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최초로 사립미술관인 ‘권정호미술관’(대구 동구 동부로 67)이 28일 개관한다.대구에서 태어난 권정호 원로작가는 계명대와 동대학원, 뉴욕 프랫대학원에서 수학하고, 한국의 근대미술과 서구 모더니즘을 접목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끊임없이 펼쳐오고 있다. 작가는 대구, 서울에서 나아가 1985년 프랫의 ‘히긴스 홀’을 시작으로 뉴욕의 ‘갤러리 코리아’, 도쿄, 상하이 등 세계적으로 작업을 해왔다.‘권정호미술관’은 까다로운 조건을 갖췄다고 알려진 대구시 사립 등록미술관의 1종 미술관으로 처음 기록된 지역 유일 사립미술관이다.이러한 행보는 작가의 강력한 의사에서다.최근 미술관에서 만난 권 작가는 “대구에서 공공의 성격이 녹아든 이 길을 걷는 게 어렵다. 전시만 하는 상업갤러리와 달리 미술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싶다”며 “미술관은 연구, 수집뿐 아닌 시대성이 녹아있다. 사립미술관으로서 깊이 있게 연구하고, 교육하는 등 작가의 생애, 삶의 경향 등 전반적인 것을 다루려 한다”고 말했다.미술관 규모는 상당하다. 건물은 지하 1층~지상 6층, 층별 58평 규모다. 1·2층을 제외한 전 층이 미술관으로 활용된다. 지하 1층은 수장고로 쓰이고, 3층은 메인 전시실, 4층 학예실·전시실·교육실, 5층 연구실·작업실, 6층 야외 전시실로 사용된다. 수장고에는 권정호 작가의 작품을 비롯 남춘모, 송광식 등 작가의 작품 130여 점이 보관돼있다. 6층 야외 전시실에는 부산비엔날레에서 큰 이목을 끈 4m 높이의 4t에 가까운 대형 작업 ‘시간의 거울’ 작업이 놓여 권정호미술관의 기세를 더한다.특히 미술관은 35년 전에 건축된 것으로, 대구 출신의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1세대 박현기 작가의 드로잉 및 권정호 작가가 건축한 건물로, 권정호 작가가 오랜 시간 거주해 애정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재탄생시켰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권정호미술관은 권정호 작가 개관전을 시작으로 현대미술작가 단체전 등으로 개최된다. 이와 함께 미술 교육 프로그램, 인문학 강연 및 공연 등도 마련된다.작가는 “개관전시를 마치고, 정점식 선생님을 포함한 이후 세대의 현대미술 작가 20여 명을 조명하는 단체전을 계획 중이다”며 “내년에는 지하철 참사 등 대구의 아픔이 녹아든 전시를 선보여 대구 기반으로 세계화할 수 있는 굵직한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했다.개관전은 오는 5월30일까지 ‘낙원(樂園)과 죽음’을 주제로 개최된다. 전시에는 작가가 ‘죽음’을 대주제로 꾸준히 작업해온 ‘해골’ 시리즈, ‘사운드’ 시리즈 등을 보여준다.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시안미술관 등에서 소장된 작품 및 작가의 소장품들로 꾸며진다.권정호미술관 임수미 학예실장은 “충분히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작가의 이번 전시는 보편적인 주제를 가져 대중들이 친근감있게 다가올 수 있도록 기획됐다”며 “미술관의 정체성을 녹인 첫 신호탄에 많은 기대를 바란다”고 말했다.오픈식은 28일 오후 4시에 열린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