새겨 놓았다.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6 · 25전쟁에 참전했다.군복을 입고 흙바닥을 뒹구는 벨기에 공주, 해병대 근무를 자원한 군 장성의 아들과 최전방에 소총수로 입대한 정권 실세의 아들, 월남전에 파병한 군 고위장성의 아들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사들의 이야기가 SNS를 달구고 있다.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추미애 장관의 모습은 한없이 추해 보인다. 추미애 구하기에 나선 여당 정치인들의 몰염치는 가관이다. 망발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수준의 알랑방귀까지 나왔다. 꼴불견이다.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에게 보낸 글의 마지막 연이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다. 족한 줄 알고 이젠 그치기를 바란다. 더 이상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물러나는 게 맞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X 뺑이’ 친 대부분의 병역필자를 우습게 만들지 마라. 이제 고마 해라.

보이스피싱,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노리는 범죄입니다

진홍천대구서부경찰서 이현지구대장개인의 재산은 소중하다.대다수의 사람들은 건강 다음으로 재산을 소중히 여긴다.지역 경찰 현장에 근무하다 보면 다양한 사기 피해를 당한 여러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그 중에서도 전화를 통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 요구와 금전을 갈취할 목적으로 접근하는 등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금융사기수법인 보이스피싱 사례가 시민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다.최근 대구에서는 동생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인출한 금액을 30분 뒤 바로 사기범에게 전달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보이스피싱 사례는 지역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보이스피싱은 ‘보이스(VOICE)’와 ‘피싱(PHISHING)’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용어인만큼 상대방을 교묘하게 속이는 사기 수법도 다양하다.보이스피싱의 주요 유형으로는 ‘대환대출형’이 있다. 기존에 높은 대출 이자를 낮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고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다.하지만 어느 금융기관이라도 개인명의로 입금을 요구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최근에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유형은 ‘대면편취형’이다. 이는 범인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현금을 전달받는 경우다.이러한 사기 건은 금액 또한 높을 뿐더러 피해를 입은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필히 수표로 인출 또는 계좌이체를 하는 습관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현금 인출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이 밖에 휴대폰 앱을 활용하는 보이스피싱 사례도 있다.범인이 피해자에게 금융기관 전용 앱 설치를 요구하며 접근한다. 피해자가 본인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면 그때부터는 본인 휴대폰은 자신의 마음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휴대폰이 된다.휴대폰이 범인의 의도대로 작동되니 이때부터는 휴대폰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또한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사기 사건에 명의 도용된 계좌가 있다고 접근해 피해 금액을 입금시키도록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보이스피싱 범인은 피해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피해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범행을 저지른다.기존의 피싱 범죄가 중요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소극적인 방법이었다면 보이스피싱은 범행 대상자에게 송금을 요구하는 등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평소에 냉철하고 판단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게 되면 즉시 112로 신고하거나 가까운 경찰관서에서 상담을 받아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길 바란다.

낙법/ 권순진

유도에서 맨 먼저 익혀야할 게 넘어지는 기술이다/ 자빠지되 물론 상하지 말아야 한다/ 메칠 생각에 앞서 패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훈련/ 거듭해서 내동댕이쳐지다 보면 바닥과의 화친이 이루어진다/ 몸의 접점이 많을수록 몸은 안전해지고/ 나아가 기분 더럽지 않고 안락하기까지 하다/ 탁탁 손바닥으로 큰소리 장단 맞춰 바닥에 드러눕는 것이/ 더러는 보는 이에게도 참 흐뭇하다/ 머리를 우선 낮추고 몸을 둥글게 말아 구르니/ 넘어진들 몸과 마음이 상할 리 없다/ 어깨에 얹힌 힘을, 발목에 달린 힘을, 모가지에 붙은 힘을/ 죄다 빼고 헐거워져서야 마음도 둥글어진다/ 그때서야 엉덩살은 왜 그리 두껍게 붙어있는지/ 넘어지고서도 다시 일어서야할 생각은 왜 솟아나는지/ 누운 자세에서 깨달으며 무릎 세운다「낙법」 (문학공원, 2011) 낙법은 한마디로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법이다. 발을 헛디뎌 땅바닥에 넘어지거나 격투를 하다가 밀려서 뒹굴게 될 경우, 그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받거나 스스로 넘어질 때 충격을 줄이는 유도기술로 알려져 있다. 허나 어떤 운동을 하든지 안전을 위하여 반드시 사전에 익혀 두어야 할 기술이다. 유도를 배울 때 가장 먼저 가르쳐주는 게 바로 낙법이다.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아야 몸이 상하지 않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메치는 공격에 앞서서 넘어질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이다. 유비무환의 교훈을 응용한 셈이다. 넘어지는 연습을 거듭하게 되면 넘어지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패배와 친해지는 교육인지도 모른다. 전쟁에서 지는 일이 병과지상사이 듯 경기에서 지는 것도 일상적인 것이다. 많이 져봐야 마지막에 이길 수 있다. 여러 번 넘어지다 보면 바닥과 친해지는 법이다. 넘어지는 훈련과 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낙법이 제대로 되어야 마음 놓고 공격을 구사할 여유를 갖는다. 넘어져도 기분 나쁘지 않아야 다시 벌떡 일어선다.넘어지든지, 자빠지든지, 바닥과 몸의 접점이 많고 맞닿는 면적이 넓으면 충격이 분산됨으로써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는다. 아프지 않아야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고, 두려움이 없어야 용감하게 싸워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바닥을 치는 소리가 크고 경쾌해야 바닥과 잘 소통한다. 소리울림이 공허해야 충격을 비게 한다. 엄살처럼 보이지만 경쾌한 마음가짐이 정석이다.머리를 낮추는 모습이 겸손한 태도다. 아울러 몸을 둥글게 말아야 마찰이 적고 부딪힐 가능성도 낮아진다. 등판을 둥글둥글하게 말아서 굴러주면 바닥도 조용히 받쳐준다. 구르는 몸에는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머리를 감추고 몸을 말아 구르는 판에서 몸이 상할 까닭이 없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패배와 친해질 수 있다. 몸에서 힘을 빼야 마음도 비게 된다. 팔, 어깨, 발목 모가지, 엉덩이 할 것 없이 모두 다 힘을 빼야 몸이 부드러워지고 마음도 나긋나긋하게 된다. 그래야 마음이 멍들지 않는다.낙법을 알 만할 즈음, 비로소 몸의 조화로움이 깨어난다. 늘어진 근육 살이 졸깃졸깃해지고 두툼한 엉덩이 살이 탱글탱글하게 살아난다. 넘어져도 몸이 개운하고 마음은 경쾌하다. 넘어지는 게 별 거 아니다.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넘어지고 자빠지더라도 일어나 무릎을 세우는 것은 누워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넘어지고 자빠지기 여사다. 넘어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낙법 원리를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오철환(문인)

대구산업선 역 추가…주민 편의 높여야

대구산업철도의 역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서명 운동과 캠페인에 나서는 등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대구산업선에 두 곳의 역을 추가하자니 사업비 부담이 큰 데다 자칫 철도 운영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 난감해하고 있다. 거기다가 정치·경제계까지 가세,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서대구 역~대구국가산업단지 간 길이 34.2㎞의 대구산업선 철도는 2027년 완공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총 사업비가 1조3천105억 원으로 7개 역이 설치될 예정이다. 대구산업선의 기본 윤곽이 나오자 달서구 성서지역 주민들이 호림 역사 설치를 요구하며 유치 활동을 펴고 있다. 달성군은 서재·세천 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전액 국비사업인 때문에 역 추가 건설 등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두 곳의 역을 추가하면 사업비가 1천600억 원가량 늘어나 사업 적정성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업 기간도 늘어나 대구시의 교통운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게다가 국토부는 사업비 증가에 대해 부정적이다.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엔 지역주민의 반발이 심해 속만 앓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치·경제계까지 나서 역 신설을 요구하면서 대구시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신설 역 추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유다.대구시는 대구산업철도 건설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대구국가산단 활성화와 대구 서부권 개발 촉진 및 주민 편의 도모라는 사업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에 역을 설치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 해소는 영영 물 건너 간다. 철도 개통 후 역을 추가 설치하려면 힘도 들뿐더러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대구산업철도는 당초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렵게 되자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역사 수도 조정하고 노선 길이도 짧게 한 저간의 사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예타 면제 사업에 선정되면서 큰 벽을 넘을 수 있었다. 기왕에 철도를 건설하려면 필요한 곳에는 역을 설치하는 것이 맞다. 일각에서는 2개 역을 한꺼번에 추가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서재·세천 역만이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하지만 대구시는 국토부와 협의, 2개 역 추가 설치를 관철시켜야 한다. 상대적 교통 낙후지역인 이들 지역의 주민 편의 개선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대구시의 역량을 기대한다.

소설, 허구와 진실의 교차점

김시욱에녹 원장소설이나 영화를 허구의 세계라 일컫는다. 다른 말로 픽션이라는 영어로 표현하기도 하다. 이에 반하는 의미로 논-픽션은 ‘실재’ 혹은 진실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엄밀히 접근하면 소설이 곧 허구(fiction)라는 등식은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 있다. 픽션은 소설의 서사, 곧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기법의 문제이다. 시대적 배경과 장소적 배경 등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들이 적지 않은 점을 볼 때, 소설을 단순히 허구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스토리 전개를 구성하는 서사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허구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 그 구분은 더더욱 어려워진다.최근 현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과거 군복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원에게 ‘소설쓰시네’라고 말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물며 소설가협회가 추미애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웃픈(?) 현실이 일어났다. 더 재미난 사실은 ‘거짓말’과 ‘허구’의 개념을 정리해 학술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소설가협회에 대한 사과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지난 14일 추미애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사과의 말 중 일부를 옮기면 ‘독백이었는데 스피커가 켜져 있다 보니 그렇게 나가버렸다. 그런 말씀 드리게 돼 상당히 죄송하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독백과 방백이라는 드라마적 용어는 엄격히 구분되는 입장이다 보니 추미애 장관의 말은 드라마 협회서 다시금 학술적으로 정리해 주리라 믿는다.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비틀어서 보기(looking awry)라는 단어를 차용해 보면 아마도 인문학 관련 협회 전체에서 추천 도서와 영화를 권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희화화’된 염려와 걱정이 일어난다.추미애 장관 옹호자들 입장에서 말하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라는 말처럼 본인이 항변하고자 한 진의는 짐작된다. 야당 의원이 제기하는 자신의 아들의 군복무 문제가 ‘거짓말’ 혹은 ‘지어낸 것’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소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이 분명한 듯하다. 참으로 재미난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소설’이라던 내용들이 진실로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탁이었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후 논할 문제라 하더라도 보좌관과 추미애 장관 부부 중 한명이 국방부에 전화했다는 사실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휴가연장이 정당한 국방부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느냐는 부분은 더없이 예민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장관 측은 위법한 부분은 없고 충분한 이해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빠’라고 불리는 극성 지지층은 잘못된 과정이나 불법적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야당과 검찰측 시나리오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황희 국회의원은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씨의 군복무 특혜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과 사진을 SNS에 올리고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 그리고 배후세력을 등에 업은 ‘국정농단’이라는 막말을 내뱉고 있다. 국방부의 입장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국방부의 설명을 요약하면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을 토대로 ‘민간 병원에서 입원이 아닌 치료를 받은 서씨는 군 병원 요양심의를 거치지 않고 청원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휘관의 전화로도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또다시 ’편 가르기‘의 문제가 된 예민한 현직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일임에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정말 한편의 소설이 2020년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음이다. 눈과 귀가 열려 있는 국민들을 앞에 두고 소설가 협회마저 비난해 온 ‘소설 쓰기’가 전개되고 있다.흔히 ‘확증편향’을 가진 자들은 자기가 가진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된 정보와 사실만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조직된 행태로 표출될 때 ‘빠’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자신들이 아닌 타인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띄게 된다.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던 ‘노빠’ ‘박빠’ 그리고 ‘문빠’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이들은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 듯하다. 현 정부의 절대 옹호세력인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은 단어에서 보듯 스스로 그러한 성향을 인정하고 있다. ‘내가 조국이다’ ‘내가 추미애다’라는 캠페인 또한 이와 유사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소설을 구성해 가는 허구라는 장치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을 독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소설쓰기’에 ‘빠’가 아닌 진정한 대다수 국민이 ‘이게 나라냐’ ‘나라가 니꺼냐’며 거리로 나설까 두렵다. 코로나 정국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

어머니 설법/ 하순희

내 몸에 상처진 것들 뜨락에 꽃으로 핀다/ 발목 걸고 넘어지던 무수한 일들도/ 생명을 실어 나르는 나뭇가지 물관이 되어// “한 세상 살다 보믄 상처도 꽃인 기라/ 이 앙다물고 견뎌내몬 다 지나가는 기라/ 세상일 어려븐 것이 니 꽃피게 하는 기라// 그라모 니도 므르게 다아 나사서/ 더 께져 아물어진 헌디가 보일기다/ 마당가 매화꽃처럼 웃을 날이 있을 기다”「종가의 불빛」(2019, 고요아침)하순희 시인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1989년 ‘시조문학’지에 추천완료, 199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별 하나를 기다리며」 「종가의 불빛」 동시조집 「잘한다잘한다 정말」과 시조선집 「적멸을 꿈꾸며」(현대시조 100인선 90번, 태학사, 2004) 등이 있다.‘어머니 설법’에서 애틋하고 애절한 어머니의 사랑을 읽는다. 내 몸에 상처진 것들이 뜨락에 꽃으로 피는 것을 보면서 발목 걸어 넘어지던 무수한 일들도 생명을 실어 나르는 나뭇가지의 물관이 되는 것을 느꺼워한다. 이어서 어머니의 말씀이 한 세상 살다 보믄 상처도 꽃이며, 이 앙다물고 견뎌내몬 다 지나가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세상일 어려븐 것조차도 니 꽃피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이른다. 그라모 니도 모르게 다아 나아서 더 께져 아물어진 헌디가 보일 것이라면서 마당가 매화꽃처럼 웃을 날이 다가오리라고 조언한다. 어머니의 육성을 들려주듯 구어체로 생생하게 진술함으로써 정감을 더할 뿐만 아니라 적잖은 위로와 힘이 되고 있다.그의 다른 작품 ‘어머니의 유산’ 역시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아흔 셋 길 떠나신 초계 정씨 내 어머니는 자 하나 가위 하나 버선 한 켤레로 남으셨지만, 그 가르침 즉 바르게 선하게 살아라 그른 길은 자르거라, 라는 말에서 보듯 단정하면서 단호하신 데가 있는 분이었다. 자나 가위가 그냥 남겨진 것이 아님을 엿본다. 그리고 차운 발을 데우는 버선처럼 살거라, 라는 말씀이 떠올라 꽃다지 피는 봄날 여린 쑥을 캐면서 바람결에 날아서 오는 환청 같은 그리움에 젖어들기도 한다. 하여 떨어지는 꽃그늘로 더디 오는 후회 앞에 나뭇가지 적시며 빗줄기에 스미는 청매화 향기로라도 가닿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긴 여운을 안긴다.또 한 편 어머니에 관한 글 ‘조장’은 더욱 간절하다. 마음 쓸쓸히 헐벗은 날 그 목소리 들린다면서 잘 있제 잘 하제, 라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그래서 푸른 울타리로 살거라, 라는 말씀이 큰 울림을 준다. 내 죽으믄 무덤 만들지 말고 말짱 태워서 곱게 가루 내어 찹쌀밥 고루 버무려 새한테 주거라, 라는 마지막 부탁은 실로 애절하다. 말짱 태우는 일은 자식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다하고자 한다. 참으로 숭고하다. 이렇듯 숙연한 날 때 없이 헛헛해 오는 저린 손을 비비면 바람소리 물소리 선연한 풍경소리 가운데 깊은 뜻 새소리로 남아 젖은 길을 날아오르는 것을 본다.신석기시대, 북방계 민족이 사용하던 토기로 그릇 표면에 빗살과 같은 무늬를 새겨 넣었고 밑바닥은 대개 둥글거나 뾰족하게 만든 토기를 보며 상상력을 작동한 ‘즐문토기’에서 그 당시 도공이 마디마디 각인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새로이 잎을 내는 맥문동 여린 꽃대에 내리며 녹아버리는 흰 눈발에서 시의 화자는 영혼을 흔드는 무늬를 본다.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여러 문양을 아로새겨간다. 어떤 무늬가 우리 속에 수놓이고 있는지는 모를 테지만, 언제 불러도 늘 부르고 싶은 어머니를 한 번씩 마음 속 깊이 울먹울먹 부르면서…. 이정환(시조 시인)

대한민국 남자의 군대 이야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2017년 군 복무 시절 휴가미귀 연장 특혜 의혹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현직 법무부장관 아들의 이야기이고 그가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에 복무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데서 국민들의 의심이 분노로 확산되고 있는 판이다. 추 장관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의 딸 문제와 달리 이번 사건은 공정과 평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생긴 일이어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 문제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군대다. 대권 문 앞에서 두 번이나 주저앉은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그랬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해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수 유승준의 처지도 그렇다.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대 문제로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걸었고 더러는 감옥을 대신 택하기도 했다. 멀쩡한 신체에 메스를 들이대고 희한한 병을 만들기도 하는 운동선수들도 젊음을 군대에서 보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짜낸 비책들이었다. 어떤 연예인은 현역 입대를 대단한 이벤트로 만들기도 했다. 군대 문제는 그렇게 민감하다.추 장관도 그런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 그래서 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군대에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 군대란 것이 카투사다. 현역 보직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은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안다. 카투사란. 아무나 갈 수 있는 부대가 아니다. 이미 그 부대에 갔다는 자체만으로도 특혜라고 보통 군인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런 부대에 갔다. 이건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사과했지만 편한 부대라고 정의했다. 전국의 카투사 현역들이나 제대병들이 들고 일어나더라도 그들이 일반 병과의 보병이나 포병 또는 기갑 같은 전투부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 군대에서 휴가를 갔다가 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다. 무릎 수술을 했고 외래 진료로 복귀하지 못했다는 거다. 사정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은 궁금증을 넘어 비난을 받고도 남는다. 10일간 병가 뒤 부대 복귀 않고 다시 9일간 병가를 연장한 휴가병은 이번에는 본인 복귀 대신에 상급 부대 대위가 와서 휴가처리 하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하루 뒤에. 그것은 당시 추 장관 아들의 부대 생활이 얼마나 황제 특권을 누렸으며 동료 병사들에게는 또 얼마나 위화감을 주었던가를 가늠하게 만드는 것이다.검찰은 처음 의혹이 제기된 뒤 9개월 넘게 수사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의 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며 불거졌던 추 장관에 대한 이미지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새삼 불거지기도 했다. 아들 휴가 연장 전화에 대해 여전히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한다.“나는 하지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다. 보좌관이 했는지는 말씀드릴 형편이 못되고 남편이 했는지는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예전의 ‘소설 쓰시네’에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국회에서 쏟아지는 질문에는 ‘증거를 대라’ ‘검찰 수사냐, 국회 대정부질문이냐’고 응수했다.추 장관은 억울해 한다. 판사 출신으로 5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였던 그에게 아들의 군 문제 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에 받는 공인의 상대적 불이익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아들의 군 복무 당시 황제 휴가 처리는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겐 여당 대표인 엄마 찬스를 활용한 특혜다. 공익제보한 당직사병과 당시 지원단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그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은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다. 여전히 그의 자세에는 잘못한 것이 없다. 법률적 잘못이야 법에서 가릴 것이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들에게 지워진 멍에는 형사법적 죄만이 아니다. 국민 정서법은 공인에 대한 자질에 품위까지 요구한다.남편을 등판시키면서까지 아들을 구해야 하겠다는 추 장관의 모정은 인간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를 얻는 수준에 미쳤는지는 여전히 의문표다.

법인택시 기사, 재난지원금 지급방안 찾아야

정부의 2차 긴급 재난지원금 대상에 개인택시는 포함됐지만, 법인택시 기사들이 제외돼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제외하느냐”며 전국적 차량 시위 등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법인택시 기사들이 제외된 것은 정부의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급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는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으로 분류되지만, 법인택시 기사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이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법인택시 관계자들은 정부의 1차 지원 때도 개인택시는 자영업자라며 3차례에 걸쳐 지원했지만 법인택시에는 한번도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법인택시 기사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대중 교통수단인 택시업계는 개인, 법인 가릴 것 없이 모두 빈사 상태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인택시 기사들의 사정이 개인택시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법인택시 기사들이 지원대상에서 빠진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법인택시 기사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승객 감소가 지속돼 성과급이 발생하지 않고, 사납금을 못채워 급여가 격감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감염의 공포 속에 운행하면서 수입 격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정부는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소득이 급격히 줄었다면 ‘위기가구 긴급 생계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2차 지원금은 피해가 가장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임금 노동자의 경우 대상으로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조경태 국회의원(국민의힘)은 “4차 추경을 더 늘리지 않더라도 목적 예비비 등을 활용하면 전국 9만여 명의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최저 100만 원의 생계비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대구지역의 경우 지난 6월에는 시 차원의 특별지원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대구시는 법인택시 기사(4천여 명, 1인 당 50만 원)와 회사를 위해 총 26억 원을 지원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받은 정부의 재난기금 등을 활용했다.현재 대구시 재정은 전시민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는 희망지원금 등으로 가용 재원이 바닥난 상태다. 법인택시 업계가 대구시의 대책을 고대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법인택시 기사들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법인택시 기사들에게서 “우리가 국민에 포함되는 것이 맞느냐”는 말이 계속 나와서는 안된다.

바뀌어도 변할 것은 없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2012년 12월26일 취임한 후 최근까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운 아베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으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씨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임기를 시작했다.자연스럽게 국내에서는 한일 관계나 스가 내각의 경제정책 변화 방향과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총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돼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솔직히 총리가 바뀌어도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전망이다.먼저 스가 총리의 임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고지도자로서 무엇을 할 것이며, 남길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안은 채 갑작스럽게 사퇴한 전임 총리가 남긴 1년의 임기를 보내야 한다. 또 그 1년이 지날 즈음이면 총리 연임을 위해 의회 해산과 총선, 자민당 총재선거와 같은 많은 정치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한다.성공적으로 총리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정치 이슈에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해 승리해야만 하는데 전임 총리가 남긴 숙제들이 만만치 않다. 정치자금법문제, 지인이 운영하는 사학 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 행정부 문건조작 의혹 등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문제를 남기고 떠난 상황으로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단기에 신임 총리직을 사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전임 내각에서 추진했던 아베노믹스도 초기에 반짝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두 차례의 소비세 인상 등으로 큰 성과없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아베노믹스가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던 시절, 부활한 혹은 부활한 것처럼 보이던 일본경제를 자랑하기 위해 유치했던 2020년 도쿄올림픽은 언제 다시 열릴지 누구도 모를 상황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내각의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는 점도 새로운 내각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지금까지 나열한 것만 봐도 스가 총리가 연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내에서도 과연 1년 안에 이 과제들을 전부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 대외적으로도 외교 역량이 미흡한 신임총리가 제대로 일본을 대표해 국제사회가 바라는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에 찬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이처럼 일본과 타 국제사회의 전망과 평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정작 문제는 한일 관계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간 관계 정상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쉽사리 정상화의 길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징용공 배상문제는 지금까지 봐 온 것처럼 설사 한일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논의한다 손치더라도 쉽게 풀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신임 총리가 대외적인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전임 총리와 긴밀히 협의해 사안별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상 그저 낙관적인 전망에 기댈 수만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양국 간 경제 관계에 대해서도 기대와 희망이 섞인 전망들이 나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베노믹스를 대신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엔저 방침의 변화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봐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존 정책을 당장 폐기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일본경제 여건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총리직에 올라 새로운 정책을 구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당연히 악화된 양국 관계가 이대로 있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바뀌었으니 양국 정상 간 대화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을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이번에 바뀐 스가 내각의 태도도 기껏해야 현상을 유지하려는 상황관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세태 단상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코로나19로 청승맞게 자주 과거를 떠올린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는 부촌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다. 길에서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끼니때마다 인사가 달랐다. 아침에는 “아침 잡수셨습니까?”라고 인사했다. ‘조반석죽(아침에 밥 먹고 저녁에 죽)’이면 그런대로 괜찮게 사는 집이라고 했다. 모두가 서로의 형편을 잘 알다 보니 이웃 사람들은 굶는 집이 없는지를 눈여겨 살폈다. 저녁때인데도 옆집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으면 이웃 아낙은 “철수야 왜 밥 안 하나 양식 떨어졌나?”라고 물으며 쌀 반 양푼을 담 너머로 넘겨주곤 했다. 동네 어른들은 남의 집 제삿날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제사를 지내는 집과 담을 같이 하고 있으면 자정이 넘어도 자지 않고 기다렸다. 밥과 나물, 생선, 떡 등의 음식이 넘어오기 때문이다. 파젯날 아침에는 동네 어른 모두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는 꼬마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꾼이 많았다. 연필과 지우개 같은 문구류, 멍게와 해삼, 스크루가 돌면서 분수처럼 흩어지는 유해 색소가 든 오렌지 주스, 엿과 사탕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세 녀석이 계란만 한 눈깔사탕을 한 개 샀다. 돌아가면서 입에 넣고 양볼 좌우로 열 번씩 왔다 갔다 하며 빨고는 사탕을 꺼내 다른 친구에게 넘겼다. 세 명이 돌아가며 그렇게 빨아먹었다. 어떤 녀석은 논두렁 옆 수로에 사탕을 헹구고 입에 넣기도 했다. 크기가 아주 작아졌을 때 어느 녀석이 남은 사탕을 씹어 먹어버리면 나머지 둘은 그 녀석의 등짝을 때리며 깨 먹은 것을 원망했다.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이해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 시절에는 ‘콩 하나도 열 조각으로 나눠 먹는’ 것이 미덕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그 말을 실천하며 살았다.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새벽에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는 보리쌀이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밥을 드시고, 자신은 죽을 먹고 학교에 온다고 했다. 아버지가 밥 드시는 모습을 이불속에서 눈을 반쯤 뜨고 바라보면 너무 부럽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에게 친구 이야기를 했을 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모든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다 좋은 일만은 아니다. 때론 똑같이 나누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에 두부 한 모가 있는데 친구 네 명이 4분의1 씩 나눠 먹는다고 가정해 봐라.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은 잠시 기분이 좋겠지만 돌아서면 여전히 배가 고플 것이다. 그러나 4명 가운데 가장 힘이 센 한 친구에게 한 모를 다 먹인 후, 지게를 지고 산으로 보낸다고 생각해 봐라. 그 친구가 갈비(떨어진 마른 솔잎)를 한 짐 해서 시장에 내다 팔면 두부 여덟 모는 사 올 수 있다. 한나절 배고픈 것 참고 저녁에 두 모씩 나눠 가지는 게 낫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밥을 먹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겠느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아이들은 죽을 먹는데 자신은 밥을 먹으니 얼마나 괴롭겠느냐. 밥맛이 제대로 나겠느냐. 그 아비는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초등학생이었지만 아버지의 설명은 분명하게 이해가 됐다. 경제 이론에 문외한인 나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문제가 쟁점이 될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곤 한다.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씩 지급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크다. 한 여론 조사 기관은 국민의 6할 정도가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원내 대표는 “국가 채무가 한 해에만 106조 원 급등한 상황에서 4차 추경 7조8천억 원 중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통신비 2만 원 보조에 쓴다는 게,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정의당 원내 대표조차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통신비 2만 원 지급이야말로 별 효과도 없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하지 않는가.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힘을 모아 정말 생계가 어려운 국민을 찾아내어 그들이 더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라.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좀 멀리 바라보고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하러 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지원해주는 대책도 동시에 마련하라.

문/ 이화정

~어둠 속에서도 사랑은 싹튼다~…은영은 어머니 기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 일로 은영을 줄곧 미워했다. 멘스를 시작하고 성적 정체성이 나타남에 따라 선영의 모습은 어머니를 닮아갔다. 어느 여름밤, 아버지는 은영을 침대로 데려가 몹쓸 짓을 했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성폭행을 계속했다. 성폭력위기센터에 전화상담을 해봤다. 감방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보호자라는 지위 때문에 다시 복귀한다는 말했다. 견디는 수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취직해서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악몽 같은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했지만 아버지가 숙소로 찾아와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생일이 돌아오면 은영은 매년 피어싱을 하나씩 하곤 했다.그러던 어느 생일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은영을 겁탈하려던 아버지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벽에 머리가 부딪혀 벌거벗은 몸으로 죽었다. 은영은 배낭과 흰 약이 든 은색 함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갈 곳이 없었다. 간병인을 구하는 정보지 광고를 보고 그 집을 찾아갔다. 목 위만 살아있는 젊은 남자, 문을 만났다. 문을 간병하게 되었다. 문은 우울증이 심한 여자와 결혼했으나 곧 사별했다. 여자는 그의 눈앞에서 물에 뛰어들었다. 구해줄 수 있었지만 여자의 원을 들어주었다. 그날 이후 문은 전신이 점차 마비되고 목 위로만 살아있는 처지가 되었다. 문과 은영, 두 사람만 한집에서 생활했다. 말도 많이 섞지 않고 최소한의 접촉만 하는 관계였지만 둘은 마음으로 교감했다. 갈수록 신뢰가 쌓여갔다. 바깥나들이도 나갔다. 여행 간 숙소에서 뜨거운 물에 문을 담가둔 사고가 있었다. 전신에 물집이 생겼지만 문은 감각이 없어 괜찮다며 무덤덤하게 웃어넘겼다.은영은 간병에 열중하다가 문의 침대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그의 손이 이마 위에 얹혀있었다. 난생처음 편안함을 느꼈다. 그날 이후 은영은 문의 침대에서 잤다. 병원에 약을 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은영은 경찰의 검문에 직면했다. 아버지 사건일 터였다. 검문을 피해 도망쳤다. PC방과 찜질방으로 전전했다. 며칠 후, 작별 인사차 문의 집으로 찾아갔다. 가족들이 난리를 쳤지만 문은 은영을 받아들였다. 은영은 은색 함을 챙겨서 떠나려 했다. 문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산길을 따라 산정호수까지 올라갔다. 문의 아내가 뛰어들었던 호수다. 비가 내리고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왔다. 산을 내려가지 못하고 차안에서 자야만 했다. 그 길로 문은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 문의 가족은 은영을 책망하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은영은 은색 함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은영은 피어싱을 하지 않고 이마에 손 모양의 타투를 했다. 그 손은 불행으로부터 은영을 지켜줄 것 같았다.…출산 중에 어머니가 죽고 은영이 태어났다. 태생부터 미운오리새끼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음습한 그늘에 버려진 꼴이다. 사랑은 싹조차 없다. 아무도 구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력구제는 불가피하다. 마침내 탈출을 감행한다. 흰 약이 복선이다. 은영은 새로운 운명에 직면한다. 문을 만난다. 문은 사지는 마비되었지만 그 영혼은 정상인보다 더 맑다. 둘은 정신적 교감을 통해 영적으로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 목말라 있던 은영에겐 단비와 같다. 문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떠나야 함을 안다. 아내가 떠나야 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문이 아내를 보냈듯이 은영은 문을 보낸다. 아버지와 같은 해결방식이지만 그 콘텐츠는 판이하다. 문의 몸은 비록 떠났지만 그 마음은 결코 떠나지 않았다. 오철환(문인)

마스크 행정명령, 코로나 방지 보루되길

음식점과 카페·커피숍 등의 업주는 마스크를 착용 않은 손님에게 착용토록 알려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를 당한다. 대구시가 마스크 착용 고지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는 21일부터 위반업소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간다.권영진 대구시장은 14일 “마스크 착용 고지 의무화 행정명령은 코로나와 함께 하는 시대에서 시민들과 우리 공동체를 지키고 일상과 경제 활동을 하면서 방역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일반음식점, 카페·커피숍 등 휴게음식점, 제과영업점,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 5개 업종은 사업주가 반드시 종사자의 마스크 착용과 이용자 대상 마스크 착용 고지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영업점에는 구상권도 청구하겠다고 했다.15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산발적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15일 신규 확진자는 106명으로 13일째 1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 발생 91명, 해외 유입 15명이다. 대구는 이날 1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북은 1명이 나왔다.소규모의 산발적 집단 감염이 잇따르고 있고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확진자가 25%로 나타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대구시의 마스크 행정 명령은 마스크만이 유일한 방어수단으로 드러나고 있는 데다 시민 자율에 맡겨두어서는 차단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 강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지난 5월 첫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 명령을 내리면서 ‘위반 시 고발하고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다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처벌을 유예한 적이 있다. 대구시는 한차례 시행착오 끝에 이번에 20일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단속에 나서는 것이다.마스크의 효과는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한 빌딩에서 열린 동충하초 사업설명회에서 참석자 27명 중 26명이 감염됐다. 하지만 3시간가량의 설명회 동안 단 한 차례도 마스크를 벗지 않은 참석자만 유일하게 감염되지 않은 것은 밝혀졌다. 대표적인 마스크 착용 사례다.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믿을 것이라곤 마스크밖에 없다. 유일한 생명줄이다. 마스크 사용으로 타인 전파와 외부 비말을 차단,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제 마스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와 대책만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전세는 무죄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서울 집값이 오르자 느닷없이 전세가 유탄을 맞았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 때문이다. 갭 투자 시 전세보증금이 통제 불가능한 담보대출로 작용해 주택가수요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전세 자체를 죄인으로 몰아 없애자는 것은 빈대 잡으러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이다. 집값이 오르면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정도다. 주택수요를 억누르려는 정책은 자연스런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그런 정책이 성공하기도 어렵다.정부는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투기세력을 강압적으로 때려잡아 주택수요를 억제해보려고 기를 쓴다. 투기꾼의 탐욕과 이기심이 밉고, 집 없는 사람의 발끈 달아오르는 조급한 성미가 천박하게 비칠 법하다. 그래서 천박하고 미운 사람들의 팔다리를 묶어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게 손쉽고 돈도 들지 않는데다 권력의 힘을 과시하기 딱 좋다.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휘두르는 맛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토지거래제한구역을 지정하고 투기과열지구를 발표한다. 금융권의 각종 대출을 옥죄고 자금을 추적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관련 세금을 감정적으로 비칠 만큼 대폭 인상한다. 불평불만이 비등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말을 듣지 않고 과욕을 부리는 사람들의 자승자박이고 인과응보라고 눈을 흘긴다.지금 높은 자리를 차지한 분들은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착한 사람들이니 본능에 충실한 찌질이들의 심정을 알 리 없다. 고시에 합격한 보상으로 명문가와 혼인해 신혼부터 넉넉하게 출발한 엘리트들도 서민의 삶을 알기 힘들 것이다. 월세와 전세의 차이를 경험 속에서 실감할 기회가 없었을 터다. 월세가 전세보다 낫다거나 전세는 없어져야 할 관습이라는 생각은 꿈속의 뽀얀 민낯을 잘 보여준다. 공중에 붕 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봐야 탁상공론만 있을 뿐 제대로 맥을 짚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윈·윈 하는 제도다. 집주인은 집을 처분하지 않고 세입자에게 안심하고 관리를 맡긴다. 금융권 대출을 얻지 않고 이자 부담 없이 절반 정도의 자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착한 제도다. 무이자 민간자금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기대하는 이점도 있다. 지금은 갭 투자가 사회적으로 눈총 받는 진상이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착한 브레이크 역할도 한다. 갭 투자는 소수의 위험감수형 투자에 해당할 뿐 비난대상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 중에도 ‘어얼리 버드’가 있듯이 투자자 중에도 공격적인 투자자가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세입자도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 매월 집세를 납부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전세환산가치와 비교해 저렴하다하더라도 월세는 간당간당하다. 월세를 내지 못하면 당장 거리로 쫓겨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밖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더라도 집에 오면 아늑하고 편안해야 하는 법이다. 월세는 그런 안락함이 부족하다. 전세는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목돈을 맡겨두고 집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다. 설혹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도 전세금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에 다소 느긋하다. 전세금은 큰 목돈이기 때문에 그 돈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지 않는 한, 중심을 잡아주는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집을 임차하는 대가로 집주인에게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세입자는 전주의 지위를 아울러 갖는 측면도 있다. 절대적 을은 아닌 셈이다. 전세자금 대출까지 저리로 이용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전세는 세입자에게 나쁘지 않다. 집을 살 돈을 비축하는 중간단계로 유용하다.전세가 투기에 악용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관습’이나 ‘없애야 할 제도’라는 시각은 편견이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대출규제로 막을 수 있지만 전세를 안고 집을 사려는 사람은 통제할 방안이 없다. 통제권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 전세의 죄 아닌 죄다. 그 때문에 미운털이 박히고 급기야 전세를 없애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전세의 역기능만 볼 게 아니라 그 순기능을 잘 이해해야만 좀 더 현명한 정책방향을 잡는다. 전세의 특성은 시장의 힘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영역을 지켜준다. 월세에 살면서 돈을 모아 전세로 갈아타고, 좀 더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평범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다. 공연히 남의 사다리를 걷어차선 안 된다. 월세든지 전세든지, 누구나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선택할 자유가 있다. 정부의 역할은 그에 합당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전세는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