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에 농업기계화 촉진법이 제정됐다. 농업기계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고 효율적인 이용을 유도해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경영개선에 이바지 한다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었다. 또 법은 농업기계화 촉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했다.기본계획의 수립과 실태 및 수요조사, 공동이용, 임대사업, 안전관리 등 농업기계화에 대한 모든 내용이 망라된 것이다.법 제정 이후 4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20차례나 개정되면서 보완 및 발전됐다.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의 부족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노임상승은 농가경영 악화의 원인이 된다.이런 악순환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농업기계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다.2020년 기준 밭농업 기계화율은 61.9%에 불과하다. 98.6%에 이르는 논농업(벼)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정부에서는 2025년까지 8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밭농업 기계화율이 저조한 것은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우리의 영농구조와 맞물려 있다.다양한 종류의 밭전용 농기계 개발에는 많은 연구개발비가 투입되지만 논농사처럼 수요가 적기 때문에 농기계 생산업체도 투자를 꺼린다. 정부에서는 밭농업 기계화 촉진 TF팀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기계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화에 승부수를 던진 청년농부가 있다. 경주에서 논콩 재배와 한우를 사육하는 광원농장 최창환(40) 대표의 농사 이야기를 들어본다. ◆농사가 천직최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고 농협사료회사에 입사해 10년 동안 근무했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한우를 사육했다. 2마리로 시작한 한우는 현재 100마리로 늘어났다. 본격적인 한우사육을 위해 2018년 농협에서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최 대표와 농사의 인연은 오래됐다. 어릴 적부터 농사를 짓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농협에 취업을 한 것도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아버지는 인정 받는 콩 전문가다. 식량자원으로서의 콩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봤고 계속 콩을 재배하고 있다. 대학원까지 진학해 콩을 공부했다. 콩 관련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최 대표도 이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콩 재배를 시작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콩 소비가 많다는 장점도 있었다.그러나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밭작물의 특성상 대규모 재배가 어려웠다. 소규모 재배로는 경영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기계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논콩 재배면적만 42만9천여㎡에 이른다. 여기에 벼 20만㎡를 재배하지만 가족 노동력 중심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기계화 덕분이다. ◆기계화로 승부수최 대표가 농작업의 기계화를 추진하는 데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노동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과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농업 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인건비 상승보다도 농번기 노동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더 절박했다. 그 해결책은 기계화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기계화를 위해 모든 농기계를 갖췄다. 농기계 구입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도 있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서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 현재 이앙기를 시작으로 콤바인, 콩파종기, 콩 수확용 범용콤바인, 트랙터, 방제기, 지게차, 드론 등 벼와 콩 재배에 필요한 모든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다.특히 콩수확용 범용 콤바인은 줄기의 절단과 탈곡, 줄기 파쇄까지 일관작업을 할 수 있다. 콩 수확작업을 시작하면 퇴비살포기가 따라가면서 퇴비를 뿌리고, 그 뒤에서 트랙터가 로터리작업을 한다.연달아 파종기가 따라가면서 동계 사료작물인 호밀과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씨앗을 파종한다. 가을철에는 1개 필지에 4종류의 대형 농기계가 줄지어 가면서 일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이 같은 기계화 덕분에 하루에 3만3천㎡의 논에 모내기를 하고, 콩을 파종할 수 있다. 콩 탈곡기를 사용할 경우에 탈곡에만 6명이 할 작업량을 범용콤바인 1대로 줄기 절단과 탈곡, 줄기 파쇄까지 마친다.한우 사육에도 바이오캡슐과 발정탐지기, ICT사료배합기, CCTV 등을 도입해 개체별로 관리한다. 이런 장비 덕분에 한우 폐사율은 제로에 가깝고 공태기간도 40~50일로 짧다. 최 대표가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다양한 자격증도 한몫을 했다. 축산기술사를 시작으로 한우컨설턴트, 가축인공수정사, 농산물품질관리사, 식물보호기사, 유기농업산업기사, 굴삭기, 드론 등 10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온 가족이 손발 척척콩과 벼 재배, 한우사육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가족의 귀농도 늘었다. 작은 아버지와 큰형, 사촌 동생이 합류했다. 온 가족이 합류해 공동작업을 하지만 경영은 분리했다. 가족 간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아버지는 총감독이다. 작목별 영농계획을 조정하고 농지를 확보하는 일을 한다. 이들 가족이 운영하는 모든 농지는 임차농지다. 최 대표는 한우를 사육하면서 콩과 조사료를 재배한다. 어머니는 고추, 작은 아버지는 벼를 재배한다. 형은 두부가게를 운영하면서 농기계를 관리한다. 농기계 기술자라 웬만한 정비와 수리는 직접 한다. 사촌동생은 체험농장을 운영한다. 주로 농작물 재배와 수확 중심의 체험을 한다. 앞으로 가공과 놀이, 치유 등으로 체험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내는 식사 담당이다. 농번기에는 시간 절약을 위해 점심과 간식을 농장으로 직접 배달한다. 또 가족이 모두 농업을 공부했다는 점도 특별하다.아버지는 초등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대학 농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콩에 대한 공부를 했다. 최 대표와 아내도 방송통신대학 농학과를 졸업했다. 모두가 농업대학 출신이다 보니 농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소통도 원활하다. 농업을 위한 농업가족이다. ◆가공으로 부가가치 높여지난해 경주시내 아파트 단지 상가에 ‘착한두부’라는 간판을 걸고 가공을 시작했다. 두부와 순두부, 콩물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오후에는 물량이 모자란다. 좋은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최 대표는 “맛의 원천은 좋은 원료에서 나온다”며 “두부와 콩물을 만드는 원료인 콩은 전량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말했다.두부 제조는 형이 맡아서 한다. 가공용으로 적합한 ‘대찬콩’과 ‘선풍콩’을 중심으로 재배하는 것도 경주지역 식당가에서 많이 소비되는 두부와 순두부를 겨냥한 전략이다. 또 가공에 직접 뛰어든 것도 콩으로 판매할 때보다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수확한 콩은 전량 경주의 식당과 직거래한다.그는 “경주지역 식당가에서 소비되는 콩은 대략 1천500t 정도로 많기 때문에 판매 걱정이 없고, 논 타작물(논콩) 재배 지원사업도 있어 어느 작목보다 안정적”이라며 “콩 재배 규모를 늘리면서 가공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휴식이 있는 농업…창농 전도사 희망최 대표의 꿈은 크다. 현재 두부와 콩물 생산에 한정된 콩가공품을 콩가루와 빵, 곡물주스 등으로 확대해 콩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콩과 벼 후작으로 동계작물인 우리밀을 재배해 떡과 빵으로 가공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또 기계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화로 소득을 높이면서도 휴식이 있는 농업을 꿈꾼다. 기계화를 통하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주민들과 협력해 생산과 가공 체험, 판매를 겸하는 6차 산업화를 추진하고 도시민들에게 농촌의 실상을 알리고 농촌의 가치를 체험하도록 하는 도농 융합의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이런 과정을 통해 농장이 도시민과 함께하는 쉼터인 동시에 힐링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무엇보다도 창농을 계획하는 청년들에게 창농 컨설팅을 하는 창농 전도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고자 농촌과 농업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농장명: 광원농장▲대 표: 최창환▲구입문의: 010-8953-0203▲블로그: https://blog.naver.com/yo9876n▲소재지: 경북 경주시 천북면 갈곡안길 40-4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