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선거일은 유권자의 축제일

김재민영양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대선 때 선거를 축제로 표현했다. 왜 일까? 선거일이 임시공휴일이라 선거일 자체가 즐거운 날이 될 가능성은 높겠지만 단지 하루의 임시공휴일 때문에 축제라고 지칭하지는 않았다. 유권자들이 자신들이 이루고 싶은 세상을 선거라는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축제’라는 단어로 선거를 표현했다. 선거는 유권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임은 분명하다.하지만 대한민국의 유권자라면 그 축제에 많은 돈이 소요된다는 점 또한 생각해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만 하더라도 3천500여 개의 사전투표소, 1만4천여 개의 투표소, 250여 개의 개표소도 설치되고 그에 따른 투·개표 종사인력도 투입이 되며 그에 따른 임차료·인건비 같은 비용도 함께 소요된다.이 외 투표용지 인쇄비용, 각종 선거용품 제작비용, 홍보용품 제작비용 등을 포함시키면 약 3천284억 원 정도의 돈이 선거 경비로 사용된다. 때문에 단순히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소중한 선거권 행사를 포기하게 된다면 유권자 한사람을 위해 투입된 선거경비는 버려지게 된다. 또한 유권자의 선거참여에는 수치로만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가치가 숨어있다.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은 약 512조 원이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 300명은 임기동안 편성되는 우리나라 예산을 심의한다. 예산은 곧 정책추진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예산을 심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국회의원 자신이 유권자에게 제시한 정책과 공약일 것이다. 이런 정책과 공약들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그에 따라 유권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면서 개발된 것이다. 즉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약 2천48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정책으로 집행이 되는 것이다.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정책에 관심을 표현하고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공약을 기준으로 한 표를 행사할수록 정치인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유권자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연구한 후 양질의 정책·공약을 개발하게 되고 당선된 이후에도 다음선거에서 다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공약이행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하지만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을 고려하지 않고 학연·지연·인맥에 따라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면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위한 양질의 정책개발을 할 필요성은 낮아지게 된다. 유권자의 적극적인 정책선거 실천이 유권자가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단지 하루의 임시공휴일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정책선거 실천을 통해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진정한 축제로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향만리…뿔, 뿔, 뿔

뿔, 뿔, 뿔 이현정고요했던 순물질/ 비등점에/ 닿는 순간/ 최선의 방어이자/ 최후의 공격으로/ 뿔, 뿔, 뿔들끓어 오르지/ 맹렬해진/ 심장의 서슬/ 차오르던 역한 기운/ 포화점을/ 넘는 찰나한 모금 혼돈주로도/ 솟구치는 혀의 돌기/ 이맛전/ 짓이겨져도/ 치받아버리지뿔/ 뿔/ 뿔-중앙일보.................................................................................................................이현정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2018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조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조 창작과 더불어 동시조에도 매진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등단 제 일성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깊이 천착하여 오래도록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만천하에 선언했다. 신인다운 패기가 넘치는 발언이다. ‘뿔, 뿔, 뿔’은 격한 시편이다. 우리는 흔히 굉장히 화가 치밀어오를 때 다소 속된 말로 머리에 뚜껑 열릴 지경이라고 말한다. 심하게 뿔났을 때의 정황이다. 바로 ‘뿔, 뿔, 뿔’은 그러한 의도가 표상된 제목이다. 뿔을 세 번씩이나 되풀이해서 쓴 것으로 보아 화자가 몹시도 심하게 일방적으로 당한 경험을 삭이고 삭이다가 시로 쓴 듯하다. 시조로서 연행갈이가 복잡한 것도 내면의 상황을 적시하기 위한 하나의 시적 장치로 보인다. 복잡한 감정의 기복 상태를 형태적으로 은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요했던 순물질이 비등점에 닿는 순간 최선의 방어이자 최후의 공격으로 뿔, 뿔, 뿔 하고 들끓어 오른다고 진술한다. 그때 맹렬해진 심장의 서슬을 감전된 듯 느낀다. 차오르던 역한 기운이 포화점을 넘는 찰나에 한 모금 혼돈주로도 솟구치는 혀의 돌기로 말미암아 이맛전 짓이겨져도 치받아버리겠노라는 결연한 항거, 저항 의지를 보인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끝마디에서 뿔 뿔 뿔, 을 제목처럼 세 번 쓰면서 행갈이를 하고 있다. ‘뿔, 뿔, 뿔’은 참신하다. 패기와 진정성이 있고, 가능성을 보인다. 한 시대의 배리를 거침없이 난타하며 밝은 길을 열어나가고자 하는 굳센 의지의 강력한 발현이다. 복잡다단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 문학을 하는 일, 그것도 시조를 쓰는 일은 숙명이라고 보아도 될 듯하다. 영광보다는 고난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쓰는 시조가 누군가의 가슴에 가닿아 얼마간의 향기로 남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 때문에 오늘도 쓴다. 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것이다. 쓰는 일이 삶 전체라는 생각으로. 교육 핵심은 은유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은유를 습득하는 일에 시보다 좋은 길은 없다. 전문가만 있고 문학작품을 읽는 시민이 없을 때 사회는 사익 추구의 현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즉 문학은 인간을 이타적 존재로 바꿀 수 있기에 문학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실패한다. 진실로 문학의 쓸모없음에 경악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삶에 쫓길수록 시를 읽어야 하고, 시를 통해 마음의 때를 씻어내어야 한다. 시는 막힌 길을 열어줄 수 있고 막힌 숨을 시원히 뚫어줄 수 있다. 특히 시조는 우리 겨레의 호흡과 정서, 사상과 감정을 담기에 가장 알맞은 형식이다. 누구나 이 길에 들어서보기만 하면 정말 잘 선택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목소리의 시조, 이현정의 ‘뿔, 뿔, 뿔’을 나직이 음미하면서 그런 자각이 샘솟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정환(시조 시인)

아침논단…경제문제, 코로나19 보다 더 무섭다

경제문제, 코로나19 보다 더 무섭다김시욱애녹 원장 이른 아침 집을 나설 채비를 한다. 준비해 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 위에 KF94가 표기된 마스크를 하나 더 착용하면서 갑작스레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요즈음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로 양쪽 주머니 가득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이 있으면 갑부라니 나도 부자임이 분명하다. 한 달여 가까이 스스로 자가 격리의 삶을 살아왔기에 오랜만의 외출은 차라리 낯설기조차 하다. 대구학원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자원 방역단의 첫 일이기에 늦지 않게 수성구청에 도착했다. 이미 여러사람들이 구청에서 지원한 소독약과 분무기, 방호복을 착용하고 방역작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3명이 1조가 되어 일대 상가와 다중시설 그리고 가정집을 촘촘히 방역했다. 처음해 보는 일이라 서투른 몸짓이지만 지역의 위기극복에 일조한다는 열정은 온몸 가득 땀으로 대신한다. 소독약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체 톡이 작동하고 주변을 순환하는 승합차 팀에서 재충전을 한다. 3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된 방역작업은 분명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상황적으로 함께 점심을 나눌 수 없기에 준비한 도토리 떡을 받아 쥐고 귀갓길에 올랐다.떠나는 분들의 웃음 이면에 담겨진 슬픔과 걱정이 가슴을 죄는 듯 하다. 전국 학원들 중에서 94%의 휴원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구 학원들이기에 경제적 상황은 무엇보다 팍팍하다. 더구나 종료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무기한 휴원 상황이기에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정 지출로 이어지는 건물세, 제반 사용료 그리고 강사료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강사 해고와 폐원 그리고 줄도산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자원 방역봉사단을 발족하고 어느 직업군 보다 먼저 자진 휴업에 들어간 그분들에게서 백조의 우아함을 발견한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백조의 단순히 보여 지는 화려한 우아함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자원봉사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고 찬사를 보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다’란 말이 있다. 백조의 우아함 속에 숨겨진 힘든 고통의 노력을 이 말로서 대신할 수 있는 듯하다. 눈부신 깃털과 우아한 유영을 위해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백조의 발은 지금의 그분들이란 생각마저 든다. 교육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선생님이란 호칭을 받지만 교육제도의 전환과 개정의 과정을 겪을 때마다 비난과 공격의 대상은 사교육이었음이 자명하다. 지금의 상황 또한 학원이라는 직업군이 갖는 특수성으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해있지만 그 어떤 정부 지원책도 학원을 대상으로 한 것은 없다. 사교육은 우아함을 가장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살아남아야 하는지도 모른다.코로나19로 인한 고통과 좌절 그리고 도산은 오직 일부 직군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 교통 유류의 수요 하락과 맞물려 OPEC회원국들 사이의 갈등은 국제유가를 급락시켜 왔다. 국내 정유사들의 1분기 영업적자가 2조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SK와 현대 오일뱅크를 비롯한 국내 4대 정유사들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국가간 대외 봉쇄령은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진 항공 산업을 붕괴시키고 승무원과 기장들의 무급휴가와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불안감의 표출로 IMF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극단적으로 세계대공황으로 발전할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역설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분명 시기적으로 위기상황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위기상황 대처에 대한 콘트롤 타워의 존재와 역할은 세월호를 통해 뼈저리게 배워왔고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선거에서 이기고자 진영논리를 앞세운 책임전가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리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능력은 민주적 방법과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의 역할, 성숙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명성을 통한 통계의 신뢰도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시민 참여는 위기극복을 위한 화합과 비젼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괴물과 싸워가고 있다.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선거를 통해 우아함이라는 열매 만을 취하려 한다면 여·야 모두 비난 받아야 한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타협의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총체적 부실 드러난 ‘포항 지열발전’

지난 2017년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강진은 지열발전사업 주체와 관련 기관의 총체적 부실 관리에서 비롯한 ‘인재’라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특히 포항지진의 ‘전조’ 성격으로 그해 4월 발생한 규모 3.1의 지진 이후에도 유발지진 확인 절차와 지진 위험도 조사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강진을 피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지적됐다. 지진은 그로부터 7개월 뒤 발생했다.이번 감사 결과는 지난해 3월 정부조사연구단의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에 이어 거듭 확인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인과관계다. 허술한 사업 관리와 형식적 중간 평가만 아니었다면 포항지진을 겪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지난 1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산업부, 에너지기술평가원, 지열발전 컨소시움 등 관련기관의 위법·부당 사항이 총 20건 드러났다. 무리한 사업규모 확대, 부실한 안전관리 방안, 관리 감독 소홀 등이 주된 내용이다.특히 강진에 앞서 발생한 여러 차례 소규모 지진, 지열사업과 관련한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지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사업을 강행한 대목이 드러나 충격을 준다.지열발전 컨소시움은 스위스 바젤에서 발생한 규모 3.4 지진으로 지열발전 사업이 중단된 사례를 확인하고도 ‘미소진동 관리방안’에 대한 기관 간 협의와 보고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에 대한 설명을 않았던 사실도 지적됐다.또 컨소시움은 안전수칙인 ‘신호등 체계’를 만들면서 세부 내용을 산업부, 에너지기술평가원 등과 협의하지 않았다. 신호등 체계는 물을 주입하는 수리자극에 따른 유발지진 규모를 관측해 녹·황·적색으로 구분한 뒤 주입 압력과 유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감사원은 적색단계에 해당하는 지진발생 시 수리자극을 중단하고 정부기관 승인을 받은 후 재개하는 내용이 신호등 체계에 포함돼야 하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발전소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3.1 지진 후에도 수리자극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그해 9월 5차 수리자극 두 달 뒤 강진이 발생했다.포항지진의 원인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가 1일 뒤늦게 출범했다. 포항지진특별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데 따른 구체적 후속 조치다.전문성과 중립성을 고려해 선정된 위원들은 유사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지진발생의 원인과 사업 추진과정의 적정성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제도와 정책개선 방향 등도 마련해야 한다.또 조만간 구성될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공정한 심의를 바탕으로 실질적 피해구제와 피해지역 거주여건 재건 등이 서둘러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이경우의 따따부따…늑대와 개 구별하기

늑대와 개 구별하기동네 뒷산을 산책하다가 끈 풀린 개를 만난다. 푸들이나 치와와 같은 애완견이 아니다. 덩치도 아주 큰 놈이 보는 순간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용기를 내 본다. 적어도 이런 동네에 우리나라 야생에서 오래 전에 멸종됐다는 늑대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정도 덩치의 개라면 분명 훈련 된 놈일 터이고 필요 없이 공격해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그런데 개와 늑대는 사실 같은 종이다. 그래서 문제다. 얼핏 보면 개 같은데 자세히 보니 늑대 같은. 그래서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늑대와 개를 특징짓는 구분이 필요하다. 정치인에게도 그런 구분이 유효하다. 대구·경북의 출전 선수들이 가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25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냈다. 무리를 한 탓인지 국회의원 감으로는 체급 미달의 후보도 여럿이다. 보수 텃밭이라며 수성을 다짐하는 미래통합당은 여러 곳에서 표를 달라기에 민망할 지경의 공천 민낯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개혁 추진과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온 나라가 코로나 19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국민과 정부 모두 지쳐있다.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소설 속에서나 상상했던 상황에 맞닥뜨린 국민들은 집단 공황상태에 빠졌다. 경험이 없으니 참고할 대상도 자문을 구할 기관도 없다. 말로는 성숙한 시민의식 어쩌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서로 격려하고 온 도시를 도배하고 있는 이길 것이라는 현수막은 그 증거다. 속이는 거다. 괜찮을 것이라고, 실은 국민 모두가 각자 도생의 아비규환이다. 이런 혼돈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다. 제대로 봐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 꼭 보아야 할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개와 늑대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출신지역도 개인적 인연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알아보는 거다. 그것이 정말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나 결정에서 그의 역할이 어떠했던가를 알아보는 거다. 그가 자랑하는 이력에서 그때 그의 역할을 보는 거다. 가당찮은 공약이 난무한다. 아직도 이런 허황한 공약을 내걸고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를 우리는 보고 있다. 유치하다 못해 아주 코미디 수준의 웃기는 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나라를 입에 올리는 초라한 경력의 후보나 나라를 등에 업은 떳떳하지 못한 경력의 후보가 가소롭게도 정권과 국가경제를 쥐락펴락 하겠다고 기염이다. 4년 전에도 그랬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보았다. 신념 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거수기가 됐던 국민의 대표를 우리는 수없이 목도했다. 대통령 탄핵에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 개헌에 대한 입장이나 조국 사태 등에서 지역 의원들의 어떤 소신에 찬 목소리를 들어보았던가. 그런 용기보다는 공천을 앞두고 쇼 같은 삭발농성이나 벌이던 인사들에게 또다시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그리고 우리는 결심했다. 그런 사람을 표로 걸러내자고. 생존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움하고 있는 국민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 자신들을 소비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몰아내야 한다고. 그렇게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런 사람만큼은 걸러 내자. 내 몫을 먼저 챙기는 사람, 그래서 재산 증식한 부도덕한 인간들, 자신을 희생할 줄 모르는 사람,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면서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끄집어내야 한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 일을 더디게 하지만 도덕성이 없는 사람은 나라 전체를 거덜 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들이 어디에 서 있을지를 예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구와 경북은 어떻게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가. 여기에 내가 뽑은 지도자가 과연 제대로 목소리를 내어줄 것인가. 후보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던 누구인지, 그가 소속된 정당의 정책이 무엇인지 챙겨야 하는 이유다. 개와 늑대를 구분하지 못하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문향만리…바다와 나비

바다와 나비 김인숙~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나는 아이를 뒷바라지하러 중국에 왔다. 아이를 세계인으로 키우겠다는 말은 핑계일 뿐, 속내는 남편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남편은 술에 절어 밖으로만 나돌았다. 소통은 단절되고 신뢰는 깨졌다. 생각 끝에 자녀교육을 명분 삼아 중국으로 도피한다. 조선족 여인의 부탁으로 돈을 전해주러 그녀의 딸 채금을 만난다. 스물다섯 살인 채금은 마흔이 넘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러 한국으로 떠나려고 한다. 채금의 부친은 어릴 때 총살당하는 사람을 본 후, 그 트라우마로 삶을 비관하는 루저다. 처형장면을 본 까닭에 그 한쪽 눈이 멀었다고 믿는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마저 잃었다. 채금의 모친은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도 가지 않을 정도로 독하고 억척스럽다. 딸 채금의 결혼을 주선했다. 한국으로 떠난다는 채금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집으로 무작정 간다. 채금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삶을 반추한다. 문득 삶의 진정성을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신 가게에 들어간다. 나비 문신 표본을 보면서 환청을 듣는다. 나비 문신을 하면, 바다를 건너다 날개는 떨어지고 몸통은 바닷물에 떠다닌다고. 팔다리가 잘린 채 바다에 떠다니는 남편을 떠올린다. 소금물에 절여있는 몸통뿐인 남편을 안아주고 싶다.… 중국에 온 본질적인 이유는 더 이상 소통되지 않는 남편을 떠나기 위해서다. 채금은 돈을 벌기 위해 노총각에게 몸을 팔다시피 한국으로 들어가려 한다. 나와 채금은 비슷한 목적을 가지지만 처방은 서로 반대다. 채금이 떠나갈 나라로 내가 찾아왔다. 내가 떠나온 나라로 채금은 꿈을 찾아간다. 채금도 한국이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지만 돈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별수 없이 간다. 채금의 꿈은 내가 그 나이 때 가졌던 꿈과 다를 게 없다. 채금의 꿈이 허망한 게 눈에 훤하지만 그녀의 가정사정을 헤아려보면 말릴 명분이 없다. 각박한 현실은 꿈꾸는 사람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꿈과 이상은 산산이 부서지고 삶의 가치는 방기된다. 몸을 던져 세파에 맞서는 채금 모녀가 허구한 날 술에 찌들어 있는 남편과 오버랩 된다. 나비가 바다를 횡단하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나비가 대양을 횡단하겠다는 것은 한낱 꿈이고 이상이다. 스물다섯 살 처녀가 간직한 이상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듯이 나비의 꿈은 헛된 욕망이다. 사랑과 이념은 세파에 휩쓸려 가버리고, 꿈과 이상은 천박한 일상 속에서 사라져간다. 현실이 남긴 상흔은 깊고 쓰라리다. 자신에 대한 모멸과 남을 향한 책망이 삶에 대한 환멸로 이어진다. 꿈과 이상이 큰 만큼 염세적 증후도 깊은 법이다. 험난한 삶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면 더욱 자신감을 잃고 부정적으로 변한다. 한편으론 스스로 내면의 성을 쌓고 다른 한편으론 소통을 갈망한다. 건성으로 소통을 시도하나 늘 실망스럽다. 관심의 기미라도 보이면 덥석 물고 싶지만 그마저도 기대난망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기대감마저 스러진다. 불신과 증오만 깊어갈 뿐이다. 모멸이나 환멸 같은 자기부정은 살아남고자 하는 절박한 구원의 몸부림이다. 불통이 낳은 빈정거림과 미움도 애정을 놓지 못하고 복원을 간절히 희구하는 반전의 단서다. 결혼생활의 파탄을 피해 중국에 건너온 ‘나’와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떠나는 ‘채금’을 대비시켜 봄으로써 진정한 삶의 본질을 깨친다. 바다를 건너지 못하면 어떤가. 건너가려는 꿈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이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할 일만 남았다. 오철환(문인)

경제칼럼…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라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급박했던 한 주가 지나갔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조 2천억 원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의 상원 가결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급반등하며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대내적으로는 미국과의 6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통화스왑 체결로 국내 달러화 기근 우려가 수그러들었다. 100조 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 결정으로 시중유동성 부족 때문에 일어날 금융시장의 혼란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포함한 2차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 논의 중이고, 각 지자체들은 이미 재난기본소득을 반영한 긴급 추경을 속속 편성하고 있다.대내외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책들 덕분에 일단은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만연하던 주식시장은 급 반전을 보였고, 외환시장도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한국은행이 의도한 바와 같이 시중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하게 되면, 기업경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지원되는 이달부터는 지역경제의 불안정감과 악화된 가계심리도 어느 정도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런데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살펴보면 이런 정책당국의 노력이 시장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취약 가계나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에 목 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취약 가계 측면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국가재정이나 형평성 등 그 적절성을 떠나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지금 다른 무엇보다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전반적인 경제여건을 고려해보더라도 그렇다. 세계적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생산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지금 소비기반마저 흔들린다면 얼마나 큰 피해를 겪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더군다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0%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면 코로나19 이후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재정적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보편타당하고 효율적인 재정의 활용방법을 두고는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가계가 직접 쓸 수 있는 실질가처분소득을 어떤 방식으로 든 늘려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비판에 마지않는 현금살포든 감세든 사회보험료 감면이든 말이다.소상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지원책에도 현장감이 부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당장의 가계 운영 자금을 융자받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못해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좀 더 많은 자금을 빌리려면 갖가지 서류에 긴 심사기간을 거쳐야 한다.이는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수주 물량이 있는 곳은 아직 버티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3~6개월 후면 죽음의 계곡 앞에 서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물론 이외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벌써 300만 명 이상의 대량 실업이 발생한 미국처럼 될 수도 있는 것이다.이제 어떻게 할 지 답은 나온 것 같다. 가계나 기업이나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어 이전의 상황으로 안정화 될 때까지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생활과 현업 유지를 위한 자금이고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실업을 막는 일이다. 지금은 국가재정이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든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필요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직접 유동성이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도덕적 해이마저도 눈감으면서까지 해 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방패가 없어 싸울 수 없다고 오히려 시장을 설득하려 하는데, 정작 설득이 필요한 것은 정책당국 상호 간인 것 같다. 아무쪼록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길 바란다.

긴급재난지원금 전액 국비 부담해야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20%를 지자체가 분담토록 해 자치단체마다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19 지원금 마련을 위해 신청사 건립기금을 당겨쓰는 등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고 있는 대구시는 자체 생계지원금 마련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20%를 떠안을 경우 다른 예산 집행도 연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에 코로나19 재난 구호로 곳간이 비고 있는 등 대구시의 재정 형편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특수성을 감안, 전액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정부는 지난달 30일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총 9조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정부가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80%를 확보하고, 나머지 20%는 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했다.이에 대구시는 마른 수건까지 짜며 긴급생계자금 재원 마련에 급급했는데 재난·재해기금 의 전액 전용 등 분담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대구시는 다음 달부터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6천599억 원(국고보조금 3천329억 원, 시비 3천270억 원)의 긴급 생계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대구시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895억 원과 순세계잉여금 475억 원 및 신청사 건립기금 1천332억 원 중 600억 원, 재난·재해기금 해지 자금 1천300억 원 등 가용 가능한 재원을 모두 끌어모아 3천270억 원을 마련했다.이런 마당에 대구시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5천800억 원 중 20%인 1천200억 원을 매칭으로 시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게다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 전담 관리 병원에 대한 경비도 대구시가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의 살림살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정부가 코로나 사태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이 바닥난 지방 정부에 매칭 자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자칫 대구시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정부는 대구가 감염병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특수성을 감안해서라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옳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자체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판국이다. 정부는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으면 기채를 해서라도 현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정부는 또 대구시보다는 재정 형편이 나은 부산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도 분담액 부담에 난색을 표하며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대구를 너무 몰아세우지 마라.

세상읽기…‘코로나19, 대구경북’

‘코로나19, 대구경북’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대구시인협회는 미증유의 재난 한가운데 서 있는 지역 시인들이 이 사태를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협 카페 공지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회원님들께서 시, 단상, 칼럼 등 장르에 관계없이 발표, 미발표 글들을 ‘코로나19, 대구경북’에 올려주십시오. 어떤 내용의 글이라도 괜찮지만 다음 사항은 꼭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펌글(뉴스, 정보 포함)은 올리지 마십시오.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글도 올리지 마십시오.” 이 코너를 시작하는 공지 글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경우에도 ‘펌글’은 올리지 말아 달라는 말은 지금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 때문이다. 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post-truth)'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브렉시트와 미 대선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가짜 뉴스(페이크 뉴스, fake news)’의 문제가 크게 주목받았다. 그래서 ‘탈진실’이 그해의 단어로까지 선정된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탈진실’은 “감정이나 개인적 믿음이 공공 여론을 형성하는데 객관적 사실보다 더 영향을 발휘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2016년 기준으로 ‘탈진실’은 2015년에 비해 20배나 많았다고 한다. 가짜 뉴스는 나치의 괴벨스가 즐겨 사용한 선동 수단이다. 거짓 정보와 루머를 통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과거에는 주로 부도덕한 선동가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짜 정보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오늘날은 그 목적뿐만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한다. 페이스북, 트위트, 유튜브 등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의 악용으로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비난하지 말라’는 말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 모두는 생각과 지향하는 바가 달라도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 위기에 처한 기업과 국민을 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상대를 무조건 지지하거나 비난하는데도 가짜 뉴스는 힘을 발휘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와 사진을 곁들인 가짜 뉴스는 ‘확증편향’을 부추긴다. 확증 편향은 선택 편향의 한 종류로 자신의 선입견에 확신을 더해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을 말한다. 가짜 뉴스는 집단의 동질성을 강화하는데 이용된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반대되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굳이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자가격리가 길어짐에 따라 정신과 문의가 많아지는데, 자가격리 중에 벽이나 식물에게 말을 건네는 정도는 괜찮다. 그런데 말을 걸었을 때 벽이나 식물이 대답하면 진료하러 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의사가 전해주었다. 나는 이 내용을 동료 시인들에게 전달하면서 “시인은 예외입니다. 식물과 벽을 향해 질문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것들의 답을 받아쓰는 것이 시 창작이니 부디 열심히 질문을 하시고 많이 받아쓰십시오. 다만 작품으로만 쓰시고 일상 대화에서는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자가격리로 인해 실성해졌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다소 농담조의 사족을 달았다. “겨우내 얼었던 까마귀 목을 타고/예감할 수 없었던 근심이 흘러나온다//봄 타는 아들에게 /콩을 갈아 두부찌개를 끓이는 모성이/모서리 굴뚝을 잡고 지붕을 돌리면/언제 칭얼거림이 있었냐는 듯/맷돌을 맞잡은 우리의 손에서/담장 너머로 주르르 넘쳐나던 웃음꽃//입마개한 전깃줄 위 까마귀들/좌로 우로 간격을 벌려 앉고/병든 목청 한 마리는 온천지 까악까악/치아 흰 매화는 멋모르고 신명이 났다//달려오는 구급차처럼/봄비가 다녀간 뒤 내다보는 창밖/다문다문 약쑥 덤불 우거지는 소리가/열 오른 가창의 이마를 짚어주고 있다” 대구시협 카페 ‘코로나19 대구경북’에 있는 박윤배 시인의 ‘대구, 가창, 봄 근황’ 전문이다. 약쑥 덤불 우거지는 소리와 함께 주단 깔지 않은 층계로 쏟아지는 저 황홀한 벚꽃, 꽃비들의 야단법석이 코로나를 몰아내주길 소망한다. 인생은 빈 술잔이 아니다. 4월이여, 천치처럼 중얼거리고 꽃 뿌리며 오라. 다만 잔인하지는 말고 화사하게.

세심한 준비 ‘온라인 개학’ 시행착오 막는다

전국 초중고 개학이 오는 9일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학년별로 20일까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온라인 개학은 사상 처음이다. 유치원은 등교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휴업이 연장된다.온라인 개학이 궁여지책이긴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대구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집단 감염과 함께 해외 신규 확진자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섣불리 등교 개학을 강행했다가는 지금까지 실시한 모든 방역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돌아갈 우려가 높다. 학교를 매개로 가정과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특히 최근 서울지역에서는 방역당국의 휴원 권고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강행하던 학원에서 강사가 잇따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원생들이 자가격리되는 사태로 이어졌다.코로나19로 개학일이 연기된 것은 벌써 네 번째다. 원래 3월2일이던 개학일을 3월9일, 23일, 4월6일로 세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연간 수업일수와 입시일정 등을 고려하면 무한정 개학을 연기할 수는 없다. 어쩔수 없어 온라인 개학을 하지만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여건이 미비하고 경험과 준비가 부족한 때문이다.온라인 개학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권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제대로 준비가 안돼 있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범수업 결과 동시 접속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또 수업 중 “영상이 안보인다”, “소리가 안들린다”는 등의 불만도 많았다.실시간 쌍뱡향 수업은 고사하고 녹화강의도 장비가 없어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라인으로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온라인 학습에 필요한 각 가정의 기기보유 현황도 제대로 파악이 안돼 있다고 한다. 학교별, 지역별 교육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들의 온라인 강의 역량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온라인 수업 시작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꼼꼼하게 하나하나 점검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들의 적응 속도를 봐가며 수업범위와 내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일선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온라인 수업에 임해야 한다. 모든 것이 미흡한 상황에서는 교사들의 열정이 수업의 질적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수능 등 대학입시 일정도 연기됐다. 온라인 개학 학사일정에 따라 수험생 간 유불리가 없도록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지난 3월 중순 이미 온라인 개강에 들어간 대학들의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시행착오를 줄이기 바란다.

아침논단…슬기로운 ‘내 방 여행하는 법’

슬기로운 ‘내 방 여행하는 법’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상 외로 길어지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할 일없이 보내는 일상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힘들다. 이 무료한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공유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달고나 커피는 커피가루와 설탕을 넣은 데다 뜨거운 물을 부은 후 400번 정도를 휘저어 만든 커피다.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집콕’ 생활이 이어지며 시간 때우기용 놀이로 발전했다. SNS에서는 서로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인증샷을 올리는 등 인기다.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런 활동들이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어디 거들떠보기나 할 법한 일인가. 그래도 약 1천 번 정도 휘저어야 만들 수 있는 수플레 계란말이라든지, 수시로 물을 줘야 하는 콩나물 키우기 등이 인기있는 걸 보면 시간 보내기용으로는 안성맞춤인 듯하다. 라디오 듣기도 한 방법이다. 어저께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어느 FM라디오를 듣다가 재미있는 내용이 나와 메모를 해두었다. ‘내 방 여행하는 법’(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장석훈 옮김, 유유, 2016)이란 책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1790년 어떤 장교와 당시 불법이었던 결투를 벌인 후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았다. 그때 그가 집 안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며 쓴 글이 바로 ‘내 방 여행하는 법’이다.“나는 내 방 여행을 하면서 곧바로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탁자에서 시작해 방 한구석에 걸린 그림 쪽으로 갔다가 에둘러 문 쪽으로 간다. 거기서 다시 탁자로 돌아올 요량으로 움직이다가 중간에 의자가 있으면 그냥 주저앉는다.” 책은 자신의 방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매일 사용하면서 살아왔지만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 안의 물건들을 보고 느낀 독특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크지 않은 방 안에서도 느낄 수 있는 42일간의 상념의 여행인 셈이다.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 딱 42일이 지났다. 200년 전 그의 방 안 여행은 42일로 끝났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대구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사회적 불안·우울 현상(코로나 블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책임져야하는 엄마들의 아우성이 인스타그램에도 터져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말고 주방과 거리 두고 싶다’ ‘평생 한 요리보다 최근 한달간 더 많이 한 듯’ ‘유치원 조리사님 보고파요 흑흑’ ‘세끼 준비+설거지=백시간’…이젠 엄마들의 코로나블루를 떨쳐버릴 ‘내 주방 여행하는 법’을 온가족이 고민해야 할 듯하다. 주방 여행하기에 온가족이 함께 하는 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서 만든 ‘코로나19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건강 지침’을 참고할 만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기본적인 내용 외에 가족,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소통은 물론 온라인 소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도 심리적 거리는 가까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지만 늘어난 개인시간을 잘 활용만 한다면 소소한 성장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을 고민해볼 법 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1790년대보다 현재의 내 방은 흥미로운 것들이 얼마나 더 많은가. 정해진 기일은 없지만 어차피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야 하는 법, 내 방을 유람하며 이왕 할 거 제대로 해 보는 거다. 방 안의 사물들과의 대화도 좋지만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나의 내면과의 대화도 필요하지 않겠나.그의 말마따나 ‘자신의 방을 여행하면 거기서 얻는 기쁨이 사람들의 성가신 질시에 잡칠 일도 없으며 무슨 대단한 경비가 들지도 않는다’그래도 강제로 떠난 ‘내 방 여행하기’가 일상이 될 수는 없다. 이 여행이 오래가지 않아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땐 늦은 봄꽃나들이라도 떠날 수 있으려나.

독자기고…사기 피해 북한이탈주민에게 관심을 가져야

김홍주김천경찰서 정보보안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사기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최근 한 방송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탈북민 출신 방송인 겸 사업가를 비롯해 주변에서 사기 피해를 당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북한에서나 중국에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오다 대한민국의 품으로 힘들게 왔지만 범죄피해로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극단적인 선택이나 해외 망명까지 생각했다는 사연은 가슴이 아프다북한이탈주민들은 입국 후 우리 사회 정착 기간이 비교적 짧고, 특히 사회주의체제와 경제관념이 부족한 경우로 인해 일반인에 비해 사기 등 각종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북한이탈주민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는 사기 피해가 많다. 사업 또는 고수익 미끼 투자와 관련되거나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경우, 불법 다단계 업체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 북한이탈주민 명의를 도용한 카드 사기 등 각종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경찰은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신변보호관들이 신변보호를 병행하고 수시로 각종 생활 법률 및 최근 발생한 신종 사기 수법 등 범죄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사기 피해는 한순간 방심하게 되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피해 예방을 위해 지자체 및 지역 하나센터, 각 유관단체 등과 경찰간 실질적인 협업으로 북한이탈주민 범죄예방교육 및 상담과 지원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북한이탈주민이 사기 등 각종 범죄피해를 입었을 경우 가까운 경찰관서나 지역 하나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즉시 도움을 요청해 법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자유를 찾아 생명을 내걸고 어려운 탈출을 감행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 범죄의 손길이 미치지 않도록 관심과 지원은 사회 모두의 몫이다.

문향만리…마라도

마라도 강문신차오른 생각에는 내 누이가 있습니다/ 산기슭 갯마을이거나 수평선 끝닿은 데거나/ 누이는 빛바랜 바다로 그 어디나 있습니다우리 한 식구가 불빛으로 모여 살 땐/ 빈 소라껍질에도 만선 꿈은 실렸습니다수평선 그 한 굽이에 마음뿐인 산과 바다/ 마라도 선착장은 받아든 저녁상입니다허술한 초가지붕 덧니물린 호박꽃도/ 그 여름 놓친 반딧불 별빛 따라 내립니다남녘 섬 하늘의 인연도 끝 간 자리/ 바다는 어디에도 가는 길만 열려 있고/ 서낭당 소망은 하나 둥근 사발 달 뜹니다물마루만 바라봐도 청보리밭 키 큰 누이/ 한 점 바닷새가 저녁놀을 물고 와서/ 윤회의 섬 바위 끝에 하얀 집을 짓습니다-시조집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고요아침, 2007)........................................................................................................................강문신은 제주 서귀포 출생으로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와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어떤 사랑』과 현대시조 100인선『나무를 키워본 사람은』등을 펴냈다. 제주 특유의 정서를 밀도 높게 육화하는 시인이다. 제주도는 축복의 섬이다. 천혜의 자연 풍광은 문인들이나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안겨주고 있다. 큰 아픔도 안고 있는 섬이지만, 시의 보고이자 상상력의 원천이다. 마라도는 최남단의 섬이다. 자그맣고 아름다운 섬에 발을 딛게 되면 누구나 감탄하기 마련이다. 국토의 끝을 밟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들레기 때문이다. ‘마라도’는 차오른 생각에는 내 누이가 있고, 산기슭 갯마을이거나 수평선 끝닿은 데거나 누이는 빛바랜 바다로 그 어디나 있다는 명확한 상황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향수를 일순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 우리 한 식구가 불빛으로 모여 살 무렵 빈 소라껍질에도 만선의 꿈이 실렸던 것을 환기한다. 한 식솔이 불빛으로 모여 산다는 것은 웅숭깊은 의미를 가진다. 얼마나 소박하고 살가운 가솔인가. 또한 수평선 그 한 굽이에 산과 바다가 둘러앉아 있어 정겨움을 더해주고 있다. 마라도 선착장을 두고 받아든 저녁상이라고 읊조리는 것 역시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때 허술한 초가지붕 덧니물린 호박꽃도 그렇고 그 여름 놓친 반딧불도 별빛 따라 내린다. 남녘 섬 하늘의 인연도 끝 간 자리마다 바다는 어디에도 가는 길만 열려 있고, 서낭당 소망은 둥근 사발과 같은 달로 떠오른다. 또한 물마루만 바라봐도 청보리 밭 키 큰 누이가 등장하고, 저녁놀을 물고 오는 새는 바위 끝에 하얀 집을 짓는다. 마라도는 이렇듯 평화로운 섬이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관광객들이 한 바퀴 휘돌면서 마음껏 싱그러운 바닷바람을 들이킬 수 있는 복된 섬이다. 더구나 키 큰 내 누이가 있어서 더욱 친숙한 곳이다. 일생을 두고 한번쯤 꼭 가보아야 하는 이상향과 같은 섬인 마라도는 꿈을 잃고 살던 이가 찾아오면 다정히 손잡아줄 섬이다. 그렇기에 마라도에 와서 마음을 다잡으며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본도를 향해 늘 그리움을 안고 떠 있는 마라도는 언제 불러도 정겹게 다가와서 마음을 고요히 두드리는 섬이다. 강문신의‘마라도’를 나직이 한번 읊조려보라. 새로운 꿈이 흰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들 것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세상읽기…정치판 톺아보기

정치판 톺아보기오철환객원논설위원선거 때만 되면 정치판은 장터마냥 시끌벅적하다. 가깝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논리를 개발하여 저마다 나발을 분다. ‘물갈이론’은 선거철 단골메뉴다. ‘한 게 뭐가 있느냐.’, ‘당선되면 코빼기도 안 뵌다.’ 등 오만가지 이유로 ‘싹 갈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기세등등하다. 지식인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새 물로 확 갈자는 말은 시원하다. 세상살이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판에 정치판을 갈아엎자는 말은 답답한 가슴을 풀어준다. 화풀이도 되고 빈자리도 생길 테니. 허나 괜한 심술은 자해다. 목소리가 크다보니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대폭 물갈이를 실행하는 곳이 애꿎은 대구다. 신인을 내세워도 당선 가능한 여건이 물갈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다보니 초선 양산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하다. 국회직이고 당직이고 하나도 못 건진다. ‘존재감이 없다’, ‘대구 패싱이다’, ‘대구 홀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누구나 갓난애로 태어나서 연륜이 쌓여 어른이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초선의 병아리 정치인으로 출발해서 선수가 쌓이면 중진으로 성장한다. 때론 거물로 큰다. 크는 만큼 큰일을 해낸다.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 ‘될 정치인’을 발굴하여 거물로 키우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갈이보다 물주는 일이 먼저다. 비난보다 칭찬이 인물을 키운다. 무단히 흔들어대는 일은 누워서 침 뱉기다. 낙하산은 안 된다는 주장도 선거 때마다 나온다. 낯선 인물을 내리 꽂지 말라는 의미다. 대구는 조금 특별하다. 토종TK와 서울TK로 나누어 다르게 취급한다. 과문한 탓인지 다른 지역엔 없는 현상이다.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소재 대학을 나와 고향에 돌아오면, 그 사람은 의지와 무관하게 서울TK다. 서울TK는 낙하산으로 몰린다. 거의 파렴치한 정도로 취급한다. 서울로 유학해서 외지에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면, 어디를 감히 고향이라고 참칭하느냐고 이웃이 화를 내며 쫓아내는 꼴이다. 자식 낳아 기르는 사람 치고 서울소재 명문대에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서울소재 명문대에 못 보내는 사정은 말 안 해도 안다. 대학 졸업하고 좋은 직장 찾아가다보면 서울·수도권이기 십상이다. 명문대학이나 좋은 직장을 찾아가는 일을 나무랄 수 없다. 조건이 되기만 한다면야 물 건너 다른 나라인들 말리랴. 그런데도 고향에 돌아와 선출직을 해보겠다고 하면 돌을 던진다. 집에 남아있던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끼리만 산다면 괜찮겠지만 타 지역 사람들, 나아가 세계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선 너무 폐쇄적이다. 글로벌시대에 능력 있는 인재라면 국적불문, 성별불문 등용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판에 분지에 갇혀 밥그릇싸움만 하는 대구의 모습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폐단이다. 격변기에 쇄국정책을 고수한 결과, 나라까지 빼앗긴 뼈아픈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 등 역사적 소용돌이를 용케 모면한 데서 유래하는 정체된 지역특성 때문인지, 각종 연고가 너무 촘촘하게 얽혀있는 토착문화 때문인지, 어쨌든지 타 지방에 비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역사적 환경이나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한 대구만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개방과 관용에 인색한 풍토는 바꿔야 한다. 낙하산 반대든, 물갈이든, 알고 보면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을 편드는 논리다. 조건이 유리하면 입을 다물고, 해당사항 없으면 바로 반발한다. 앞으로라도 객관적 관점과 정정당당한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국회의원은 법상 주소지 관계없이 어디서든 출마가능하다. 물론 당락은 별개다. 이번 총선은 체제를 선택하는 중요한 선거다. 우리는 지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할 것인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은 양 체제의 정체성과 역사적 실험 성과를 살펴보고 심사숙고한 후, 확실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투표 결과에 대해 누구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뿐더러 아무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단 선거가 끝나면 그뿐이다. 투표한 후, 손가락을 자르며 후회해도 말짱 도루묵이다. 선거결과에 대한 후회와 한탄의 목소리가 도돌이표처럼 되풀이 되어온 데자뷔가 두렵다. 이번엔 진짜 잘 찍을까. 300명의 동료 스펙을 재빨리 익힐 수 있는 사람 정도라도 선택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지나친 욕심일까.

코로나19 의료인 감염 방지에 힘 쏟아야

우려했던 코로나19의 의료인 피해가 확인됐다. 의료인은 코로나19 전파 위험에 노출된 고위험군이다. 또 2, 3차 감염의 고리가 된다는 측면에서 감염 관리가 그 어느 집단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구 의료인 중 121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 의료인 감염에 비상이 걸렸다.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4일 기준 대구지역 121명의 의료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의료인 확진자는 의사 14명, 간호사 56명, 간호조무사 51명이다. 이 중 위중 및 중등 환자가 각 1명씩 포함됐다. 의료인 확진자 중에는 34명이 신천지 신도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의료기관 내 노출과 지역 사회 노출로 파악되고 있다.문제는 대구시가 방대본 발표 이전까지는 의료인 감염 현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자칫 대구시 차원의 감염 차단 등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대구시가 의료계의 신천지 신도 명단 공개를 꺼려 일을 감염 확산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병원에 근무하는 신천지 신도 명단은 원내의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들어 의료인 감염 현황을 해당 병원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앞서 대구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난후에야 신천지 신도임을 뒤늦게 밝혀 병원 의료진이 연쇄 감염 피해를 입었다.대구시는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공공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연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료계 지적을 새겨야 할 것이다.이와 함께 매일 100명 안팎의 신규 감염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방역 첨병인 의료진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높아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40여 일째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대구 지역 의료인은 현재 탈진 상태다. 초과 근무가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신규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고 요양병원과 정신병동 등 고위험 집단의 감염 사례가 끊이지 않아 쉴 틈도 없다. 의료인들의 과부하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감염 위험 속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방역당국은 의료인을 보호하는 것이 1차적 과제임을 인식, 의료시스템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하길 바란다.시설 장비와 개인 보호구 등 공급 차질로 의료인들이 감염되는 불상사는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의료인 스스로도 개인 위생관리 등을 더욱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인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써서 아직도 끝이 보이지는 않는 코로나19 수습에 진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