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에녹 원장위기는 늘 변화와 혁신을 불러온다. 생존과 관련된 것일수록 절대적인 명제가 된다. 하루의 먹잇감마저 보장되지 않은 수렵, 채집의 시대에 인간은 살기 위해 수 천 마일을 이동해야만 했다. 가족과 씨족의 생존은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기에 되돌아 가야 할 거리보다 먹잇감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류가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갔고 토착 인류와의 투쟁 속에서 현생인류로 발전해 왔다는 점은 흥미롭다.흔히 신석기 혁명을 산업 혁명에 버금가는 역사적 대사건으로 보고 있다. 영국 고고학자 고든 차일드가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이 개념은 수렵, 채집에만 의존하던 인류가 생산경제로 혁명적 전환을 이룬 것을 의미하고 있다. 하루살이와 같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행위에서 자급자족을 넘어서 잉여 농산물을 생산함으로써 계급적 분화와 도시 국가 탄생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된다. 후빙기로 일컬어지는 온화한 기후 또한 이러한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이 가지는 환경에 대한 저항과 극복의 의지가 원동력이었다. 철저히 순응하는 동물과 같은 본능적 삶은 생사마저 자연에 의지해야했기에 인류는 필연적으로 자연과 환경에 도전적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짐작된다. 목숨을 건 매머드와의 싸움은 목축을 시작으로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게 되고 집단적 정착생활 속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팬데믹’ 현상을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개별 국가의 변화와 세계질서의 재편으로 예측되는 이 용어는 향후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과 처방을 포함해 이 질환이 초래한 세상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려는 모든 노력을 상징하고 있다.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바꿀 세계의 질서’라는 칼럼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질환이 가정, 의료, 교육,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질서를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의 조정자라는 미국과 선진국으로 이름 불리는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로 인한 붕괴는 의료체계에 대한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의 수정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대규모 재정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화라는 공동체적 카르텔에서 지역적, 자국 중심의 경제. 사회로의 모색이 예측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우리나라에서는 2차 추가경정 예산과 기본 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피해를 복구하고 건전한 경제 상황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책임이 분명하다. 더불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화에 따른 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대면 원격 사회로의 전환,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자국중심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스마트 가속화 등을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19를 겪어오며 익숙해진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원격근무 등의 새로운 사회문화와 함께, 전통적 의료제도와 사회복지, 가족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IT산업의 선두 국가로서 어느 나라보다 앞선 발전과 성공이 기대된다.살아남기 위해 신석기 혁명을 일으킨 인류는 산업 혁명을 거쳐 태양계의 신비를 찾아 나설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인간의 지혜와 기술의 발전이 이룬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살펴 볼 부분은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던 기술의 발전이 원인모를 바이러스에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는 과거에서 찾으라는 말이 있다. 13~15세기 멕시코 고원에서 발전했던 아즈텍 문명과 마야문명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 세계의 중심이던 유럽국가 스페인마저 놀랐던 그들의 문명은 천연두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멸망하게 된다. 이후 그 자리엔 태양의 신을 위한 제단인 마야의 피라미드가 견뎌내듯 인디오와 에스파냐의 혼혈이 만든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음이다. ‘문명은 질병을 만들고 질병은 또 다른 문명을 만든다’라는 윌리엄 맥닐 교수의 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결코 코로나 이후의 삶이 극단의 절망만은 아닐 것이란 믿음으로 포스트 코로나 혁명을 기대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