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이종능 도예가 작품 전시||21일부터 경주 황룡원서 향연·동심 등 70점 전시||‘흙=사랑, 불=열정’ 강조한 예술세계 엿볼 수 있어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흙은 곧 사랑이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한국을 대표하는 도예작가 ‘토흔’의 창시자 지산 이종능(62) 작가의 흙과 도자기에 대한 철학이다. 이 작가는 지난 9일 그의 고향 경주에서 문화예술과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토크쇼를 열었다.토크쇼가 진행된 경주보문단지 황룡원에서 오는 21일부터 6월10일까지 그가 혼으로 빚은 작품 봄의 향연, 동심, 인생의 향기, 무애, 충만 등 7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이종능 작가는 35년의 창작활동으로 이미 뉴욕, 워싱턴, 도쿄, 오사카 등 세계 각국에서 도예전을 개최해 그의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그는 2007년 대영박물관에서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을 열어 자신만의 도예세계를 세상에 알렸다. 이어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전시에서도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은 것 같은 백색의 달항아리를 선보여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오사카박물관에서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2013년과 2014년 미국의 LA와 뉴욕 전시회에서 미술전문가, 박물관 관계자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2015년 워싱턴 초대전을 가지기도 했다.세계적인 주목을 끌면서 그의 작품은 피츠버그 국립민속박물관, 중국 향주국립다엽박물관,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 등에 소장되고 있다. 이 작가는 “나의 스승은 자애로운 나의 어머니요, 천년고도 경주요, 대자연”이라며 그가 태어난 고향 경주는 에밀레 종소리 은은하게 울렸던 천년의 문화유산으로 가득차 감성의 바탕이 되었다고 술회했다.이종능 작가는 대학 4학년 때부터 경기도 이천에서 본격적인 흙 수업을 시작했다. 대학의 학업을 마치면서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몽고는 물론 실크로드까지 답사하며 북방문화와 남방문화의 흐름을 체험하면서 도자기 연구를 이어갔다.그의 연구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본에서 도자기 수업 도중 사고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를 잃었다. 그러나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노력으로 손가락 절단의 운명을 극복”하고 자신의 도예세계를 만들었다.그가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도예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도예초대전을 열면서부터다. 이어 월드컵 홍보다큐 ‘동쪽으로의 출발’ 등을 통해 한국도자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면서 한국문화교류에 이바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성을 얻게 됐다.황규성 교수는 “세계 도자기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형”이라며 “이종능 작가의 토흔은 강렬하면서 동시에 비대칭의 소박미를 머금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인호 작가는 “도예가 이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창조자로서의 면목이 있다”면서 “자신을 태워 하나의 등신불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 될 것”이라 평했다.경주가 고향임을 늘 이야기 하는 이종능 작가는 “도예가가 내 직업이 아니라 내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길동무”라며 자신의 도예작업에 대한 입장을 털어놓았다.ㄷ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