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도시재생, 감동이 먼저다

이동군군월드 대표한일극장을 아는 세대라면 그 시절 동성로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극장에서 나와 동성로를 걸을 때면 발길을 사로잡았던 리어카.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음악의 아련한 선율은 심금을 울렸고, 제일서적 서점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읽었던 어린왕자는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극장도 서점도 리어카도 사라졌지만 눈을 감으면 여전히 마음으로 볼 수 있다.근래 도시재생이 한창이다. 도시브랜드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한 적이 있지만 도시재생이 도시의 존속과 유지를 위한 당연한 수순인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을 갖고 있다.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데도 성공적인 해외 사례를 그대로 베끼는 것도 위험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렇듯 도시재생도 리스크 최소화를 중심에 두지 않으면 정말 낭패다. 도시재생이란 명목으로 지역 주민과 임차인이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상생을 기치로 진행된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을 말짱 도루묵으로 만들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도시재생은 도로·공원 등 도시기반 정비, 건축물 리모델링 등 주로 외적이고 가시적인 변화에 주안점을 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시적 변화가 도시재생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것만으로 도시재생의 완성이라 할 수 없다는 것.한일극장이 사라진 터에 최신식 시설을 도입한 영화관이 들어섰고 동대구역 신역사 주변으로 대형백화점과 벽면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새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도시재생 이전보다 편리한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다양한 물건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동이나 여운을 오래 간직할 만한 마음의 여유와 환경은 사라졌다.도시재생은 도시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 이미지는 대상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의 바로미터다. 때문에 도시브랜드 이미지 가치는 변화와 더불어 반드시 ‘감동’을 동반해야 한다. 감동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 경험자들의 호불호가 도시재생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첫 인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화와 상생을 기치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고 먼저 도시재생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되새겨봐야 한다.괴테, 나폴레옹, 카사노바가 단골이었던 300년 넘은 베네치아 카페 플로리안이나 산 마르코 광장을 돋보이게 한 것은 비싼 음식이나 그 맛이 아니다. 세월을 견디게 한 장인들의 손과 묵묵히 그걸 지켜온 주민들이다. 그게 바로 베네치아만의 아이덴티티다.대구만의 아이덴티티는 무얼까.대구는 전 세계에서 전례 없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발상지고, 한국전쟁 때도 바흐의 음악이 흐르던 도시다.이런 아이덴티티를 되찾자면 들숨날숨 제대로 숨통을 틔워야 한다.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새 건물이 들숨이라면 대구의 아이덴티티는 날숨이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재생을 문화재창조의 다른 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무형의 무한한 스토리를 지닌 대구. 이제는 그 스토리에 색을 입혀야 한다. 대구·경북의 독립유공자도 좋고 예술가도 좋다. 특색 있는 스토리로 마당의 흙부터 도로, 우뚝 선 건물까지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 도시 전체가 생동감 넘치는 거대한 유기체로서 사람을 품어야 한다. 이것을 ‘둥지’라 불러도 괜찮겠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도시재생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그간 축적된 교육, 문화 등 각 분야의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자. 이것을 다시 4차 산업혁명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재생산하자.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이를 토대로 교육 커리큘럼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남녀노소 인력 인프라를 확보·확충하는 데서 도시재생 성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더 이상 도시재생을 위한 파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천천히 공들여 세심히 챙겨야 파괴가 창조로 바뀐다. 재생의 원동력이 감동임을 잊지 말자.“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네가 네 장미꽃을 위해서 들인 시간 때문이야.” 가장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던 어린왕자의 말이다.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이시영지금 이 나라에는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다스리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략) “당신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이 있어서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중략) 자유와 정의 평등에 기초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죽음은 말없이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침묵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의로운 삶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중략) 우리 모두가 그의 꿈을 지켜주지 못했으나 우린 뒤늦게 깨닫는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그런 서민적인 대통령을 갖지 못 할 것이다. (중략) 그 앞에 경건하게 한 자루의 향을 피워올리며 기원한다. “남은 일은 우리에게 맡기시고 편히 쉬시라!”- 추모헌정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화남, 2009)............................................................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262명의 시인이 참여해 만든 헌정시집이 10년 전 49제를 앞두고 출간되었다. 발간사에는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더구나 권력과 무관한 일국의 시인들이 전직 대통령의 서거 앞에서 이토록 많은 추모시를 자발적으로 썼다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고 적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생과 노무현 정신의 부활, 참다운 인간해방을 염원하는 시인들 자신의 자기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임우기 평론가는 “일찍이 한국문학사에 이렇듯 경향각처의 수많은 시인들이 한 지도자의 서거 앞에서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분노하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며 저마다의 구슬픈 만가를 부른 기억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시도 그 가운데 하나이며, 노무현의 정신과 서민적 삶의 정서를 총망라하면서 그와의 충만한 시적 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정치적 소망을 하나도 성취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이루고자 했던 소망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게 맡겨진 과제 수행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되나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위기감과 난처함을 노무현이 겪은 그 이상으로 느끼는 순간도 많았으리라. 그 소망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온 국민이 손 맞잡고 이뤄내야 마땅하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천박한 지역주의, 낡은 이념 논쟁, 패거리 정치의식,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그리고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집단이기주의 등.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많은 것들이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노무현을 향해서만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박근혜에 대해서도 똑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비교해보면 어느 쪽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가는 단박에 알 수 있는 노릇이다. 그 변별은 어느 쪽이 정의로운지, 사람답게 사는 길인지, 다 함께 잘 사는 미래지향적인 나라로 가고자 함인지, 누가 반민주, 반통일 수구 세력인지를 극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노무현의 약속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지켜지리라 희망한다. 그러나 혹여 그것이 임기 내에 모두 실현되지 않았거나 만족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노무현과 그 정신이 우리 가슴에 함께하는 한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우리 각자가 부활하는 노무현으로 그의 못 이룬 꿈을 이루리라.

조례 발의 0건…‘무늬만 기초의원’ 아직 많다

대구지역 8개 구·군 기초의회 116명의 의원 중 의장을 제외한 26명(22%)의 의원들이 지난해 7월 개원 이후 12월까지 6개월 동안 의정활동의 기본인 조례 제·개정, 구·군정 질의 및 5분 자유발언 등을 단 1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사실은 대구참여연대와 대구YMCA가 운영하는 ‘대구시의회 의정지기단’이 제8대 대구지역 8개 구·군 기초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한 결과 드러났다.조례발의나 구·군정 질의는 구·군 의원의 권리이자 의무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법률상 보장된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의원 배지를 달고 다닐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최소한의 의정활동조차 않으면 ‘무늬만 기초의원’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이러한 처신은 엄정하게 견제해야 할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얕잡혀 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지난해 12월 해외 연수 중 가이드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예천군의회 일부 의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 지방의원들도 지탄받아 마땅하다.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기초의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동시에 나타나 관심을 끈다. 8대 기초의회 의정활동은 지난 7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됐다.지난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등이 기초의회에 많이 진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종전까지 사실상 자유한국당 일색이던 독점구도가 깨지면서 형성된 경쟁구도 때문이라는 것.8개 구·군 전체 조례 제·개정 발의는 33건에서 90건으로 늘어나 7대에 비해 2.7배 증가했다. 구·군정 질의 및 5분 자유발언도 지난 임기에 비해 55건이 늘어난 138건을 기록했다.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1인당 조례 제·개정은 0.94건으로 한국당의 0.68건보다 0.26건 많았다. 또 구정질의 및 5분 자유발언도 민주당이 1인당 1.52건으로 한국당의 1.06건보다 0.46건 많았다.이는 기초의회가 다당제로 재편되면서 나타난 긍정적 변화로 평가된다. 본연의 정책 경쟁이 되살아난 것이다.이번 평가는 조사기간이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를 이어가야 보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지역 기초의회에 아직 불식돼야 할 부정적 모습과 더 발전되고 확산돼야 할 긍정적인 모습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다.이번 기회에 기초의원들 스스로 의회진출 당시의 초심을 되찾아 바람직한 의원상 구현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

박준우 시시비비… ‘노인’보다 ‘정년’ 나이 논의를 해라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대법원에서 지난 2월 육체노동 가동연한, 곧 몸을 움직여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의 기준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었다. 그런데 당시 온-오프라인상에서는 판결과 관련된 ‘정년’ 논의는 온데간데없이 ‘노인’ 나이가 논쟁거리가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자는 논의의 쟁점을 요약해 보면, 국가재정 부담이 실제 줄어드는지,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 은퇴 시기와 연금 개시 시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소득절벽을 줄일 수 있는지 등이었다.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당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60세로 되어 있는 정년의 기준 나이를 올리는 데 대해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이는 노인이라고,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60~65세 사이에 있는 수많은 ‘낀세대’들에게 100세 시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본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언젠가는 시행돼야 할 노인 기준연령 상향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 사회적 공감대를 더 폭넓게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노인 기준연령 상향안에 대해 지금도 일부에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 그 배경을 보면 국민들의 건강상태 개선과 평균수명 연장에 대한 동의가 깔린 듯하다. 60대들을 노인이라고 호칭하기엔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서로 불편할 것이란 인식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보편적 인식은 결국 정년 연령 변경 필요성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또 한가지,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정년 연령 논의는, 향후 노인 연령 상향 시 발생할 소득절벽 구간 확대라는 문제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은퇴 시기를 늦춰주면 60대 이상 연령층의 소득공백 기간을 줄여주게 되고, 결국 이들의 경제적 삶의 질이 높아지게 되리라는 것이다.일각에서 노인 연령 변경 논의가 진행되자 지난 4월 보건복지부에서는 발 빠르게 공청회를 열고 노인 외래정액제 대상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지금 65세 이상 노인들은 감기 등 가벼운 증상으로 동네의원에서 외래진료를 할 경우 대개 1천500원 정도만 내면 된다. 당연히 이 기준이 70세로 변경되면 65~70세 연령층은 이 혜택에서 제외된다.우리 사회에서 65세라는 나이는 이 외에도 기초연금, 지하철 경로우대, 임플란트 건강보험, 인플루엔자 무료 백신접종 등 각종 노인복지제도의 현재 기준 연령이기도 하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738만1천명에 이른다.노인 연령 변경 논의를 보며 드는 걱정은 정책 논의의 선, 후가 바뀌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사회·제도적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우리나라 은퇴한 60대 가장들은 지출할 돈이 40~50대 때에 비해 여전히 적지 않다. 만성화된 청년 취업난과 결혼 기피 및 만혼 분위기는 서른이 넘은 자녀들의 나이든 부모세대에게 또다른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불편하지만 현실이다.또 고령자고용촉진법(약칭)에는 정년 기준을 60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5인 이상 사업장 대상) 하지만 현실은 명예퇴직이니, 임금피크제니 하며 많은 직장인들에게 체감정년을 확 낮춰 느끼게 하고 있다.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6.9%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일자리사업 참여희망 노인이 119만5천 명이고, 이 중 취업에 성공한 노인이 51만 명(2018년 말 기준)이다. 희망자의 43% 정도만 취업이 가능했던 셈이다.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정부는 주 안티층(?)인 60대 이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정년 연장 논의는 뒤로 밀어놓고, 준비도 안 된 노인 기준연령 논의는 진행되도록 모른 체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말들이 시중에 떠돌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당직변호사

▲24일 유제철 ▲25일 이상혁 ▲26

동정

김아솔 칠곡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 11~1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 유럽골다공증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아침논단…자연을 해치는 에너지 딜레마

자연을 해치는 에너지 딜레마정인희금오공과대학 기획협력처장어느 날부터인가 동해안 곳곳에 바람개비인가 싶은 하얀 물체가 줄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키가 큰 철제 구조물이다. 그냥 서 있는 것이 많고 가끔은 바람개비처럼 생긴 상단 부분이 천천히 돌고 있기도 하다. 풍력 발전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풍력 발전기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늘어만 간다. 그러던 중 태백에 다녀오면서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의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는 풍력 발전단지를 보게 되었다. 산을 하나 깎아내며 조성하고 있는 바람의 언덕은 풍력 발전기를 심어 놓은 밭이다. 멀리서 보면 언뜻 장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왠지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경함이 더 크다. 풍력 발전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소음으로 인해 고생한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집안에 선풍기 한 대 돌아가도 덜덜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더위보다 싫을 때가 있는데, 이 덩치 큰 물체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진동은 만만찮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떼로 모여 있는 곳에서는 그 진동들이 땅속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지구가 속부터 아프기 시작하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 지열 발전이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밝혀진 후라 걱정은 확신으로 폭증된다.풍력 발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전문가를 붙들고 이것저것 질문도 해보고 검색도 해본다. 풍력 발전을 보는 관점은 결국 크게 두 가지다. 좋다는 쪽과 나쁘다는 쪽.좋다는 쪽의 주장은 풍력발전기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 에너지라고 말한다. 지구에서 대류는 계속해서 일어나므로 비용이 들지 않는 에너지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반대 의견은 우선 에너지 생산 자체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풍력 발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효율이 높은 고성능 발전기를 만드는 원료인 희토류의 채굴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이 있고, 유리섬유로 날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유독물질이 배출된다는 거다.또 풍력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 풍속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적의 바람세기는 10m/s인데, 연중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당연히 전기 생산이 불가하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도 풍력 발전기를 가동할 수 없다. 터빈이 너무 빨리 돌다 보면 날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안가나 산꼭대기 등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는 곳을 찾아 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되고, 풍력 발전기의 가동을 조정한다고 말한다.아울러 국토 내 풍력 발전기 설치로 인해 이미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자연 속의 동식물도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돌아가면서 생기는 연속된 일시적 그림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돌고 있을 때는 새들이 날아가다 사고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사고를 당하지는 않더라도 맹금류들의 먹이 포획 활동을 방해하여 하위 먹이사슬의 동물들이 이상증식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그래서 땅이 아닌 바다로 가서, 해양 풍력 단지를 건설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한다.화력과 원자력이 인간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사실이 친환경 에너지를 찾게 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가지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 냈다. 그러나 친환경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살아있을 100여 년쯤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인간에게만 해가 없다면 그것으로 친환경임에 충분한 걸까? 그보다 훨씬 긴 세월, 인간이 아닌 자연 속의 동물과 식물, 그리고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 지구 그 자체를 놓고 ‘친자연’과 ‘친지구’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포스코·LG, 대기업 지역 투자 마중물 되길

포항과 구미에 오랜만에 대규모 투자가 확정되는 등 모처럼 지역경제에 희소식이 들린다. 이에 따라 지역 경기 회복은 물론 대기업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아 언 발에 오줌누기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진 않지만, 이 같은 대기업 투자가 대기업유치와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 회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특히 포항과 구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강 및 전자산업 도시로서 상징성이 큰 데다 포항과 구미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들이 자신들의 본산에 다시 투자해 지역 산업의 활성화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포항시는 21일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포스코의 음극재 생산 공장이 들어선다고 밝혔다.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인 음극재 공장 신설을 위해 블루밸리 산단 8만2천500㎡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7천억 원, 고용인원은 100명 내외다.포스코는 또 벤처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앞으로 5년간 1조 원을 투자한다. 단일 기업으로서는 스타트업 기업 지원에 최대 투자액이다. 2024년까지 벤처밸리 2천억 원, 벤처펀드 8천억 원 등 총 1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벤처플랫폼 조성은 포항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는 아니지만 포스코 연관 기업들이 밀집한 포항에도 어느 정도는 떡고물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구미의 경우 ‘5G 테스트베드’ 국가사업이 선정됐고 구미형 일자리 사업으로 LG화학의 투자촉진형 배터리 생산공장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침체된 지역 경제 회복에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경북도는 지난 21일 ‘5G 테스트베드’ 국가사업에 구미시가 최종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5G 테스트베드 선정에 따라 기업들의 제품 개발 기간 단축, 지역산업 성장 고도화 등 기술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2019~2023년까지 166명, 2024년부터 2033년까지는 직·간접고용 등 총 283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포항과 구미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철강 및 전자산업의 대표적인 도시다. 하지만 세계 철강 공급량 급증에 따른 철강경기 침체로 포항지역의 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있고 구미는 삼성전자와 LG가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파주로 이전함에 따라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아왔다.이 같은 상황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대기업 투자와 국가사업 유치는 각종 국책사업에서 배제되면서 실의에 빠졌던 지역민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미의 경우 LG의 지역 투자를 계기로 대기업 투자가 되돌아오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독자기고…학교폭력예방은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학교폭력예방은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이종훈의성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다”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전통적으로 아이들 싸움에 관대한 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아이들 또한 어지간해서는 부모와 선생님 등 어른들에게 자기들끼리 벌어진 일을 하소연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고자질하는 아이’ 로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학교도 폭력이 문제가 되어 이미지가 실추 될까 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느끼면 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다.​단순히 학생들 간의 다툼도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라며 진실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명백한 학교폭력이지만 자신의 자녀가 가해자라는 이유로 그냥 장난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부모 때문에 피해자가족 뿐만 아니라 필자 또한 속상하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학교폭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자세하게 정의돼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학교폭력을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러 친구에게 상처를 입힌 피해자이며 가해자인 학생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학부모, 선생님, 주변 친구들의 관심과 도움이다.만약 학생이 별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 가기를 거부하고 교복, 가방, 교과서 등 소지품이 자주 없어지거나 망가지며 전화벨, 메신저 등의 알림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작은 일에도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에 학교폭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화를 자주 내며 불안증세를 나타내거나, 학교에서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고, 자주 식사를 거르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등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청소년은 몸과 마음이 자라며 생각이 형성되는 예민한 시기로 이때의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상처를 입는다면 오랫동안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주변사람들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닫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폭력을 예방 해야 한다. 학교폭력 근절, 우리의 관심이 먼저이다.

경제칼럼…불황과 공황의 차이

불황과 공황의 차이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경제문제를 아주 단순화해서 보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간 줄다리기에서 벌어지는 문제로 볼 수 있고, 경제정책은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동반한 경기과열상태를,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과 함께 물 먹은 빨래처럼 경제 전반의 활력이 사라지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드는 것을 뜻한다.당연히 둘 다 심각한 경제문제지만,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는 대다수 경제학자가 그러하듯 디플레이션이 더 골칫거리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돈줄을 죈다거나 물가상승에 편승한 폭리를 방지하거나 생산성 또는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반면에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명목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없으므로 실질적으로는 금리상승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이는 투자와 생산, 고용의 감소를 불러올 뿐 아니라 실질채무부담을 증가시켜 채무불이행이나 금융기관 위기와 같은 신용리스크를 확대해 경기침체 즉, 불황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속 진행되면 공황에 이르게 된다.아주 단순화해서 각 개인 처지에서 보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면 임금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빨라 구매력이 하락하는 등 생활수준을 낮춘다는 점에서 문제라면,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싸졌는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살 돈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즉 점진적이든 아니든 디플레이션 진행 과정에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어 개인이나 가계의 생존기반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구체적으로는 대공황기(1929~1939년)의 미국과 여전히 ‘잃어버린 20년’으로 칭해지는 일본의 경험을 보면 된다. 미국은 1929년 10월 주식시장 붕괴 후 4년 만인 1933년에는 명목 국민순생산이 50% 이상 감소하고, 각종 물가지수가 적어도 25% 이상 폭락하는 가운데 실업률도 20% 중반 이상으로 치솟는 등 파멸적인 상황에 내몰렸었다.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결정을 계기로 군수특수가 일어난 후에나 가능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버블의 붕괴로 자산가격이 급락, 다수 금융기관과 기업은 물론 개인이 파산하는 등 경제 전반의 활력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장기불황의 긴 터널에서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내몰리지는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국내 경제로 눈을 돌려보면 작금의 우리 경제에서 과거의 미국과 일본이 경험한 것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추론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비록 올해 1분기에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했지만, 다음 분기부터는 플러스 성장할 것이고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는 한 연간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과거의 미국과 일본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 그 근거로는 우선, 우리 경제가 지난 수년 동안 투자와 소비 활력을 잃어가면서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부동산을 대표로 하는 자산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0%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디플레이션 논란의 기폭제가 되기에는 충분하다.최근 국내 실업자가 124만 명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실업률도 19년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는 점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경계에 달한 것은 아닌가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대변해 준다. 청년실업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당신의 이웃이 일자리를 잃으면 불황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그것은 공황이다’라고 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눈치채진 못했지만, 점진적인 디플레이션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이 아닐까.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진란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구름도, 바람도, 햇살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꽃도, 나무도, 별도 달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미움도, 원망도, 회한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사랑도, 미련도, 눈물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첫봄처럼 개나리봇짐을 메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타오르는 꽃불을 들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사람을 사랑한 사람들이/ 문을 열고 문을 통하여/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네, 사람 사는 세상이네- 시집『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2011)..................................................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승을 떠난 지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 전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충격적인 죽음에 국민들은 펑펑 눈물을 쏟았지만 시간은 어떤 비통도 완화시키기 마련이다. 그 뜨거웠던 추모열기에 비하면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이 차분해졌다. 그를 기리는 마음도 엷어질 수밖에 없겠으나 노무현의 가치가 절하되거나 그 정신이 퇴색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는 보이지 않기에 우리들에게 영원한 존재로 남아있으며, 보이지 않기에 눈에서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살아 지워지지 않는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언젠가 한 추모 광고에서 본 카피 문구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노무현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새겨진 너럭바위 비석 앞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쓰여진 강판이 덮여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서도 가장 강렬한 어조로 신영복 선생의 글씨로 새긴 것이다. 평생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운 이력을 잘 함축한 말이다. 이 깨어있는 시민의식은 뒤이어 세상을 떠난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과도 일맥상통한다. 두 대통령의 이 유지는 한때 민주당이 내건 슬로건이었으며 강령과도 같다. 그런데 지금 민주진영 안에서 노무현정신이 얼마나 살아 숨 쉬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의 이름만을 팔거나 뒤에서 후광효과 정도나 누리려는 자들은 없는지 모르겠다. 지금이야말로 노무현 정신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다시 회복할 때이다. 아울러 노무현을 열렬히 흠모하고 받드는 사람들 역시 품위를 지켜가면서 원칙이 승리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일이다. 능동적 참여 못지않게 도덕적 성숙이 중요하다. 성찰하고 또 성찰하면서 연대를 풀지 않아야 하리라. 천박한 욕설이 카타르시스는 될지언정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으며 노무현의 유지는 더욱 아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는 부엉이바위 벼랑 끝에서 남긴, 그의 이타가 엿보이는 마지막 말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유시민 이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인정 많고, 남 위에 서려는 욕망도 없는 분이었다. 자기 일도 아니지만 누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보면 못 참아서 함께 화를 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주 핏대를 내는 사람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너그럽고 품이 넓은 사람이었다. ‘투쟁 없는 역사도 없지만 관용과 배려가 없는 역사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절제와 유연성을 강조한 그의 어록 하나를 추가한다. 이 역시 새겨들어야할 바보 노무현의 귀한 말씀이다.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네, 사람 사는 세상이네’ 시인의 성숙한 시선은 그분이 시민을 향해 주문한 ‘관용의 정신과 타협을 아는 사람들의 연대’를 고스란히 반영하였다.

사설---포스코마저 포항 투자 외면하나

포스코가 지난해 경북도와 약속한 포항지역 침상(針狀)코크스 공장 건설을 최근 갑자기 보류했다. 포스코는 대신 전남 광양공장의 설비 증설 쪽으로 투자방향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항에서는 ‘포스코 포항 홀대론’이 일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포스코 케미칼은 지난해 회사 내 공장부지에 7천억 원을 투자해 공장 건설계획을 세웠지만 침상 코크스 가격이 하락하자 계획을 보류했다.침상 코크스는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활용해 만드는 바늘 모양의 고탄소 덩어리다. 이차전지의 소재인 음극재와 전극봉의 원료가 된다.침상 코크스는 포스코가 철강 일변도에서 벗어나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 소재, 이차전지 소재 등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자칫 이 사업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경우 업종 다각화로 추진하는 차세대 사업 기반자체가 위협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은 지난 2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만나 이같은 우려를 전하면서 “포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포스코의 투자가 절실하다”며 신사업 투자를 촉구했다.지역민들은 “지진 여파로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 포항의 상징기업인 포스코가 투자를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넘어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역기업이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면 지역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냐”는 것이다.포스코는 지난 2004년 이후 15년간 포항제철소에 1조9천297억 원(4건)을 투자했다. 이에 반해 광양제철소에는 포항보다 투자금액 자체가 1조 원 이상 많은 3조90억 원(6건)을 신규 투자했다. 포스코의 무게 중심이 광양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이번 침상 코크스 공장 건설 보류와 관련해서는 포스코 측이 이야기하는 경제성 등 현실적 문제와는 별개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가타부타 따질 일도 아니다. 50여년 전 포항에서 출발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자신들의 모태이고 뿌리인 포항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포항과 포스코는 영원히 함께 가야 할 동반자다. 포스코는 좀 더 큰 안목으로 이번 사태를 풀어야 한다.포항시도 포스코의 기업활동 지원에 미진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포스코가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아침논단…혀 밑의 도끼를 감춰라

혀 밑의 도끼를 감춰라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며칠간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닫고 살았다. 거북한 말의 전쟁 때문이다. 정치이슈를 올리며 니편내편을 가르는 듯한 글도 불편하고, 내편이 아니면 욕설까지 더하는 글을 보면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소통의 장이 아니라 편향된 나의 주장만 펼치는 강요의 장이 되어가는 SNS가 불편했다. 글 뿐만 아니라 말 또한 격해지고 있다. 가히 말의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말의 전쟁 중심에 정치권이 있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은 남을 해칠 수도 있으니 말조심을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혀 아래 도끼를 오히려 휘두르고 있다. 사용하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듯이 보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이 그랬다. 그는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고 말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해서 말하는 비속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광주행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이야기한 ‘사이코패스 수준’ 발언도 그랬다. 이 대표는 최근 라디오방송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않고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센병’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그러고서는 원래 뜻은 그게 아니었단다. 원래 전하고자했던 메시지는 없어지고 막말만 남았는데도….막말이란 게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제1야당 대표는 문대통령을 ‘좌파 독재자’라고 표현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5·18기념사에는 ‘독재자의 후예’라는 표현이 나타났다. 정치란 게 원래 그런 거다? 아니다. 정치인들에게 말은 손잡이 없는 칼이다. 휘두를수록 칼을 잡고 있는 손만 다친다. 말로 먹고사는 게 정치라면서 왜 막말로 자해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는 소통이라면서 불통의 막말로,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정치라면서 증오의 막말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눈치 없이 휘두르는 혀 아래의 도끼가 제 몸을 찍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멈출 줄을 모른다. 혹시 노이즈마케팅으로 막말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오산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처럼 막말은 블루오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스만 보면 쏟아지는 정치권의 막말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지 일상생활에서도 말들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SNS는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내지르는 도구처럼 변해가고 있다. 마치 남의 눈치 보며 살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격하고 무례한 말과 글에 대한 내성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악순환이다. 정치권에서는 악순환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말과 글은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감염력도 높다. 정치권의 막말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이슈화되면서 빠르게 전파된다. 뒤늦게 사과하고 SNS에서 글을 지우곤 하지만 이미 확산된 다음이다. 말의 전쟁이라지만 너무들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공식석상에서, 더군다나 정당들의 입이라는 대변인 논평에서 어떻게 저렇게도 저급한 표현들을 주고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을 우습게보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을까. 막말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할 판이다. 정치는 누가 뭐래도 대화와 타협이 우선이다. 말은 대화와 타협을 이끄는 수단이다. 상대를 향해 증오를 가득 담은 말을 쏟아내 놓고는 타협을 이끌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을 닮는다. 공멸의 길로 가는 저급한 막말잔치보다 갈등을 봉합해주는 훈훈한 말의 성찬을 기대해본다. 서로가 최소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말의 전쟁 중에 우울한 소식들이 잇따른다. 19일 발표한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4%로 성장률을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 감소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말 많은 집은 장 맛도 쓰다. 어디 지금이 말 많은 집으로 비쳐질 때인가. 제발 혀 아래의 도끼를 감춰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