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박물관 김정학 관장 인터뷰

“박물관은 눈으로만 보는 ‘아이즈 온(eyes-on)’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마인즈 온(minds-on)’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대구교육박물관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서 부모, 자녀 세대에 이르기까지 삼대가 함께 듣고,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든 세대의 마음에 소중한 기억이 새겨질 수 있는 곳으로 가꿔 나갈 생각이다.”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개관한 영남권 최초의 교육전문박물관인 대구교육박물관 김정학 관장은 박물관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그는 “예전의 박물관은 얼마나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전시하느냐에 따라 그 명성이 좌우되었다면 이제 박물관은 수많은 소장품을 어떤 이야기와 주제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교육’이라는 다소 무거운 아이템의 박물관이면서 지역박물관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가하는 물음에 김 관장은 “한계라는 것은 없다”며 “입시라는 시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교육만큼 흥미로운 소재도 드물다. 부모님이 멋진 도슨트가 되고, 부모의 경험을 교육으로 받아들이는 공간이 바로 교육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김 관장은 향후 박물관이 시도하고 싶은 사업으로 ‘미래교육’을 들었다. 그 기조에 발맞춰 여러 가지 시도를 구상 중이라는 김 관장은 “우리 역사를 통한 ‘세계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데 박물관도 많은 제안을 할 생각”이라며 “지역출신의 교육자와 문화예술가의 발굴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우리 박물관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금오공대 시민 대상 문화 특강, 온라인으로 만나는 ‘엄마, 아빠의 양육 이야기’

금오공과대학교가 지역시민들을 위한 문화특강을 오는 1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금오공대 강의사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문화특강은 서울대 이순형 명예교수의 ‘엄마, 아빠의 양육 이야기’다.영유아기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지역민이면 누구나 접속해 들을 수 있다. 아이의 발달에 좋은 환경, 생애 초기교육, 행복한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 등 다양한 소주제로 나눠 진행된다.강의를 들으려면 금오공대 홈페이지(공지사항 특강안내)의 ‘지역민과 함께하는 열린 문화특강(1차)’을 통하거나 금오공대 공개강의사이트(http://ocw.kumoh.ac.kr)에 바로 접속하면 된다. SNS 계정을 통해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금오공대 2020 국립대학 육성사업 지원으로 열리는 이번 특강은 지역사회 문화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시행된다. 문의: 054-478-7998.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영주, 청송 도시재생사업 스타트

영주시 풍기읍 서부1리와 청송군 진보면 진안지구가 국토교통부의 ‘2020년 소규모 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돼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25일 영주시와 청송군에 따르면 국토부가 주관한 ‘2020년 소규모 재생사업’ 공모에서 풍기읍 서부1리 ‘人蔘人海(인삼인해) 풍기읍 건강골목길 조성 사업’과 진보면 진안지구 ‘참되고 보배로운 이야기, 진보미담(眞寶美談)’이 최종 선정돼 국비 2억 원(총사업비 4억 원)을 각각 확보했다.소규모 재생사업은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에 직접 참여해 향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확대, 시행하는 주민 역량강화 사업이다.영주시는 2014년 선정된 영주1, 2동 도시재생 선도사업과 2017년 선정된 남산선비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이어 3번째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됐다.이번에 선정된 서부1리 지역은 풍기역과 풍기인삼시장 배후거주지로 주택 노후화와 불량 담장이 밀집돼 있다.시는 이곳에 골목길 벽화, 가로등 확충, 조명설치, 골목정원 조성, 도로 정비 등 주민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한다.영주시는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풍기읍 일원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참되고 보배로운 이야기, 진보미담은 올 연말까지 진보지역 역사, 문화, 콘텐츠 발굴과 진보역사서 편찬, 진보이야기길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이번 소규모 재생사업을 첫 단추로 오는 2025년까지 진보면 진안지구에 166억 원을 들여 청송 2개 지구, 진보 2개 지구에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추진한다.김주은 기자 juwuery@idaegu.com임경성 기자 ds5ykc@idaegu.com

백화점갤러리…꽃과 순수를 주제로 ‘가정의 달 특별 기획전’ 열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지역 백화점 갤러리가 특별한 기획전을 가진다. 대백프라자갤러리는 ‘꽃’을 주제로 한 서양화가 강정주의 작품전을 선보이고, 현대백화점 Gallery H는 ‘순수’를 표현한 서양화가 이응견 초대전을 진행한다. 두 백화점 큐레이터들이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대백프라자갤러리…서양화가 강정주 초대전“꽃은 인간처럼 저마다 고유의 아름다운 색을 갖고 각자의 삶에 충실합니다.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수천 수백 색의 생명을 창조해 내는 신이 된 것처럼 말이죠. 작가가 캔버스 앞에 앉아 느꼈을 행복한 마음을 꽃을 통해 보는 이의 가슴에 오래도록 행복한 향기로 남았으면 합니다.”‘꽃’이 갖는 조형성과 상징성을 예술로 승화시켜 내는 서양화가 강정주 초대전이 오는 12일부터 24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작가의 작품 속 주된 모티브는 ‘꽃’이다. 꽃을 통해 ‘숭고함’ 이라는 주관적 조형 기호를 표출하고, 이를 다시 ‘행복’이라는 주제의식으로 확장해 낸다.대백프라자갤러리 유애리 큐레이터는 “작가는 자연이 만들어낸 꽃을 통해 색을 표현하는 것을 생명에서 분출되는 자연의 에너지라고 이야기 한다”며 “꽃이 뿜어내는 독특한 향기는 행복을 나누기 위한 교감의 시그널”이라고 소개했다. 또 “반복된 터치를 통해 비로소 피어나는 화려한 꽃망울은 진솔한 자연의 섭리이자 삶에 신선함을 전달하는 윤활유와도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이번 전시작 가운데 작가의 미의식이 함축된 대표작 ‘Scent of Happiness’는 화려하게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 이면에 창작의 고통을 극복한 인내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늦은 봄을 위한 서시(序詩)’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초대전에서 작가는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점점 더 삭막해지는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동시에 편안한 미소를 되찾아준다.◇현대백화점 대구점 Gallery H…서양화가 이응견 초대전“작가가 작업을 통해 표현하려는 것은 순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년기의 추억과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상들의 표현이 바로 작가의 작업이지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하는 힘을 키우게 하는 것이 작업 의도라고 생각합니다.”혜민스님의 두 번째 에세이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삽화 작업을 통해 대중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서양화가 이응견 초대전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Gallery H에서 열린다.다음달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작품전을 통해 작가는 ‘순수’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다. 화폭에는 주로 소년, 동물, 달, 악기 등이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의 유년기 추억과 더불어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상들의 결과물이다.밝고 화사한 색채로 표현된 달과 소년, 하늘과 구름의 형상, 드넓은 들판에 묘사된 동물 이외에도 밤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배경에 커다란 산과 바위 그리고 악기 등은 세밀한 붓 터치로 묘사돼 작품의 깊이 감을 더한다.Gallery H 조수현 큐레이터는 “대조된 색감은 관람자의 시각을 사로잡아 작가 특유의 평온함과 따스함이 온전히 전해진다. 이게 바로 이응견의 작품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이번 전시 ‘Harmony’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Gallery H가 야심차게 기획한 전시로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동화 같은 전시회다. 또 최초로 공개되는 작가의 신작과 더불어 대표작도 함께 전시된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50주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보여준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들, 50년 전 청년 전태일과 지금 우리 시대의 다양한 모습의 또 다른 전태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강성규 지음/한티재/336쪽/1만6천 원.고등학교 국어교사가 전태일의 짧은 생애에서 결정적인 순간들을 찾아, 그것을 지금 청년들의 삶 속에 되살렸다. 저자는 각 키워드와 연관된 전태일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를 떠받치면서도 소외받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 곳곳의 불안한 청년 노동을 1960년대 평화시장의 고통과 연결한다.저자는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들의 산재 사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과 그들이 남긴 생각과 땀, 꿈을 수습하기 위해 발로 뛰며 인터뷰했다. 또 그 여정에서 자신이 가르친 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청년들, 그리고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만나 현재의 삶과 노동에 대해 묻고 기록한다.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의 일환으로 기획한 이 책에서 저자는 “전태일을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을 ‘현재화’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일, 밥, 집, 시간, 공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삶의 문제들을 키워드로 전태일의 생애와 오늘 여기 청년들의 현실을 씨실과 날실로 엮었다.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전혀 다른 시야를 열어 준 전태일과 함께 한국 사회 ‘그늘의 지도’ 곳곳을 찾아나서는 길 위의 인문학.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생각과 말들의 규칙에 맞서 행복과 사랑의 공공성을 되찾으려는 아프지만 유쾌한 여정이다.작가는 본문에서 오지랖 넓은 스물세 살 이웃 청년과 함께 세상의 그늘을 걷는 ‘다크 투어’였는데도 그와 함께 다니는 길은 유쾌하고 즐거웠다고 표현한다. 짧은 그의 삶에서 풍부한 유머와 입담, 삶에 대한 낙천성, 긍정과 배려의 에너지, 고통에 직면하는 용기를 찾아냈다. 전태일을 깊이 알게 되면서부터는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부쩍 더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자부심이 생긴다.이 책은 ‘근로’가 아닌 ‘노동’을 말한다. 나아가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노동 인문학’을 제안한다. 삶에 새겨지는 노동의 무늬를 살피자는 것이다. 또한 성장 중심으로 ‘근로자’를 대하는 관점에서 삶을 중시하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달리 보자고 말한다. ‘노동 인문학’은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여기, 우리, 함께/희정 지음/갈마바람/372쪽/1만7천 원.50년 전 전태일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꿨다. 그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노동 환경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좋아졌다고 하지만, 어쩐지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쉬운 해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들 한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 이 시대에도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한 전태일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이 책은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싸움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며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오랜 시간 노동 현장을 기록하는 활동을 해온 저자가 장기적인 노사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업장을 찾아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우리가 주류 언론을 통해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목소리들이다. 다양한 기업에서 다양한 이유로 노사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기업이 노동자를 버리면 순순히 버려져야 하는 현실에 맞서 남아 싸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강한 사람, 지독한 사람, 모자란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묻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삶이 이대로 괜찮은지. 그 물음에 답이 주어지지 않기에 싸움은 길어진다.저자는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들의 싸움이 ‘남의 일’이 될 수 없는지를 이야기한다. 가진 것 없어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고공에 올라가야 하는 이들 역시 상황이 바뀌길 바라는 사람이다.권력은 없지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안다. 나이 든 노동자에게 그 무엇은 ‘노동자’라는 이름이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명예를 존중하는 세상은 그냥 오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들은 왜 이리 오래 싸우느냐고 묻지만, 그는 자신의 끝을 정해두었다. 돈 없고 ‘빽’ 없는, 그러나 옳다는 확신 하나는 있는 사람들이 정하는 끝이다”고 말한다.오래도록 싸우는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대가로 경제적인 필요를 충족하고 가족들과 평온한 저녁을 맞이하는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다.◇달뜨기 마을/안재성 지음/목선재/320쪽/1만3천800원.소설의 힘은 서사에 있다. 굽이치는 산의 능선, 굽이치는 강의 물결처럼 사건과 인물을 휘돌아 감으며 내달리는 서사야말로 소설의 맛이요 멋이다. 정수다. 특히나 소위 역사소설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전태일 50주기 기념 안재성 소설집 ‘달뜨기 마을’은 한국 현대사 100년의 광풍과 노도처럼 굴곡졌던 역사와 노동을, 그리고 이를 지켜냈던 시대의 불꽃과도 같은 인물들을 9개의 단편 하나하나에 장중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담고 있다.그런즉 이 이야기들 속으로, 주인공들 속으로 달려 들어가 이들을 만나노라면 이들이 타관의 타인이 결코 아니다. 고향 땅 마치 내 아버지와 어머니요, 내 형제와 누이이며, 그렇게 나의 현신과도 같은 혈육임을 울컥하고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피와 땀과 눈물 가득했던 이들의 삶과 고난, 아픔과 슬픔, 사랑과 투쟁과 성취를 바로 ‘오늘의 나’ 자신의 그것인 듯 뜨겁도록 안아 숨쉬게 된다.전태일.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며 결국 자신의 몸에 불을 살라 산화했던 한국 현대사에서 십자가와도 같은 자기희생의 지고한 존재 아닌가.그의 이렇듯 숭엄한 죽음을 기리려 1988년 전태일문학상이 제정됐다. 19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그리고 지금은 역사인물 평전의 대가로서 우뚝 선 안재성 작가.그가 최근 2년간 시사월간지에 연재해온 단편 중 9개를 추려 한국 현대사 100년의 연대기처럼 새롭게 엮은 소설집이 ‘달뜨기 마을’이다. 이는 2020년 올해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하여 안재성 작가가 하나의 사명이요 숙명으로 세상에 내놓는 헌물이기도 하다.이 책에는 달뜨기 마을을 비롯하여 총 9편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야기가 실려있다.일제강점기에서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9편의 이야기는 제각기 다른 연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권’이라는 하나의 공통적인 문제로 다가온다.1부는 일제강점기에도 소신대로 산 사람들의 이야기며 소신보다는 생존을 찾아 민초로 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성이 사람으로 대접받기 힘들던 시절 남장을 하고 서당을 다니던 이야기와 조선견직의 여공으로 노동운동을 한던 이야기. 그리고 남편은 군인에 의해서 살해되고 오빠는 인민군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마지막 여맹위원장으로 생을 마무리하는 이야기까지 총 3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문향만리…레드

레드 ~사랑의 비극은 무관심~ 서머싯 몸 …미련스럽게 생긴 나이 든 배불뚝이 선장이 있다. 선장의 낡은 배는 사업차 사모아 원주민 마을의 작은 포구에 정박한다. 선장은 길을 잘 아는 사람같이 오솔길을 따라 개울까지 가서 다리를 건너간다. 거기엔 서양식 집이 있고 ‘닐슨’이라는 백인이 살고 있다. 닐슨은 선장을 집으로 맞아들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닐슨은 그를 만난 적이 없지만 낯익은 느낌을 받는다. 닐슨은 그 곳에서 일어났던 사랑이야기를 선장에게 들려준다. ‘레드’라는 젊은 백인 조각미남과 ‘샐리’라는 아름다운 원주민 소녀의 사랑이야기다. 30년 전, 두 미남미녀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닐슨의 집 자리에 있던 오두막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레드는 섬을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샐리는 레드를 일편단심 잊지 못했다. 그 때 닐슨은 폐결핵을 앓아 사모아로 들어와 요양하고 있던 참이었다. 맑은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건강을 되찾은 닐슨은 사랑을 잃고 괴로워하던 샐리를 우연히 만났다. 닐슨은 우수에 찬 샐리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닐슨은 주위의 도움으로 샐리와 결혼하여 같이 살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오직 레드만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십오 년이 흘렀다. 샐리도 살이 처지고 검붉게 변했다. 살찌고 흉측한 선장이 나타난 것은 그 때쯤이다. 이야기를 마친 닐슨이 선장의 이름을 묻는다. 선장은 원주민들이 자신을 ‘레드’라고 부른다고 멋쩍게 말한다. 닐슨이 평생 질투했던 연적이 천박한 모습으로 눈앞에 앉아있었다. 그때 샐리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극적으로 상봉한다. 놀랍게도 샐리는 레드를 알아보지 못한다. 샐리가 그리워한 연인은 아폴론을 닮은 스무 살의 조각미남이다. 닐슨은 사랑의 허상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무엇 때문에 이런 여자를 미친 듯이 사랑했던가. 닐슨은 형의 병 핑계를 대면서 샐리를 떠날 생각을 드러낸다.… 세월이 가면 누구나 젊은 날의 빛나는 모습을 잃는다. 영원한 건 없다. 불타오르던 남녀 간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차갑게 식는다. 사랑하는 연인이 급작스레 헤어지는 잔인한 운명은 어쩌면 축복일 수 있다. 마르고 닿도록 살아서 서로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상황이 가혹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운명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좀처럼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열병을 앓는다. 뜻하지 않은 별리로 인해 펼쳐지는 고뇌에 찬 삶은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일진대 사랑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그게 행복에 겨운 비명으로 비칠 수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고통이다. 사랑의 진정한 비극은 죽음도 별리도 아니다. 하루만 못 만나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연인이 그냥 무덤덤하게 되거나 어디서 뭘 하는지조차 서로 궁금하지 않는 상황은 우울한 비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무관심이다. 닐슨은 샐리를 사랑했지만 샐리는 떠나간 레드를 사랑했다. 엇갈린 사랑이다. 한때 사랑했던 두 사람의 재회는 그 연인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그 극적인 순간은 허무하게 끝난다. 진정한 사랑과 다정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여차하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떠나갈 것 같았던 상상은 사랑의 천박한 허상이다. 오랜 시간 동안 속은 것이 분하다. 사랑의 이름으로 어렴풋이 비쳤던 맑은 영혼마저 산산이 흩어진다. ‘서머싯 몸’은 「레드」에서 사랑과 외모의 허무함과 부질없음을 잘 보여준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리는 건 또 웬일일까. 오철환(문인)

경북대 자연사박물관, 문체부‘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2년 연속 선정

경북대 자연사박물관(관장 장우환)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대학박물관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됐다.‘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은 대학 내 문화자원 및 연구자원을 활용한 전시·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대학박물관의 문화적 플랫폼으로서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및 대학 구성원 등 누구나 열린 박물관을 제공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이번 사업 선정으로 경북대 자연사박물관은 오는 9월부터 ‘전통문화에 과학을 매다’를 주제로 특별전시회와 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장우환 경북대 자연사박물관장은 “전통문화인 매사냥에 숨어있는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이야기를 전시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매를 주제로 동화책을 만들거나 나무로 조각하는 체험 등이 마련돼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KBS 1TV ‘다큐 인사이트’…'나는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살고있는 대구 시민들의 기록. 다큐멘터리 ‘나는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제작 KBS대구)가 2일 오후 10시 KBS 1TV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전국 방송된다.다큐멘터리 ‘나는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는 지난달 25일 대구·경북권 첫 방송 후, 로컬 8%라는 시청률을 기록하였으며, 그 반향에 힘입어 ‘KBS 스페셜’을 전신으로 하는 ‘다큐 인사이트’에 전격 방송되게 됐다. 다큐멘터리 ‘나는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는 삶 속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어 내고 있는 대구 소시민들의 일상을 씨줄과 날줄로 교차해 담아낸 ‘시민의 기록’ 그 자체다.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지난 45일간의 이야기를 내레이션 없이 오직 담담하면서도 강렬한, 현장의 진실을 담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로만 재구성한 다큐멘터리이다.서문시장 상인,의료인과 봉사자,남구 대명동의 통장 등 우리 삶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다큐는 바이러스의 궤적을 따라가며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가는지, 달라질 수 있는지를 기록한다.그리고 그 기록의 끝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 그리고 ‘연대’의 필요성과 마주하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럼에도 기록해야 하는 지난 45일간의 시민의 기록. 그 목소리는 바이러스의 종식은 결국 함께라는 ‘연대’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한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청송 교원카페 티티톡톡 오픈

청송교육지원청이 지역 모퉁이 카페와 협력해 교사들을 위한 ‘교원카페 티티톡톡’을 개장했다.교원카페 티티톡톡은 티쳐(Teachers), 티(Tea), 힐링톡(Talk), 수업톡(Talk)의 합성어다. 학교 밖 공간에서 교사들이 차를 마시며 나눔으로 스스로 힐링하고, 수업이야기로 교원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이에 따라 청송지역 내 교사들은 학교 밖 공간에서 나눔을 통해 힐링과 교실 수업문화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교원들은 50% 할인된 가격에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김기한 청송교육장은 “이번 교원카페 오픈으로 지역과 상생하고 교원 학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교육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임경성 기자 ds5ykc@idaegu.com

의성군립도서관, ‘이야기가 있는 코딩’ 공모사업 선정

의성군립도서관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주관하는 ‘2020 이야기가 있는 코딩’ 공모사업에 선정됐다.‘2020 이야기가 있는 코딩’ 사업은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제공하는 교육커리큘럼과 콘텐츠로 그림책·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코딩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의성군립도서관은 독서에 대한 관심 유발과 논리력·창의력 향상을 위해 여름방학(8월)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이 사업을 운영한다.이 프로그램은 도서관 사서가 진행하는 그림책 읽기부터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메이킹과정과 코딩체험으로 구성된다. 또 지정도서는 △바삭바삭 갈매기 △알레나의 채소밭 △구름 빵 △신발 신은 강아지 등이다. 문의: 054-861-2715.김호운 기자 kimhw@idaegu.com

문향만리…서풍부

김춘수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 온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한국전후문제시집』 (신구문화사, 1961)................................................................................................................... ‘부(賦)’란 ‘시경’에 터 잡은 한문학 장르의 하나로서 송나라의 소순, 소식, 소철 등 소씨 3부자가 ‘당송 8대가’에 꼽히며 ‘부’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그 중 소동파(소식)의 ‘적벽부’는 일세를 풍미한 명문이다. 시제 ‘서풍부’는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으리’란 구절로 유명한 ‘퍼시 B. 셸리’의 시 ‘Ode to the west wind’를 ‘서풍부’로 번역한 데 따른 영향이 큰 듯하다. 시인으로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초기시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서정주의 ‘서풍부’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의 ‘부’는 풍유를 통해 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서정적으로 읊은 시를 칭한다. 「서풍부」는 외견상 서풍에 대한 감회를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로 보이긴 하지만 그건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서풍을 하늬바람으로 해석한다면 복사꽃을 설명하기 곤란하다. 하늬바람은 늦은 여름이 제철이고 복사꽃은 4월쯤 피기 때문이다. ‘부’도 원래적 의미의 ‘부’가 아니다. 말하자면 시제 ‘서풍부’는 아무 의미도 없다.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더 이상 따지지도 말고 이유도 달지 말자. 그냥 ‘서풍부’면 족하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사족 자체가 무의미하다. 꽃인 듯 꽃이 아니다. 눈물인 듯 눈물이 아니다. 이야기인 듯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나타나도 그런 의미가 아니다. 아름다운 꽃, 슬픔의 눈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누가 어떤 얼굴을 해도 다 부질없다. 꽃이든 눈물이든, 그게 무엇이든지 아무 것도 아니란 점에서 모두 같다.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슬픔의 눈물이든 기쁨의 환호든, 그런 얼굴이든 저런 얼굴이든, 모두 다 무의미하다. 아무 것도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물상과 희로애락이 다 공허하다. 의미 있는 것들은 어쩌면 다 무의미하다. 세월이 흐르면 삼라만상도 스러진다. 시간이 가면 사단칠정도 무상하다. 무엇 하나 뚜렷이 잡히는 건 하나도 없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환한 햇빛이 손을 흔들고 지나가듯이 시간은 햇빛과 함께 지나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모르더라도 햇빛은 시간을 싣고 미래를 향해 운항한다. 온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없다. 복사꽃이 아름다운 듯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떨어지고 만다. 햇빛이 시간을 태우고 가버리면 아등바등 잡고 있었던 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명이 가버리면 부귀영화인들 무슨 소용일까. 제행무상이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생명과 희망으로 들뜨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사랑과 이별로 괴로워한다. 이별이 슬픈 듯 보이고 마음이 아프지만 지나고 보면 공허하다. 이런 저런 곡절과 사연으로 번뇌를 떨치지 못할 듯 괴로워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만이다. 누가 슬픈 얼굴로 눈물짓든지, 누가 기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든지, 모두 다 세월 속에 묻힐 텐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제법무아다. 「서풍부」는 탁월한 리듬감과 탐미적 감각으로 추상과 관념을 노래한, 중독성이 강한 시다. 오철환(문인)

기상이야기…기후변화 시나리오가 가지는 의미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가지는 의미전준항대구지방기상청장 지난 대구‧경북 겨울은 약한 시베리아 고기압으로 기상청이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후 기상 관측 자료를 볼 때, 1월 기준으로 평균 최고기온(8.1℃)과 평균 최저기온(-0.8℃)이 동시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할 만큼 온난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 앞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란 단어가 떠올려서인지 어느 때보다 많이 회자된 것 같다. 흔히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같은 용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온난화’는 ‘기후변화’의 많은 사례 중 하나이다.한반도에서 가장 긴 계절을 겨울에서 여름으로 만들고, 눈이 귀한 겨울이 나타난 것은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를 뛰어넘어 인류가 만약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21세기 말에는 1995~2014년 평균과 2018~2100년을 비교하였을 때,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1.9~5.2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5~10% 늘어날 것이라고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얼핏 기후변화 시나리오라고 하면 조금은 막연한 예측정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래 기후전망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기후변화 보고서와 시나리오는 복잡화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먼저 UN세계기상기구(WMO)와 UN환경계획(UNEP)에 의해 만들어진 195 회원국이 속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의해 전 세계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기반, 영향과 적응, 완화를 포함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주기적으로 발표된다. 이러한 IPCC 평가보고서에서 기후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작성한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생산된다. 보고서와 시나리오는 회원국에서 추천되고 선정된 과학자들이 함께 작성에 참여하고, 각 문장단위로 ‘만장일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데, 만장일치를 받지 못한 문구는 지워지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신중히 작성된다. 더 나아가 다시 전문가 검토와 IPCC 회원국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야지 하나의 완성된 보고서와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을 생각한다면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미래 기후변화의 위험을 명확히 제시하는 공인 받은 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현재 5차 보고서까지 나왔으며, 6차 보고서가 2022년 발표를 목표로 작성 중이다. 6차 평가보고서에 수록될 시나리오는 공통 사회 경제 경로(SSP, Shared Socioeconomic Pathway)가 고려된다. SSP는 적응‧감축의 사회적 역량과 부담에 따라 미래 사회경제 구조가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정부·사회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수행여부에 따라 인구, 경제, 토지이용, 에너지 사용 등 사회·경제 지표가 어떻게 변화할지 복합적‧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기준이다. 즉,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지금부터의 노력과 실천 기후변화 전망 시나리오에 들어가는 것이다.이미 우리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계절이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었으며,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 변화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막연한 예언이 아닌 IPCC 모든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뚜렷하고 과학적인 전망 정보이다. 우리에게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사회경제 시스템 전체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감축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해야만 한다고 엄중히 경고해주고 있다.현재 기상청의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분석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일어난 미래를 잘 보여주는 폭염, 열대야 지수 같은 극한 기후지수(12종)를 시군구 행정구역별로 제공함으로써 피부로 와 닿는 생생한 내 고장의 기후변화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의 첫걸음으로 내 고장의 기후변화 전망 시나리오를 한번 찾아서 확인해봄으로써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의 생각을 쑥쑥 자라게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책

각급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에게 한 번쯤 읽히고 싶은 책들을 골라 봤다.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는 과학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쓴 이야기책, 곤충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책 등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책들을 소개한다.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귀도 스가르돌리 지음/이현경 옮김/160쪽/9천800원.설명충, 개그충, 진지충… 조롱 섞인 접미사 ‘충’이 유행인 시대에, 세상 발랄한 곤충 동화가 날아왔다.주인공 브라트는 생명력 질긴 해충의 대명사인 바퀴벌레! 아버지 뒤를 이어 30만 마리 입주민이 살고 있는 건물의 관리소장을 맡고 있다. 사명감이 투철하고, 고상한 말씨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위대했던 아버지의 명성에 짓눌려 자존감이 약한 편이다.이야기 무대는 도시 변두리 ‘찰스 다윈길’에 있는 폐건물. 곤충은 물론이고 거미류, 지네류, 지렁이류, 설치류 등 저마다 독특한 취향과 철학을 지닌 무척추동물 및 척추동물 30만 마리가 어울려 사는 지상의 천국이다. 이름하여 ‘곤충 아파트’.어느 날 집 잃은 개 ‘샘’이 쳐들어 오면서 아파트는 끔찍한 위기를 맞는다. 샘은 약육강식의 자연 법칙을 들먹이며 강자인 개가 약자인 ‘벌레들’ 위에 군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30만 마리 곤충 아파트 주민들은 기상천외하고도 터무니없는 작전으로 이에 맞선다.분명 곤충의 이야기이지만 다시 보면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한 이 독창적인 곤충 우화는 읽는 이의 나이가 적든 많든 쉴 새 없이 배꼽을 간질인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개와 벌레들의 팽팽한 대결 속에 진정한 공생의 의미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불신하고 질투하면서도 가공할 적에 맞설 때는 똘똘 뭉치는 곤충들의 당찬 도전이 위기에 빠졌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공동체의 힘과 가치를 곱씹게 한다.사실 힘의 세계에서는 점잖은 어른들이 강조하는 정의나 인권은 말처럼 쉽게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곤충들은 개와 맞설 때 옥신각신 좌충우돌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서로를 다독인다.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곤충 아파트는 비참한 시련 속에서만 불쑥 솟아오르는 인간 본성을 무척 잘 보여준다. 치졸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끝내 용기와 지혜로 빛나기도 하는 사람살이의 천태만상이 곤충 아파트의 작은 세계에 고스란히 수놓아져 있다.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벌레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함께 사는 삶의 고통과 즐거움은 물론, 늘 우리 것이라 믿기에 소중함을 깨닫기 어려운 자유와 권리의 귀중함을 절절히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가 뭐 어때서?!페드로 마냐스 로메로 지음/김지애 옮김/128쪽/9천500원어느 날 아침, 갑자기 왕따가 돼 버린다면?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갑자기 나를 모른 체하고, 게임에도 끼워 주지 않고, 등하교도 혼자 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우리가 뭐 어때서?!’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이상한 점이 있고, 우리 모두 특별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 동화이다.‘자콥’의 제안으로 옛날 체육관에 모인 ‘운동장 모퉁이 아이들’은 그동안 느꼈던 울분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함께 비밀 클럽 ‘고집불통’을 결성한다. 그리고 클럽 내에서 불릴 새로운 이름을 스스로 짓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당했던 별명을 활용하는 재치를 보인다. 애꾸눈이었던 ‘프란츠’’는 코브라 눈, 뚱보였던 ‘홀저’는 천하장사, 기린이었던 ‘에밀리’는 전봇대, 책벌레였던 ‘자콥’은 두더지….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상한 부분을 더 이상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손가락질 받았던 자신의 ‘이상함’을 ‘특별함’으로 뒤집는 용기가 돋보이는 장면이다.본격적으로 비밀 클럽 활동을 시작한 아이들은 뽐낼 수 없었던 자신만의 장점들을 클럽 내에서 마음껏 보여 준다. 조용하고 책만 읽는다고 생각했던 자콥은 현명하고 강단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홀저는 큰 체구와 강한 힘으로 연약한 저학년 회원을 돕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프란츠는 이 그룹 저 그룹을 넘나들며 고집불통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외톨이였던 아이들이 클럽 내에서 서로의 장점을 따스한 시선으로 발견해 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 아이들은 저마다 가진 자신의 장점을 고집불통에서 활동하며 반짝반짝 빛낸다.책 속에서 프란츠는 왕따 방관자의 입장이었다가 피해자가 되고, 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따돌림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고집불통 아이들은 전교생 앞에서 린다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그 방법이 옳지 못함을 스스로 깨달으며 한 단계 성장해 간다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신나미 지음/144쪽/ 1만3천 원이 책은 우주, 지구, 생물, 우리 몸 등을 주제로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거나 꼭 알아야 할 과학 이야기를 담았다. 50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밤하늘의 별들이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우주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생물은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우리 인류는 언제 등장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또 사람의 운명은 유전자가 결정하는지, 4차 산업 혁명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등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면 과학이 나와 멀리 있지 않고, 내 삶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과학은 ‘자연을 탐구하는 일’이기도 하고, ‘탐구한 지식’을 뜻하기도 하다. 관찰과 실험으로 발견한 지식을 알아 가고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재미있는 놀이이다.지금 내가 어디서 왔을까, 내가 살고 있는 땅과 하늘은 언제 만들어졌을까를 알아 가는 놀이인 과학은 나 자신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신비로움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이 책은 자연의 신비를 알아 가며 과학의 즐거움을 참으로 느낄 때 우리가 그만큼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과 관계를 맺다 보면 사람도 자연이고, 자연이 곧 과학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또한 우주 과학자들은 우주의 별들을 월드컵 축구 경기장만 한 공간에 있는 좁쌀 하나 크기로 비유한다. 교실을 우주라고 가정하면 별은 교실의 보일락 말락 한 먼지인 셈이다. 행성을 거느린 별의 세계가 티끌이라 할 만큼 우주는 넓다.북쪽을 가리키는 상징인 북극성.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별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북극성 빛은 지금 빛나는 게 아니다. 북극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대략 400광년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북극성의 빛은 400여 년 전에 출발한 빛이다.이 책에서는 인류의 고향이 별이라는 말은 단순한 문학적 비유가 아니라 과학이 밝혀낸 진실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별에서 왔으니까.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모두 별들의 후예이다. 우리 개개인은 모두 수십억 년 전에 죽은 별들의 먼지로 이루어졌고, 언젠가는 다시 원자로 흩어져 저 우주를 떠돌아다닐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 월곡초 밝고 아늑한 분위기의 독서문화놀이공간 꿈다락 개소

대구월곡초등학교가 독서문화놀이공간 ‘꿈다락’ 을 만들었다.‘꿈다락’은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놀이공간조성사업비 3천 만 원을 지원 받아 도서관과 인접한 넓은 중앙현관을 이용해 학생들이 책도 읽고 친구와 정담도 나눌 수 있게 구성한 독서문화놀이공간이다.‘꿈다락’ 구축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은 지난해부터 학생들이 좋아할 수 있는 밝은 색감, 공간 구조 등에 의견을 모아 디자인에 반영했다.그 결과 학부모들이 원하던 바닥재와 학교보안관들이 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게 벽에 창을 내기도 했다.2학년 조영현 학생은 “평소 자주 가던 키즈 카페처럼 알록달록 예쁘고 마음에 든다. 편하게 친구들이랑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김계현 교장은 “학교는 넓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교실 외에는 거의 없었다. 중앙현관은 학생들이 매일 드나드는 곳이고 등교할 때 제일 먼저 들어오는 공간이므로 밝고 아늑한 분위기의 현관으로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친구들과 모여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며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신간> 역사 문화 바탕으로 새 이야기 입힌 '새로쓰는 삼국유사' 한주간 눈에 띄는 신간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겪지 못한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엿보기도 하고 교훈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책은 어렵다’라는 선입견때문에 책을 들기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소개하는 3권의 책은 우리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록물을 바탕으로 이야기 재구성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새로쓰는 삼국유사’를 비롯해 지폐와 선물을 키워드로 풀어낸 역사 속 이야기들이 준비돼 있다. [{IMG01}]◆새로쓰는 삼국유사강시일 지음인공연못/340쪽/1만8천 원삼국유사는 고려 후기 충렬왕 때 일연스님이 기록한 개인저술이다. 삼국의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일들을 기록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몽고침략의 극복과 붕괴된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한 의도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삼국유사는 국민의 분노와 저항의식의 심화로 빚어진 산물이다. 삼국유사 전편에 민족사의 자주성과 문화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관념이 드러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새로쓰는 삼국유사’ 저자인 대구일보 강시일 기자는 이번 책을 통해 삼국유사에 기록된 이야기 현장을 찾아 신화적으로 표현된 기록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사실적인 역사로 재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역사문화유적들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혀 영화와 드라마, 시와 소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해 산업화하고자 한다.책은 삼국유사가 기록하고 있는 내용들을 먼저 간략하게 소개하고 유사가 이야기하는 유적 현장을 설명헌 것이 특징이다.역사문화유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해 희망적이고 생산적인 문화산업을 일으켜 부유한 내일을 창조하고자 스토리텔링 작업을 시도했다.그래서 ‘새로쓰는 삼국유사’ 부문은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는 소설적인 내용이 다분하게 전개된다.저자는 지면적인 제한 등으로 충분한 이야기로 재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그러면서 향후 소설, 희곡 등의 시나리오로 발전시켜 소개할 욕심이라는 것을 밝혔다.3편으로 제작될 첫 편인 이번 1편은 삼국유사의 편찬동기, 내용, 삼국사기와 비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이어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 스님에 대한 행적 등에 설명했다. 일연 스님은 고려 희종 2년 1206년 경주의 속현이었던 장산군, 현재의 경산에서 태어났다. 13세기 말 고려시대 국사로 책봉돼 나라의 길을 제시하는 가장 큰 스님이었다. 몽고의 침입으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 팔만대장경을 제작하는 일에 직접 참여했고 삼국유사, 중편조동오위 등 100여 편의 책을 저술했다.또 신라 첫 왕을 옹립한 ‘육부촌장’,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 등 주요 왕 및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전개된다. ◆지갑 속의 한국사박강리 지음북하우스/196쪽/1만3천800원만 원권 세종 이도, 천 원권 퇴계 이황, 오만 원권 신사임담, 오천 원권 율곡 이이.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는 지폐 속 초상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네 인물의 생애를 비롯해 지폐 속에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들어간 그림들에 담긴 이야기가 이토록 풍성하다는 사실을 말이다.지폐에는 역사 위인의 초상뿐만 아니라 한국의 과학, 정치, 철학, 예술사에 굵진한 획을 그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지폐만 자세히 살펴봐도 한국사의 큰 줄기를 짚는 역사 탐방이 가능하다. 지폐를 따라 세종대왕과 천문 과학을, 퇴계 이황과 철학을, 신사임당과 예술을, 울곡 이이와 정치를 살펴볼 수 있다.지갑 속의 한국사는 지폐를 지도 삼아 네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찬찬히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교단에서 학생들을 만나왔던 저자는 마치 독자와 현장학습이라도 떠나온 듯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감한 문장들로 이어지는 그의 역사 이야기는 ‘위인’보다는 ‘사람’, ‘업적’보다는 ‘삶’에 집중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지폐 속 인물의 삶으로 들어가 숨소리처럼 가까운 역사를 만나게 되는 이유다.지폐에 담긴 역사문화유적은 무려 16가지다. 일월오봉도,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성균관 명륜당, 정선의 계상정거도, 신사임당의 포도, 오죽헌 등 한국사를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할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적이 모두 지폐에 담겨 있다.책은 지폐 인물의 생애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지폐 속 그림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친절한 구성을 취했다.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 흔적을 좇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특정 역사문화유적이 지폐에 들어간 이유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또 ‘만 원권 한눈에 보기’처럼 지폐 속 역사문화유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코너는 지폐 속 그림과 역사의 연결고리를 한 번 더 정리해준다. ◆선물의 문화사김풍기 지음느낌이있는책/296쪽/1만5천500원선물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해왔다. 특히 물자가 부족했던 근대 이전 사회에서 선물은 빈한한 일상을 보완하는 하나의 경제방식이었다. 음식과 온갖 문구류, 의복과 가축 등 생활에서 소용되는 수많은 물건이 선물로 사용됐다. 또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뜻을 전하는 매개이기도 했다.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술잔과 도검, 선비가 벗에게 보내는 종이와 벼루,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기는 재산 분배록인 분재기,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며 새롭게 만날 사람에게 전할 요량으로 챙긴 청심환과 부채….선물은 이렇게 시대와 상황, 문화에 따라 품목과 의미가 달라졌다. 그래서 선물에는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정서적 특별함과 동시에 사회적 상징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조선의 선물 문화를 ‘선물경제’라 명명하기도 한다.선물의 문화사는 임금부터 사대부, 민초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하고 인간사를 풍요롭게 이끈 19가지 선물을 담았다. 상대에게 소용될 것 같아서, 지금 시절에 좋은 물건이 생겼기에, 격려나 위로 등 특별한 뜻을 담아, 아니면 ‘그냥’ 보내온 선물은 시대를 들여다보는 좋은 차이자 인간사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이다.선물의 문화사에서는 19가지의 선물을 통해 하나의 물건을 누군가에게 보냈을 때 그 시대 문화와 상황,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일들을 고아하게 소개한다. 단순히 물건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을 넘어 시대와 인물을 가늠하고 그들이 나눈 뜨끈한 마음과 뜻을 그려보도록 이끄는 것이다.책은 풍속화와 산수화, 고문서 자료, 실물 사진 등으로 ‘선물’을 다채롭게 꾸며졌다. 정선, 신윤복 등 잘 알려진 명사들의 작품은 물론 유숙, 전기 등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소개한다. 또한 한시에 조예 깊은 저자가 아름답게 번역한 산시와 간찰(편지) 등은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앵무배와 율곡벼루 등의 실물 도판도 담아 선조들이 나눈 선물의 면모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