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다자녀 세대를 대상으로 대학 교육을 무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다.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 세대에 대해 2025년도부터 가구 소득 제한 없이 모든 자녀의 4년제 대학, 전문대, 고등전문학교(직업학교)의 수업료를 면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수업료 외에 입학금도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하니 파격이다.한 해 출산율이 20만 명을 밑도는 상황이다. 아이 낳는 분위기를 만들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출산율을 올리고 의료수가를 제대로 보전해 주어야 소아청소년과 등이 숨을 좀 쉴 수 있을 터인데. 그런 근본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라는 풍선만 띄운다.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이른바 필수 의료다. 과거에는 필수 의료과 의사들이 힘들어도 보람 있고 자긍심 있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점차 젊은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외면하고 비필수 의료를 전공하려고 경쟁한다.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도 늘어간다.불쑥 나온 의대 정원 확대로 의료계가 혼란에 빠졌다. 부실한 교육으로 부실 의사를 양산하게 될 의대 정원 확대, 그 피해는 누가 입을까. 바로 우리 환자들이지 않으랴.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다면 기존 의대에서는 수용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교육 과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고 의사국가고시 합격자도 크게 줄 수도 있다. 늘어난 정원으로 인해 현장이 혼란에 빠질 터이다. 5년 전, 폐교한 서남의대가 정원을 나누면서 당시에 전북의대 정원이 30% 정도 늘었다가 전북의대가 큰 혼란을 겪지 않았던가.의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든다. 제대로 잘 교육해야 하는데 그 선을 넘어 증원된다면 그저 감내하는 것이지 제대로 교육한다고 볼 수도 없으니 어떠한 의사가 나오겠는가.최근의 의학 교육은 소그룹 학습이 많고 실험·실습의 시간이 많아지는 추세다. 학생이 늘면 그만큼 물리적 공간이 더 있어야 하는데 의대마다 그런 공간 여유가 갑자기 늘어날 수 있을까. 의학 교육에 필요한 제반 시설은 단기간에 갖추기 어렵다.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인력도 부족하다. 기초의학은 지금도 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은 고사하고 수도권조차 의대 교수를 못 구해서 난리다. 서울 대형 의대도 교수가 부족하고, 있던 교수도 나가는 실정이다. 미국 하버드대 전체 교수 인원이 1만2천 명인데 그중 의대 교수가 9천500명이라고 하듯이. 의대는 일반대보다 교육 과정에 더 많은 교원이 필요하다.의대생들이 필수 의료 현장에 나아갔을 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놔야 하고 수가를 현실화하고 부당한 사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의대 과정에서부터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강조하고 제대로 경험하고 훈련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의대생의 실습 기회나 임상 교육의 수준이 낮아지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 의사의 수를 증가시키는 대신, 지역 의료 불균형이나 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해서 차원이 다른 대책을 강구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증원된 의대생들을 수용하고 교육할 의료기관이나 병원의 인프라 확충이 어려울뿐더러 비용 부담이 많이 늘어난다. 의대 정원 확대는 심심하면 꺼내 들 칼이 아니다. 어떤 차원이 다른 대책으로 마음 아픈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생각부터 해보자.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어 그것부터 해결하여 출산율도 올리고 의료수가도 현실화하여 필수 의료를 살리기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