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기다리며-고3 아이에게

딸을 기다리며-고3 아이에게/ 박철늦은 밤이다/ 이 땅의 모든 어린 것들이 지쳐 있는 밤/ 너만 편히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지구상 어느 나라에 우리처럼/ 가난은 곧 불행이다, 라는 공식을 외우며/ 걸식하듯 밤하늘을 쳐다보는 바보들이 있을까/ (중략)/ 딸아 가여운 아이야/ 많은 이들이 옳다면 옳은 것이겠지/ 지지 말고 살아라/ 이민 가며 친구가 남긴 한 마디/ 악하게 살아야 오래 산다는 말도 되살아오는 밤/ 어서 돌아와 잠시라도 깊은 잠 마셔봐라 숨소리 예쁘게-/ 반쪽의 달이 외면하며 구름 뒤에 숨고/ 밤이 어둔 것조차 내 죄인양 송구스런 밤/ 너의 행복을 쌓으며 몇 자 쓴다 아이야- 웹진『시인광장』2009년 겨울호.............................................................숱한 불면의 날과 고통의 시간들을 감내했을 고3수험생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자식들 바라지한다고 애썼을 학부모들, 시험을 치루는 당사자의 마음고생도 그렇지만 그들의 비위 맞추랴 공부한답시고 부리는 짜증 다 받아주랴 그들 못지않게 힘겹고 가슴 조아렸던 지난 시간이었으리라. ‘정시’니 ‘수시’니 ‘수능’이니 ‘학종’이니 말도 탈도 많은 가운데 일생일대 결전의 날이 오고야 말았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실력을 단 한 번의 평가에 쏟아내야 하는 날이니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초조와 긴장의 낯을 숨길 수 없으리라.해마다 되풀이되는 입시지옥에 단판 승부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 이 행태는 가혹하고 부조리하기 그지없지만, 그들을 구렁텅이에서 해방시킬 뾰족한 묘책은 없었다. 다양한 선발기준을 마련했다지만 여전히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몇 시간의 결과로 평생 갑의 위치에서 순탄한 생을 살아갈지, 험난한 삶을 예고할지가 판가름 나는 가혹하고도 모순적 상황임에도 속수무책이다. 그런 현실에서 자식들을 안쓰러워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옳다면 옳은 것이겠지’ ‘지지 말고 살아라’며 등을 떼민다. ‘가난은 곧 불행’이라며 모든 가치의 척도로 경제능력을 꼽는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이 왜곡된 교육의 부담을 벗기란 무망해 보인다.수능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도 적성에 맞는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지고, 설령 가난하게 살더라도 자기 일에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면 주위의 편견 없이 얼마든지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어야 교육제도 개선도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가치관의 폭넓은 사회적 수용이 선행되지 않고는 특목고 폐지, 선행학습금지, 심지어 서울대가 없어진다고 해도 대학서열화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따라서 입시경쟁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학력 간 지나친 신분격차와 임금격차를 해소하지 않고는 사교육이 줄지 않으며 교육비 부담도 경감되지 않을 것이다.당국에서는 해마다 학교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본주의를 지금껏 존재케 하고 굳건히 떠받치고 있는 힘은 경쟁을 통해 앞서는 자가 뒤처지는 자보다 부와 명예, 안락함 등의 아이템을 더 획득할 수 있는 사회구조에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부모나 자녀들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모든 이가 열망하지만 ‘막상 부자로 사는 이들은 열의 둘’이고, 그들조차 마냥 행복에 겨운지는 알지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불편한 진실이 아닌가. 수능이 각자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도는 없을까.

눈에 보이는 위험, 왜 무시하나

눈에 보이는 위험, 왜 무시하나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델리리움(Delirium)’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벨기에 맥주가 있다. 병 라벨에 귀엽게 보이는 분홍코끼리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단어의 뜻은 정반대이다. 델리리움은 섬망이라는 뜻으로 심한 과다행동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4가지 델리리움 맥주 중 하나인 ‘델리리움 트레멘스(Tremens)’는 ‘진전섬망’이란 뜻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알코올 섭취를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손떨림,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의학용어다. 이 때 나타나는 환각 중의 하나가 분홍 코끼리라고 해서 이 맥주의 상징이 됐다. 물론 이름값을 할 만큼 알코올 도수도 높다. 코끼리는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도 등장한다. 하얀 코끼리이다. 옛날 동남아시아에서는 하얀 코끼리를 영적인 존재로 신성시했다. 당시의 왕들은 아니꼬운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하사하곤 했다. 그러나 막상 왕이 선물한 신성한 동물에게는 일도 시키지 못해 쓸모는 없으면서 사료비 등 유지비는 엄청 많이 들었다.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도 효과가 별로 없어서 처치 곤란한 프로젝트를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라고 한다. 주로 국제스포츠경기를 위해 사후 운영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시설이나 경기장을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경제현상 또는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다른 동물들도 등장한다. 검은 백조를 뜻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도 그 중 하나다. 블랙 스완은 17세기말 서양인들이 호주 대륙에 발을 디딘 이후에야 발견됐다. 그때까지 백조는 당연히 흰색이었다. 이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실제 일어날 경우를 표현하는 말이 블랙 스완이다. 월가 증권분석가 나심 탈레브가 월가의 위기를 경고한 그의 책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주장했다. 블랙 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이 가해진다. 2008년 경제위기, 9.11 테러 등이 대표적인 블랙 스완이다. 블랙 스완이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회색 코뿔소’는 반대 개념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너무 멀리 있는 위험으로 느껴 아무런 대책없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비유한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서 멀리 있어도 쉽게 눈에 띄는 바람에 말 그대로 빤히 보이는 위험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가까이 달려오면 두려움이 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라고 진단하는 한국의 현 상황과 관련해 위의 동물들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하얀 코끼리도, 블랙 스완도, 회색 코뿔소도 배회하고 있다. 어쩌면 델리리움 상태에 빠져 분홍코끼리마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떤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인 ‘블랙 스완’은 아닌 것 같다. 이미 국내외 많은 경제전문가들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MF 등에서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경고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큰 위험이 보이는데도 무시하는 ‘회색 코뿔소’에 가깝다. 정부조차 지금이 경제위기라는 인식에는 동조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멀리 회색코뿔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쓰러지며 건물마다 임대 현수막이 나붙고,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세이고, 경제성장률은 2%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소비와 투자마저 위축되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도 빤히 보이는 회색코뿔소다. 아직은 평온해보이지만 잠재된 위험 때문에 언제 회색코뿔소가 돌진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제는 정치이슈에 철저히 가려지고 있다. 지금처럼 위기를 보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한다면 어느 순간 큰 몸집의 회색코끼리가 우리를 들이받을지 알 수 없다. ‘회색 코뿔소가 온다’의 저자 미셸 부커의 경고가 의미심장하다. “예측이 불가능하면서 어느 순간 나타나면 엄청 큰 타격을 주는 블랙 스완 보다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만 무시해버리는 위험인 회색 코뿔소를 더 걱정해야 한다” 서민들은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이 경고를 정치권에서 무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관광산업으로 먹고살자

관광산업으로 먹고살자오용수대구관광뷰로 대표이사 세계 각국이 관광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꼽고 있다. 최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산업 다각화를 위해 관광을 꼽았고, 일본은 지방에서 제조업이 점점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가자 관광이 지역을 살리는 보물이 되었다. 또 관광산업의 외화가득률이 80% 이상으로 다른 산업보다 높다. 그러다보니 전쟁 폐허 위에서 워커힐호텔을 만들고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조성하여 외화를 벌고 경제부흥에 이바지했다. 더구나 관광은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관광이 농업과 만나면 농촌관광이 되고, 제조업과 만나면 산업관광, 3차 산업과 융합하여 한류관광, 의료관광이 생겨났고 4차 산업인 공유숙박·차량, 빅데이터 활용 관광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변신하고 있다. 국가 간 관계가 서먹할 때도 스포츠, 예술, 관광단 파견으로 해소한 경우도 많다. 이같이 관광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내일을 위한 활력을 얻고, 지역과 국가에서는 인구 감소를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는 만병통치약 역할을 하고 있다.대구는 세계적 항공권 플랫폼 스카이스캐너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올 4월 말~5월 초 일본 최대의 연휴인 골든위크 때 일본인의 선호 여행지 중 증가세 1위였고 여름휴가 인기 급상승 여행지 TOP5의 1위가 대구, 그 뒤가 블라디보스토크, 스톡홀름, 부다페스트, 양곤이었다. 대만에서도 작년 말 단거리 여행지 항공 검색 1위가 대구, 장거리는 호주였고, 호텔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에서 가장 가고 싶은 도시 1위가 다낭, 2위가 대구였다. 그 결과 21만 명이 대구여행을 했고, 한국에 온 대만관광객 6명 중 한 명이 대구에 온 셈이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21만1천 명이 와서 전년대비 55%나 증가하고 있다. 이 얘기를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 했더니, “대구가 1등이라니!”라며 기뻐하였고, 옆에서 “방탄소년단(BTS)도 5년 전에는 무명이었는데 세계 1위가 되었고, 대구관광도 비슷하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는 대구공항에 일본과 대만 행 직항노선이 늘어났고, 근대골목, 서문시장, 맛집, 카페, 치맥축제 등 두 나라 관광객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즐길거리가 많고, 74%나 되는 개별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도 주효했기 때문이다.한편 경북은 역사문화자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경주는 우리나라 관광 1번지로 불리며 한국관광을 세계에 알리는 얼굴이었다. 1979년 아시아태평양여행협회 서울 총회에 참석한 관광인들이 경주에 내려와 천년 고도 경주의 모습에 반하였다. 이후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오면 거의 경주를 들렀는데, 특히 일본 청소년들이 수학여행으로 찾아와 역사를 배우곤 했다. 또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경주시 전체를 역사유적지구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역사마을로, 영주 부석사와 안동 봉정사도 산사로, 올해는 한국의 서원으로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등 4곳이 지정되었다. 이런 문화재는 민족의 자긍심과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관광밖에 없다. 이에 문화와 관광을 결합한 문화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이제 대구·경북이 손잡고 추진 중인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대구의 도시관광을 즐기는 개별관광객과 경북의 문화관광을 주제로 하는 단체관광을 각기 강점을 살려 마케팅도 하고, 서로 연계하여 양 지역을 오가는 여행객을 유치하자. 국내외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수용태세도 개선하고, 대구·경북 대표 관광상품을 만들어 팔자. 그러나 주민들의 따뜻한 서비스와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대구시민은 경북을, 경북도민은 대구를 자주 가보자. 다음으로 서울, 부산 등 타지에 거주하는 대구·경북 출신의 출향민들이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고향을 찾도록 권해보자. 그리고 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비롯해 동남아와 구미주 각국에 이르기까지 대구·경북 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전략적으로 유치 활동을 펼치자.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대구·경북의 상생의 상징이자 통합경제의 대표로 관광을 지목하였다. 이제 대구·경북이 관광으로 하나되고, 관광으로 먹고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관광을 열심히 키워보자.

철망 앞에서

철망 앞에서/ 김민기내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길/ 새들은 날으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게/ 녹슨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이처럼 명징하게 서정적으로 통일을 염원한 노래가 또 있을까. 노태우 정부 때 만들어졌으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불리어지기로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햇볕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햇볕정책의 기본 틀은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정착에 토대를 두고 발전시켜나가면서 ‘남북연합’이라는 과도적 통일 체제를 거쳐 완전한 통일로 향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도 큰 틀에서 이와 다르지 않으며 문재인 정부도 이를 계승발전 시켜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문재인 정부 집권 반환점을 돈 이때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역시 한반도 평화통일의 물꼬를 다시 텄다는데 있다. 보수정권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군사분계선에 있는 군대를 비무장 시키고 끊어진 남북 철길을 잇고 있다. 통일을 바라는 남북 동포들은 이미 새가 되어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고 그 위를 훨훨 날고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은 만약 김정은이 바로 앞에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 유시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간절하게 “문재인 대통령 같은 사람 다시 못 만난다”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당부다.‘10.4 공동선언’부터 꼭 실천하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정치란 어떤 경우에도 대중보다 한발자국 먼저 나가야하는데, 꼭 그렇게 하시라” 국민의 눈치를 너무 살펴서도 곤란하고, 국민의 의식과 역사를 항상 선도해가라는 당부였다. 이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철학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도 대통령에게 힘과 믿음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김용옥은 “우리 국민의 오판이 현재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다는 것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과거보다 훨씬 험난한 가운데서 문 대통령이 어렵게 뚫어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었다.지난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되는 날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동서냉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베를린 장벽이 독일분단 44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지 28년 만인 1989년 11월 9일 무너진 것이다. 11개월 뒤인 1990년 10월 3일엔 역사적인 통일을 달성한다. 그리고 30주년 기념일, 동독 출신으로 3선 총리인 메르켈은 이날 장벽 인근 예배당에서의 기념행사에서 “베를린 장벽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면서 “전 세계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녹슨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두면 반드시 통일은 오리라.

삼청교육대

삼청교육대 / 박노해서릿발 허옇게 곤두선/ 어둔 서울을 빠져 북방으로/ 완호로 씌운 군용트럭은 달리고 달려/ 공포에 질린 눈 숨죽인 호흡으로/ 앙상히 드러누운/ 아 3·8교!/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살아 다시 3·8교를 건널 수 있을까/ 호령 소리 군화 발길질에 떨며/ 껍질을 벗기우고 머리털을 깎여/ 유격복과 통일화를 신고/ 얼어붙은 땅바닥을 좌로굴러 우로굴러/ 나는 삼청교육대 2기 5-134번이 된다// (중략)// 푸르게 퍼렇게 시퍼런 원한으로/ 깊이깊이 못 박혀/ 화려한 조명으로/ 똑똑히 밝혀 오는/ 피투성이 폭력의 천지/ 힘없는 자의 철천지 원한/ 되살아나/ 부들부들 치떨리는/ 80년 그 겨울/ 삼청교육대- 시집 『노동의 새벽』 (느린걸음, 2004)........................................ 1980년 8월부터 1981년 1월까지 5공 출범 직전 당시 국보위위원장 전두환에 의해 만들어진 초법적 교정기관이 ‘삼청교육대’다. 영장도 없이 수많은 시민들을 체포해 전국의 각 사단 특수 훈련장으로 끌고 가서 온갖 인권유린과 막장 범죄 행각을 저질렀다. 그해 8월 나는 야간통금에 걸려 파출소에서 5시간쯤 붙잡혀있는 동안 삼청교육대로 끌고 갈 사람들을 파출소로 잡아 와서 치도곤 하는 모습을 정면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제보’를 받고 잡아들인 외상술값이 있는 사람, 파출소장의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등을 망라했다. 명목상의 징집대상자는 깡패와 상습절도 전과자들, 반정부 데모꾼, 불온선동자, 전두환 비방자, 5·18 유언비어 유포자, 윤락녀 등인데 ​실제 끌려간 사람들은 술집에서 싸움을 했거나 술 취해 길바닥에 자빠진 사람도 있었고 학교에서 좀 껄렁거리는 고교생 등도 포함되었다. 어린 학생들은 주로 부모가 항의할 여력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자녀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진짜 조폭들은 사전에 파출소로부터 정보를 입수하여 조용해질 때까지 도피 잠적한 사례가 많았다. 할당량을 채우려다보니 노숙자, 부랑자를 비롯한 무연고자도 다수였다.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운동을 한 노동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당시 직장 노조설립에 간여했던 나도 까닥하다간 끌려갈 뻔했다. 윤락가 주변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붙잡혀갔고 문신 장발도 이유가 되었다. 생활기반이 양동이었던 ‘도장골 시편’의 김신용 시인도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었다. 그렇게 연인원 80여만 명의 군경에 의해 국보위 지침상의 검거대상인 ‘개전의 정이 없이 주민의 지탄을 받는 자, 불건전한 생활 영위자 중 현행범과 재범이 우려되는 자, 사회풍토 문란사범, 사회질서 저해사범’으로 덮어씌워져 6만 여명이 끌려갔다. 등급심사를 거쳐 실제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사람은 약 4만 여명이다. 삼청교육대가 피교육생들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는 전두환에게 밉보여서 7개월간 교육을 받은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의 증언 등 여럿 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죽으니까. 내가 오죽하면 구두를 핥으라고 해서 구두를 핥았겠어요.” 1988년 청문회 이후 삼청교육대의 잔인성과 야만성이 속속 폭로되었다. 국방부는 공식집계로 교육과정에서의 사망은 54명이고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를 397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숫자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이런 놈들은 삼청교육대에 보내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돼”라는 말을 가끔 듣고, ‘부들부들 치떨리는 80년 그 겨울’을 미화하며 추억하는 이들이 있다니...

자이가르닉 효과

자이가르닉 효과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입동이 지났다. 겨울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 속에서도 화살나무 잎새들은 빨갛게 볼을 물들이며 열매를 영글게 한다. 한기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있는 그들의 의연한 자태가 참으로 대견하다. 차에 올라 히터를 한껏 틀어 온도를 높여본다. 몸과 마음이 자꾸만 떨린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영면 소식을 듣고서 너무나 가슴 아팠다.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볼 걸. 친구도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안타까워할까.성악하는 친구가 주택을 개조하여 예쁜 카페를 내었다. 여고 동기들이 모였다. 그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작년 겨울 이후 여러 차례 연락해도 받지 않던 친구가 올해 봄 담도암으로 눈을 감았다는 것이 아닌가. 평생 주말 부부로 살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환자들과 부대끼며 조금의 여유를 갖지도 못하던 그녀였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 이제 조금 시간이 난다면서 연락하더니. 소식이 궁금하여 봄부터 여러 차례 전화해도 받지 않기에 무슨 일이 있는가. 급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혹여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서 부재중 통화에 답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을 하면서도 그저 그녀가 소식을 전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엔 영영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어 버리다니.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한기가 들기 시작하였다. 친구들과의 자리를 피해 도망치듯 일어섰다. 후회가 밀려와 가슴을 쥐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그녀와의 대화창엔 “조용할 때 우리 꼭 만나자.”였었는데.‘자이가르닉 효과’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다. 하고자 했던 그녀와의 만남이 약속만 하고 완결되지 않았으니 그 긴장이나 불편한 마음은 오래 지속되어 잔상이 되어 내내 오래오래 남아 있지 않겠는가. 1927년 오스트리아 빈의 한 카페. 어떤 여성이 요리를 나르는 웨이터를 지켜보고 있다. 이 웨이터, 종이에 적는 것도 아닌데 여러 손님의 주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서빙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하나도 잊지 않는 웨이터를 신기하게 여긴 여성이 계산을 마친 뒤 그 웨이터에게 누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다시 말해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웨이터는 크게 당황하며 계산이 끝난 마당에 그걸 왜 기억하냐고 되물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놀라운 상황을 목격한 여성이 바로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었다. 자이가르닉은 이 경험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그녀는 실험 참가자를 A와 B의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들에게 각각 간단한 과제를 내주었다. 시 쓰기, 규칙에 따라 구슬 꿰기, 연산하기 등 15~22개의 과제로 이를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비슷했다. 실험의 핵심은 A그룹이 과제를 수행할 때는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고, B그룹은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하던 일을 일단 놔두고 다른 과제로 넘어가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과제를 마친 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야 했을 때 B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이 A그룹보다 무려 두 배 정도 더 많이 기억을 해냈다. 반면, 그들이 기억해 낸 과제 중 68%는 중간에 그만둔 과제였고, 완수한 과제는 고작 32%밖에 기억해 내지 못했다. 마치 카페의 웨이터가 계산을 끝낸 더는 볼일 없는 손님의 주문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 했듯이 말이다.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목표를 이루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이 자이가르닉 효과가 아닐까 싶다. 자이가르닉은 이처럼 끝마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우리가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줄곧 남아 있는 일에 미련을 두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뇌리에 남아서 기억하게 된다. 이런 심리 현상을 그녀의 이름을 따서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른다. 하던 일을 다 완성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긴장은 풀리고, 기억에서는 쉽게 잊힌다. 하지만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 예를 들면 이루지 못한 첫사랑. 시험에서 못 푼 문제, 클라이맥스일 때 끝나 버린 드라마, 작심삼일이 되어 가고 있는 새해 새 아침에 세웠던 계획들, 이런 것들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이런 아쉽고 찜찜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행동하도록 부추겨서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작가 헤밍웨이도 바로 이 효과를 이용하여 글을 써서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고 하지 않던가. 일단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서 오는 기쁨과 행복한 마음을 한번 맛본다면 다음번 목표는 이것의 도움 없이도 잘 끝낼 수 있을 것이다.아직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자이가르닉 효과로 내내 마음에 남을 것이니, 이 겨울엔 후회 남지 않도록 잘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

부고

▲김무연(전 경북도지사)씨 별세, 김종배·충배·경숙·명숙·현숙·인숙씨 부친상, 박규석·박재선씨 장인상, 인순희·이혜경씨 시부상, 성훈·성환·성호·수연·연정씨 조부상=8일 오후 10시,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특101호실, 발인 12일 오전. 010-9122-2244.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경북의 큰 별지다…김무연 전 경북도지사

경북관광의 큰 획을 일군 김무연 전 경북도지사가 지난 8일 별세했다. 향년 99세.안동 출신인 그는 도지사 재직 당시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1호 국내 관광단지로 개장 국내 관광을 선도했다. 김 전 지사는 1978년부터 1981년까지 경북도지사(제15대)를 역임했다.특히 그는 경북농업의 기계화를 통한 식량증산, 팔공산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도민을 위한 많은 정책을 수행했다.생전 그는 “농민들이 호미로 농사를 짓는 모습이 서글펐다. 우리 농촌이 더 잘 살 수 없겠는가? 늘 고민했다”고 말했다.안동농림학교를 졸업하고 문경군수, 영덕군수, 금릉군수, 경상북도 대구시장, 강원도지사, 경북도지사, 부산직할시장, 안동MBC·대구MBC사장을 역임했다.최근까지 대구시 원로자문협의회장으로 대구·경북의 상생발전을 위해 많은 활동을 펼쳤다.올해 4월에는 99세를 맞아 김 전 지사의 생일을 축하하는 백수연(白壽宴)이 이철우 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청에서 열리기도 했다.자녀로는 김종배·충배·경숙·명숙·현숙·인숙 씨가 있다. 박규석·박재선 씨는 사위, 인순희· 이혜경 씨는 며느리다.빈소는 대구 경북대병원 특101호실이고, 발인은 오는 12일 오전이다. 장지는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 선영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지상의 방 한 칸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시집『밤에 쓰는 편지』(청사, 1987) ................................................................... 뱁새가 깊은 숲속을 자유로이 휘젓고 다녀도 쉴 곳은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셔도 그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고 장자는 말했다. 안분과 자족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에겐 말처럼 간단치 않은 일이다. 내 몸 하나 맘 편히 누일 ‘지상의 방 한 칸’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시름에 찬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상천지 솟은 게 아파트고 늘린 게 집이라지만, 주택난은 투기가 기승을 부렸던 80년대만의 사정은 아니다. 이 시가 발표된 게 80년대이고 그보다 먼저 박영한의 소설 ‘지상의 방 한 칸’이 나온 것도 80년대이다. 아이가 여럿인 경우 셋방 하나 얻는 것도 여간 까다롭고 힘든 게 아니었다. 생애최대의 과제이자 꿈이 내 집 마련이고 내 집 대문 앞에다 자기 이름을 새긴 문패를 대못으로 쾅쾅 박는 거였다. 남자가 가장 비참한 생각이 들 때가 아이들 먹고 싶은 것을 주머니 사정으로 사주지 못할 때와 주인집 눈치 보느라 제 자식 맘껏 뛰어놀게 하지 못하고 동선을 단속할 때다. 행여 주인집 아이가 심술을 부려 애들끼리 쌈질이라도 하면 눈물을 삼키며 제 자식을 야단 치고 돌아서서 울었다. 지금이야 이런 식의 설움을 겪는 이가 얼마나 될까만 예전엔 그랬다. 이 시는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밖에 없는 시인으로서의 자조적 연민이 가득하다.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을 겪지 않은 사람은 그 설움을 모른다.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고’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쓰라림 뒤에 집장만의 감격을 알지 못한다. 살면서 누구든 환희의 날이 없진 않겠으나, 전월세로 떠돌다가 집칸을 장만하여 첫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만한 환한 기쁨이 어디 있으랴. 운 좋게도 나는 1987년 목동에 조그만 아파트 하나를 장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오른 전세금을 감당 못해 자꾸만 외곽으로 빠지거나 월세로 내몰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나지금이나 내 집 소유의 의미는 크다. 전전긍긍한 삶을 살았던 경험을 가진 사람일수록 내 몫의 방 한 칸은 곤한 육신을 눕힐 공간인 동시에 자본주의 세상에서 거의 유일한 자구책이며 대항수단이기 때문이다. 소유가 아닌 주거개념으로서의 주택이란 점잖은 말도 있으나 호시탐탐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현실에선 무안하기 그지없는 언사다. 80년대처럼 부동산 불패 신화를 굳세게 믿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집값 안정을 말하면서도 내 이익과 관련해서는 다른 생각의 주머니를 찬다. 수도권, 특히 강남 집값은 언제나 심상찮았다. 나는 목동아파트를 1억 몇 천에 처분하고 서울을 떠나는 그 순간 루저가 되었다.

청년 창업, 청년 실업 대안 될 수 있나

청년 창업, 청년 실업 대안 될 수 있나추현호콰타드림랩 대표지역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통계 수치보다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며 느끼는 청년 실업 체감률은 훨씬 매섭게 다가온다.청년 창업 멘토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상담소 및 센터를 찾아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창업은 원해서 시작하는 경우보다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의 창업아이템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여러 생각이 들곤 한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5년 차 창업기업의 평균 생존율은 27.5%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통계와는 별개로 업계 관계자와 창업 전문가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만큼 창업하기 좋은 시대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청년 창업 생태계가 과거에 비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다차원적, 다변적, 양적 그리고 질적 변화를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창업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해비타트(hightech habitat)와 같은 구조적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한다. 우수한 창업가가 배출되는 교육기관, 풍족한 벤처캐피털 자금, 창업가들이 손쉽게 회사를 만들고 합병할 수 있는 법률 시스템, 스타트업 멤버간의 이직과 교류가 활발한 네트워킹 문화 등이 바로 실리콘 밸리의 주요한 성공요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거시적 환경이 갖춰지고 미시적 차원의 창업 기업의 혁신과 스캐일 업을 위한 열정이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청년 창업이 취업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청년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이 고민해야 할 본질은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국 회사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다. 거시적 창업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회사 그 자체의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이 고객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외부 지원에 의존한 스타트업은 결코 자생할 수가 없다. 청년 스스로 창업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지난 1일 강원도 한림대학교에 개최된 국제지역혁신포럼에 토론자로 초청되어 포럼의 전 과정을 함께했다. 스코틀랜드의 글렌위비시스 디스틸러리(양조장)를 청년들과 지역 커뮤니티의 펀딩으로 살려낸 크레이그 맥리치와 함께 토론을 이어가며 시장 경쟁력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청년 실업의 대안으로서 청년 창업이 주목받는 요즘 창업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지속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입동, 건강한 겨울맞이

입동, 건강한 겨울맞이전준항대구지방기상청장파란 가을 하늘과 형형색색의 단풍들을 보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는 요즘이다. 가을나들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어서 들뜬 마음으로 노랗고 붉은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한 발걸음들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아침, 저녁으로 점점 더 쌀쌀해지는 공기가 이젠 가을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뜻하는 듯하다.8일은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의 ‘입동(立冬)’이다. ‘입동’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번째 절기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과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사이에 든다. 이 때 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고 바쁜 일손을 털고 한숨을 돌리는 시기로,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단풍잎들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가기 시작한다.겨울이 들어선다는 날로 여긴 입동 즈음에 사람들은 겨울채비를 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대표적인 준비로는 김장을 들 수 있다. 김장은 평균기온이 4℃ 이하로 유지 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여 예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11월 말에서 12월 초인 입동 전후를 김장하기 제일 좋은 시기로 여겼는데, 이는 김치의 주재료인 채소가 얼기 전에 하는 것이 좋고, 날씨가 너무 따뜻할 경우 김치가 쉽게 시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김장철이 점차 늦어지고 있는 추세이다.입동에는 날씨점을 치기도 한다. 제주도 지역에서는 입동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하고, 전남 지역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개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었으며, “입동날이 따뜻하면 그 해 겨울이 따뜻하다”라는 속담도 있다.이러한 입동의 우리지역 기후는 어떠할까? 1981~2010년까지 30년간 대구지역 입동(立冬)의 일 평균기온은 11.4도, 일 평균 최고기온은 17.2도, 일 평균 최저기온은 6.6도로 상강(霜降·10월24일)때 보다 약 2~3도 가량 낮게 나타났다.이처럼, 입동이 시작되며 계절이 바뀌는 이시기엔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매우 커지는데 이 때문에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급격히 떨어진 기온 때문에 신체 유지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어 체력 소모가 많아지고, 이 때문에 우리 몸의 외부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한반도로 유입되며, 날씨가 매우 건조해져 코나 기관지 등의 점막이 메말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도 낮아져 감기 등 바이러스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기상청은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날씨예보를 바탕으로 보건기상지수를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 (http://www.weather.go.kr) 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보건기상지수 중 ‘감기가능지수’는 일교차, 최저기온, 습도 등을 이용하여 감기 발생 가능정도를 지수화한 것인데 4단계별(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로 일 2회(6시, 18시) 서비스 하고 있다. 이 감기가능지수를 참고하여,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고, 따뜻한 음료를 통해 체온을 유지하며, 실내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여 감기를 예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감기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에도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입동이 시작되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혈관이 좁아져 심장에 부담이 커지는데, 이 때문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환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그러니 금연, 고혈압치료, 비만관리 등을 통해 질병에 대한 예방을 꾸준히 하여야 하며, 앞서 말한 보건기상지수 중 ‘뇌졸중 가능지수’를 참고하여, 실외활동이나, 급격한 운동을 자제하는 등의 관리도 필요하다. 기상청은 감기와 뇌졸중 외에도 ‘천식·폐질환 가능지수’도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여, 건강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예보된 2019년 겨울철 기후전망을 보면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으나 기온변화가 크겠다는 전망이다.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잘 끝내고, 환절기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서 남은 2019년을 건강하고 알차게 보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